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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날개는 이름 그대로 딱지날개가 몸통의 절반 정도만 덮고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반날개과에 속하는 곤충은 환경미화원 역할을 하는데 주로 동물의 사체에서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영명으로도 '짧은날개청소부(short-winged scavenger)' 라고 하며 죽은 동물 뿐 아니라 다른 벌레를 산 채로 잡아 먹기도 한다. 한 마디로 말해 곤충계의 하이에나라고 할 수 있다.

친근하지 않은 모양과 식성 때문에 악마딱정벌레(devil beetle), 혹은 떠돌이딱정벌레(rove beetle)라는 별칭이 있다. 낙엽이나 돌 밑과 같은 좁은 틈새를 잘 파고 들어가다보니 자연스럽게 딱지날개가 작아지고 배가 훤하게 드러나게 적응했다.

어떤 종은 꽃 위에서 날아다니며 수분을 돕는 녀석도 있고 또 다른 종은 버섯에서 살아간다. 작은 놈은 1mm가 채 되지 않으며 큰 녀석은 40mm 가까이 자라기도 한다. 대부분의 종은 5mm 내외의 크기이나 홍딱지반날개는 약 20mm 정도의 몸매를 가졌다. 야행성이며 게걸스럽고 포악하여 가리는 음식이 없다. 배 근육이 발달하여 유연성이 탁월하며 엄청나게 부산스러워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힘든 일을 할 때 반코팅 장갑을 끼듯이 녀석의 앞발에는 억센털이 벙어리 장갑 마냥 갖춰져있다. 생기다 만 것 같은 겉날개 아래에는 반투명한 속날개를 3단으로 접어서 갈무리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돌 틈 속에 숨어 있으므로 쓸 일이 없지만 비행해야 할 때는 순식간에 날개를 펼친다. 마치 생수통 옆의 종이컵을 벌리기 위해 훅~ 하고 입김을 불듯이 갑작스럽게 속날개를 활짝 뽑아낸다.
 
만능의 꼬리를 이용해 속날개를 접으며 등에서 페로몬을 내어 수컷을 부른다.
▲ 홍딱지반날개 만능의 꼬리를 이용해 속날개를 접으며 등에서 페로몬을 내어 수컷을 부른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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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배마디는 만능의 도구, 생존을 위한 기관이며 요사스런 꼬리다. 날개를 접어 넣을때 꼬리는 맥가이버 칼을 능가한다. 배를 이용해 한쪽 날개를 사선으로 구부린 뒤에 다른 쪽 날개 위로 겹쳐서 한 번 더 접는다. 그 다음에 딱지날개를 들어올리고 요망스런 꼬리를 이용해 3단으로 개서 밀어넣는다. 녀석은 꼬리를 능수능란하게 혀처럼 이용한다. 혀놀림에 대응하는 배놀림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때때로 날개를 엉거주춤하게 들어올리는 묘한 자세를 잡는데 암놈이 페로몬을 풍겨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목적이다. 짝짓기 호르몬에 이끌린 수컷이 여러 마리면 서로 다투다가 잡아먹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동물의 똥이나 사체를 분해하는 작은 곤충을 사냥한다.
 
베컴 머리 스타일에 황금색 털을 가진 곤충계의 패셔니스트.
▲ 노랑털검정반날개 베컴 머리 스타일에 황금색 털을 가진 곤충계의 패셔니스트.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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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몸집과 습성을 가진 노랑털검정반날개는 곤충계의 패셔니스트로서 머리와 가슴, 꽁무니에 황금색 털다발이 멋진 녀석이다. 머리털은 닭벼슬을 연상시키는 모히칸 스타일을 하고 있으며 빛이 비추는 각도에 따라서 반쪽은 금발이나 다른 절반은 검은색을 띈다.

생명체가 죽으면 제일 먼저 파리가 날아와 알을 까고 구더기로 자라나면서 주검을 분해한다. 이 때를 맞춰 반날개를 비롯한 여러 딱정벌레가 찾아와 파리의 개체수를 조절하여 생태계의 균형을 잡는다. 

모르는 대상은 숭배 아니면 공포로 반응

2020년 9월에 질병관리청에서는 카드 뉴스를 통해 화상벌레 주의보를 내렸다. 바로 청딱지개미반날개(Paederus fuscipes) 때문이다. 7mm 정도의 가느다란 몸매라서 언뜻 보면 개미처럼 생겼으며 개천이나 하천의 제방, 논과 밭에서도 볼 수 있다. 야행성이므로 불빛에 유인되어 가로등 밑에서 주로 볼 수 있으며 옥내로 들어오기도 한다.
 
살결에 닿으면 피부가 붉게 변하거나 물집이 잡힐 수 있다.
▲ 청딱지개미반날개 살결에 닿으면 피부가 붉게 변하거나 물집이 잡힐 수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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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은 알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페데린(Pederin) 이라는 독성 물질을 갖고 있다. 이 물질이 살갗에 닿으면 화학적 화상을 입을 수 있으며, 접촉 정도에 따라서 피부가 붉게 변하기도 하고 물집이 잡히기도 한다. 여러 미디어에서 과장 보도하였는데 인간이 가진 원시적인 본능과 곤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150종의 반날개가 살며 이 중에서 피해를 주는 놈은 지금까지 청딱지개미반날개 한 종이다. 실제 피해 사례는 거의 없으며 단지 불안감 때문에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청딱지개미반날개를 만날 기회는 극히 적다. 실내에 들어왔더라도 접촉만 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지 않는다. 오히려 페데린 관련 화합물은 암세포의 분열을 늦추기 때문에 항암제로 연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반날개, #청딱지개미반날개, #홍딱지반날개, #노랑털검정반날개, #단칼곤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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