<검찰측의 죄인> 포스터

<검찰측의 죄인> 포스터 ⓒ 토호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거장과 함께 그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작품으로 <검찰측의 죄인>을 선정했다. 다소 의외의 선택이라 할 수 있는데 국내에 정식 개봉한 영화가 아닌 건 물론 감독 하라다 마사토의 국내 인지도와 영화제와의 낮은 인연을 생각했을 때 외적인 요소가 작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시즈쿠이 슈스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검찰 권력에 대한 진중한 담론을 펼치는 작품이다.
 
검사 모가미 타케시는 두 가지 사건에 직면한다. 첫 번째는 도내 살인사건이다. 대부업자 부부의 사망사건을 조사하던 중 그 용의자 중 한 명으로 마츠쿠라 시게오라는 남자가 지목된다. 그는 과거 모가미가 학부시절 지냈던 기숙사 관리인의 딸 살해 용의자였다. 모가미는 마츠쿠라를 범인으로 확신하고 자신을 존경하는 후배 오키노에게 그의 심문을 맡긴다. 모가미의 신뢰 속에 오키노는 마츠쿠라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분투한다.
 
동시에 모가미는 동창 탄노의 문제로 분주하다. 국회의원 탄노는 극우세력과 결탁해 전쟁가능 국가로 일본을 개헌하려는 거물 정치인인 장인을 막고자 한다. 허나 이 시도로 인해 거꾸로 탄노가 누명을 쓴다. 탄노는 모가미한테 상담을 하면서 장인이 지닌 비리를 폭로할 방법을 찾는다. 이 작품이 주목하는 건 이 모가미의 존재다. 모가미는 형사과를 주름잡고 있는 거물 검사이자 승진이 확정된 인물이다.
  
 <검찰측의 죄인> 스틸컷

<검찰측의 죄인> 스틸컷 ⓒ 토호

 
이 모가미에게 마츠쿠라의 수사는 경력에 오점을 남길 일이다. 오키노의 강압적인 방식을 통해 마츠쿠라가 기숙사 딸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자백 받았지만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났다. 여기에 유미오카라는 남자가 술에 취해 범죄사실을 친구한테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의 방향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 온다. 허나 모가미는 자신을 좋아했던 기숙사 딸을 죽인 진범을 발견했기에 마츠쿠라를 범인으로 만들고자 한다.
 
음지에서 해결사 노릇을 하는 스와베와 결탁한 모가미는 마츠쿠라에게 혐의를 씌우기 위해 범죄를 행한다.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오키노가 마츠쿠라를 심문하며 그의 버릇을 흉내내는 장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장면은 극중 사무관 타치바나가 검사라는 직업이 10명 중 8명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언급한 부분과 연결된다. 범죄자를 심문하면서 그들과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위험을 지니기 때문이다.
 
모가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흉악과 맞서 싸운다는 점에 부여한다. 검사란 직업이 강한 권력을 소유한 이유는 세상을 어둡게 만드는 악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점에 있다. 오키노는 이런 모가미의 모습 속에서 자신만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분투한다. 그가 모가미를 존경하는 이유는 신입시절 '악을 처단하기 위해 악에 물들지 말라' 말했던 모가미의 가르침 때문이다. 허나 모가미는 반대로 이 악에 물들어 그들의 수법을 사용한다.
  
 <검찰측의 죄인> 스틸컷

<검찰측의 죄인> 스틸컷 ⓒ 토호

 
모가미가 오키노를 설득하는 방식도 여기에 있다. 그는 탄노의 의지를 이어받아 일본의 극우화를 멈출 인물은 자신뿐이라고 한다. 신과 같은 권력을 지녔다 여기기에 사건을 조작하는 것에 죄책감을 지니지 않는다. 마츠쿠라의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보다는 그를 흉악한 범죄자로 규정하고 벌을 주어야 한다 여기기에 월권을 권한이라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이 작품이 왜 마스터클래스에 초청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선출되었고 검찰 출신이 대거 요직에 임명되었다. 검사의 기소권을 제한한 공수처법은 그 자체의 불완전성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 주소에서 구조를 통해 권력을 행하는 검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 하라타 마사토 감독을 불렀다. 허나 이 사이에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습 사망으로 인한 자민당의 압승이다.
 
작품에서 모가미와 스와베는 그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전쟁세대라는 점에서 공감대를 지닌다. 극우를 경계하는 모가미가 그들의 방식이라 할 수 있는 권력과 폭력을 행한다는 점은 흉악을 막기 위해 또 다른 흉악이 자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감독은 악의 대물림을 경계하고자 아베 신조가 4번째 내각총리대신에 올랐던 2017년 원작을 각색하면서 이런 메시지를 넣었다고 한다. 때문에 현재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개헌이 가능한 일본의 상황에 염려를 표했다.
 
<검찰측의 죄인>은 두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저울, 다른 손에는 장검을 쥔 정의의 여신과도 같은 판단을 인간이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흉악에 맞설 힘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의 딜레마를 균형 있게 담아낸 영화다. 영화가 지닌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재조명하는 영화제의 묘미와 함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대주제를 심도 있게 담아낸 '마스터클래스'였다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검찰측의 죄인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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