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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신임사장이 자동차전문기자들과 라운드테이블 미팅에서 이야기를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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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자를 향해 웃으면서 잠시 머뭇거렸다. 이어 "이제껏 솔직하게 답변을 했지만…"이라며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다"면서 말을 이었다. 기자가 "프랑스 본사에서 '왜 당신을 한국에 보냈을까' 생각해 본 적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신임 사장이다. 한 여름에도 긴팔 옅은 녹색 자켓의 편한 복장으로 기자를 만난 그는 "(부임한 지)얼마 안된 한국에서의 시간이지만, 그동안 느꼈던 생각과 이야기를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했다.

지난 7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르노코리아 디자인센터. 그동안 취재때문에 몇차례 방문했던 곳이라 낯설지 않았다. 이날 드블레즈 사장은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AWAK) 기자들과 라운드 테이블 미팅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연구소 겉모습은 그대로 였지만 내부는 변화의 소용돌이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올 3월부터 회사 이름부터 바뀌었다. 기존 '르노삼성자동차'는 사라지고, '르노코리아'가 새 이름이다. 주요주주였던 삼성카드가 지분(19.9%) 매각을 추진하면서, 삼성과 최종 결별했다. 당연히 사명에 '삼성'은 빠졌고, 이름도 바뀌었다. 회사 로고도 좀더 간결해졌다. 그리고 새로운 사령탑이 왔다. 

"올초 르노 회장으로부터 한국 발령 받자, 처음엔 '실망했다'"

프랑스 르노그룹이 선택한 사람이 스테판 드블레즈(49)다. 그는 르노에서 핵심인사로꼽힌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그룹 주요 글로벌 핵심지역인 브라질과 중국에서 근무했고, 본사에서 준중형급 신차 개발 프로그램을 도맡았다. 또 자동차 미래사업을 맡아 추진하기도했다. 프랑스 본사는 왜 그를 한국으로 보냈을까. 그에게 물었다. 

"올해 1월 그룹 회장이 갑자기 사무실에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어요. '왜 그럴까' 궁금했어요. '한국으로 가라'고 하더군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처음엔 실망스러웠어요. 그리고 회장에게 말했죠. '(르노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 위해서라면 (나를) 보내지 않았으면한다'고…회장이 그러더군요. '우리가 그럴 생각(한국시장 철수) 이었다면, 당신을 보내지않았을 것'이라고…"

드블레즈 사장은 이어 최근 프랑스 본사 고위 임원과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르노코리아의 내부 혁신을 진행중인 그는 본사 쪽에 기술 분야 인원 충원을 요청했다고 했다. 그는 "해당 임원이 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줬다"면서 "그는 '회장이 당신을 한국시장에 보낸것 자체가 그곳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전 파리 본사 회장에게 직접 향후 르노코리아 5개년 계획을 보고했다"면서 "앞으로 한국시장 성공을 위해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이고, 해결해야할 일들이 많지만반드시 극복해서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국 길리그룹의 투자는 마무리단계...인사 등 경영엔 참여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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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신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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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밝힌 해결해야할 과제는 많다. 당장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한 투자유치와 지분구조 등부터 명확히 정리 해야 한다. 기존 삼성과의 결별에 따라 2대주주였던 삼성카드 지분을 중국 최대민영완성차 업체인 길리그룹이 인수했다. 

지난 5월 길리그룹 아래 길리오토모빌홀딩스는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확보하면서 2대주주로 올라섰다. 길리그룹은 중국내 자동차 생산 뿐아니라 스웨덴 볼보 폴스타(전기차), 스마트 등에도 투자해 파트너십을 맺고있다. 이에따라 향후 르노코리아의 차량 개발과 생산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드블레즈 사장은 길리그룹과의 향후 협력적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길리쪽으로부터 자본유치 등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고, 아직까지는 공식주주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길리의 지분참여는 수개월내에 마무리될 것"이라며 "르노코리아 변화와 성장을 위한 좋은 파트너가 되겠지만, 인사를 비롯한 주요 의사결정 등 경영권 행사는 내가 직접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그는 르노코리아의 현재 위기진단과 함께 미래 투자방향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했다. 한때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내구성과 가성비 높은 차량들을 선보이며 10%를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신차개발을 위한 투자와 연구개발이 늦어지고, 주력차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과거 르노삼성차의 위상도 크게 떨어졌다. 

"르노와 길리 등과 적극협력...우리만의 색다른 친환경차를 선보일것"

드블레즈 사장은 "한국에 온 이후 지금까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면서 "과거 브라질 등에서 근무했을때 얻은 교훈은 실패는 언제나 있을수 있으며, 위기와 기회는 항상 같이 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코리아 역시 여전히 한국시장에서 어려움에 있지만, 뛰어난 인적자원과 훌륭한 플랫폼을 갖고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길리그룹과의 투자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이루고, 프랑스 본사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대대적인 인력보강과 내부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생각이다. 또 한국 소비자들에게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메이드인 코리아'로 만들어, 현대기아차의 새로운 대안이 되겠다고 했다.

최근 급변하는 자동차시장 환경에 맞춰, 우선 올해 말 준중형급 스포츠다목적차(SUV)인 엑스엠3(XM3) 하이브리드를 내놓는다. 또 내년중으로 르노와 길리그룹과 함께 새로운 하이브리드 차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는 "국내에서 현대기아차와 직접적인 경쟁이 아닌 우리만의 색다른 방식의 자동차를 통해 경쟁할 것"이라며 "르노와 길리 등과 적극 협력해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가진 신차를 선보이고, 이후 전혀 새로운 전기차도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2시간여 동안 드블레즈 사장은 "모든 것은 열려 있다"면서,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변화와 혁신에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위기를 극복할수 없다는 것. 글로벌 시장에서 대부분 회사들이 당연히 여기는 것이지만, 이를 실천하고 성과를 내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글로벌 기업들이 오랫동안 생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랑스 르노그룹도, 르노코리아도 마찬가지다. 드블레즈 사장의 위기극복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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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신임사장이 자동차전문기자들과 라운드테이블 미팅에서 이야기를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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