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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숙제로 빠지지 않는 것이 곤충채집이지만 벌레에 대한 관심은 대부분 소년기 까지일 것이다. 인지능력이 발달하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흥미를 잃어버린다. 인간사의 모든 영역을 통틀어 곤충학은 마이너 중의 마이너 장르다. 취미활동으로서도 오직 소수만이 즐기는 영역이다. 

곤충을 소재로 한 문학도 마찬가지인데, 서양에서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알려져있고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황금충> 정도가 있을 것이다. 전자는 분위기로 보건데 바퀴벌레를 의인화 한 것으로 짐작되며 후자는 풍뎅이 종류다. <변신>이 자본주의 아래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린 가장을 그렸다면, <황금충>은 포의 소설 중에서는 비교적 밝은 분위기를 접할 수 있으며 추리소설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대한민국이라면 이외수의 <장수하늘소>가 있다. 주인공 형국은 곤충 밀매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장수하늘소를 잡아서 큰 돈을 벌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있다. 동생 형기는 내세에 더 가치를 두는 인물로서, 물만 마시며 피라미드 모형 아래에서 신선이 되고자 도를 닦고 있다. 형국은 장수하늘소 밀수출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출소하여 동생을 찾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갑충으로서 12cm까지 자란다.
▲ 장수하늘소 표본.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갑충으로서 12cm까지 자란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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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늘소는 70년대까지 광릉 수목원에 소수 개체가 살았으나 이후 멸종했다. 현재 국립수목원에서 장수하늘소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에 앞으로는 보통 사람도 살아있는 개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지 희소하면 인간의 욕망이 투영되기 마련이다. 장수하늘소는 뉴스타파에서 <욕망의 곤충, 장수하늘소>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었을 정도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녀석이다.

황우석 처럼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조작을 서슴치 않게 만드는 진귀한 곤충이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기에 표본은 물론이요 생체를 거래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우리나라 곤충 가운데 가장 몸집이 커서 최대 120mm까지 자란다. 보통 사람들이 장수하늘소를 봤다고 신고하는 녀석들은 대개 버들하늘소 이거나, 하늘소, 톱하늘소, 참나무하늘소 등이다.

돌을 들고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낸다

하늘소는 10mm도 안 되는 녀석부터 100mm를 넘는 놈까지 다양하다. 길게 뻗은 더듬이가 자기 몸길이 보다 커서 영명으로는 긴뿔딱정벌레(long-horned beetle) 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하늘소를 '돌드레'라고 했다. 돌을 움켜쥐고 들 만큼 힘이 쎄서 붙여진 이름으로서 지금도 북한에서 쓰이고 있는 명칭이다.

하늘소를 손으로 잡으면 앞가슴과 가운뎃가슴을 마찰시켜 '끼익끼익' 하는 경계음을 내는데 얼핏 들으면 애기울음과 비슷하게 들린다. 애벌레는 나무 속을 파먹고 살며 3년 정도 자라나 성충이 된다.
 
꽃하늘소 종류는 꽃이 핀 곳이면 어디든 날아온다.
▲ 알통다리꽃하늘소. 꽃하늘소 종류는 꽃이 핀 곳이면 어디든 날아온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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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몇 종의 하늘소를 살펴보자. 꽃하늘소(붉은산꽃하늘소, 긴알락꽃하늘소, 알통다리꽃하늘소 등)와 같이 작은 놈들은 꽃이 핀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나무에 알을 낳는 녀석이 대부분이나 남색초원하늘소는 풀줄기에 산란한다. 몸 길이는 15mm 정도이며 더듬이 중간에 복실복실 털뭉치가 있기에 총채를 연상시킨다.

버들하늘소는 갈색의 몸매이며 암컷은 뭉툭한 산란관이 꽁무니에 나와 있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크기가 50mm를 넘으며 몇 종의 활엽수(양버즘나무, 벚나무, 호두나무, 고로쇠나무,  사과나무, 오리나무, 수양버들 등)에서 볼 수 있다. 야행성이라 무더운 한 여름밤 인근 숲을 걷다보면 짝짓기를 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이 장수하늘소로 착각할 만큼 덩치가 크다.
▲ 하늘소. 보통 사람이 장수하늘소로 착각할 만큼 덩치가 크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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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100mm에 달하며 노랑털이 딱지날개를 살짝 덮고 있는 하늘소도 비슷한 생활사를 갖고 있으며, 2017년 도봉구 일대에 대량 발생하여 도시민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다.

검정하늘소는 유난히 더듬이가 짧은 녀석이다. 다부진 체격을 갖고 있어 곤충계의 씨름선수를 보는 듯하다. 톱하늘소는 더듬이가 톱날 같이 생겨서 붙여진 명찰이다. 참나무 숲에서 살며 암컷이 기묘하게 생긴 생식기를 내놓고 페로몬을 풍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냄새에 수컷이 이끌려 오면 짝짓기를 하고 세대를 이어간다. 
 
대량 발생시 나무를 말라죽게 만든다.
▲ 알락하늘소. 대량 발생시 나무를 말라죽게 만든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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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색 몸매에 흰색 점이 얼룩덜룩 박혀있는 알락하늘소는 버드나무를 비롯하여 감귤나무와 고로쇠나무 등에 피해를 입힌다. 단단한 주둥이로 나무에 구멍을 내고 100여 개의 알을 낳으며, 애벌레는 목질부를 파먹고 자라므로 대량발생하면 과수농가의 골칫거리다.

털두꺼비하늘소는 나무껍질을 닮은 몸매에 검은점이 산포되어 있으며 등 부분에 한 쌍의 털 뭉치가 있다. 벌채 되거나 죽은 나무에서 볼 수 있는데, 표고버섯을 키우는 나무에도 날아들므로 농부의 미움을 받는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장수하늘소, #뉴스타파, #참나무하늘소, #하늘소, #돌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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