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체리마호> 포스터

<체리마호> 포스터 ⓒ (주)미디어캐슬

 
2020년 기준 누계 80만 부를 돌파한 인기 만화 <체리마호>는 심야 드라마로 방영되어 트위터 일본 트렌드 1위를 찍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의 흥행은 마이너 장르인 BL(보이즈 러브)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드라마의 주역들이 뭉친 이번 극장판은 스페셜 특전 상영회부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앵콜 상영회가 연달아 매진을 기록하며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   

<체리마호>의 원 제목은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이다. 일본에서는 성관계를 한 번도 맺지 않은 남자를 흔히 '체리'에 비유한다는 점에서 '체리마호'라는 제목을 얻었다.

문구회사에 근무 중인 아다치는 30살까지 동정을 유지하며 마법사가 된다. 그의 능력은 신체가 닿은 타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의 마법이 닿은 상대는 영업부 에이스이자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완벽남 쿠로사와다.

쿠로사와가 사실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아다치가 알게 되며 두 사람의 로맨스는 서서히 시작된다. 드라마에서는 아다치와 쿠로사와의 사랑이 이뤄지며 '쿠로닷치' 커플의 탄생을 그렸다.

극장판 <체리마호>는 드라마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알콩달콩한 사내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 사이에는 위기가 온다. 아다치가 전근 제안을 받은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배려하다 보니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다.

포근함으로 대중성 확보
   
 <체리마호> 스틸컷

<체리마호> 스틸컷 ⓒ (주)미디어캐슬

 
아다치는 쿠로사와한테 전근문제를 꺼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입으로 이 문제를 들은 쿠로사와는 쿨한 척 연기하며 아다치를 축하해준다. 이 전근 문제를 계기로 두 사람의 사이가 더 가까워진다. 이 점은 <체리마호>가 지닌 소프트 BL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소프트 장르의 퀴어는 기존 퀴어장르와 다른 결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한다.  

과거 퀴어를 선보이는 작품들마다 내세웠던 수식어는 파격이나 충격이었다. 동성애가 지닌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맞서기 위해 시각적으로 충격을 줄 수 있는 러브 신을 넣는 데 주력했다. 반면 소프트 퀴어는 청춘 로맨스물의 느낌에 주력한다. 청량감을 중심으로 밝은 분위기를 유발하고 따뜻함을 바탕으로 포근한 느낌을 준다. 캐릭터의 갈등은 사회적인 억압이나 정체성의 문제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성장의 문제다.  

아다치와 쿠로사와는 외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다. 보호해 주고 싶은 여린 이미지의 아다치는 미래를 진중하게 바라보는 뚝심이 있다. 비록 부족한 면은 많을지라도 삶을 대하는 태도는 진중하다. 쿠로사와는 부족할 거 하나 없는 완벽남이란 이미지 때문에 내적인 부담을 짊어지고 살아왔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완벽한 합을 이룬다. 
 
 <체리마호> 스틸컷

<체리마호> 스틸컷 ⓒ (주)미디어캐슬

 
여기에 더해 핵심적인 매력 포인트는 이들이 다정함과 섬세함으로 무장한 남자들이라는 점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갈등 앞에서 자책하는 이들의 모습은 훈훈하기까지 하다.  

극장판이라는 점에서 팬서비스를 위한 장면도 다수 포함됐다. 본격적인 사내연애와 낚시터를 비롯한 데이트 장면을 통해 쿠로닷치 커플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함께 동거를 시작하는 모습을 통해 마니아층의 환호를 이끌어낼 준비도 끝마쳤다. 서브커플인 츠게와 와타야의 이야기를 통해 서사를 풍부하게 만드는 미덕도 챙긴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7월 7일~ 7월 17일)는 'Boys, Be, Love'를 통해 다수의 소프트 BL 작품을 선보였다. 소프트 BL이란 장르가 마니아층을 넘어 대중성을 갖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체리마호>는 그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대중성과 퀴어라는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두 단어의 조화를 이뤄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체리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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