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방치되다가 버려지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버려진 유기식물도 살아날 수 있을까요? 그것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믿어보며 반려식물 이야기를 시작합니다.[기자말]
화분. 잘 자라고 있다.
 화분. 잘 자라고 있다.
ⓒ 장순심

관련사진보기

 
첫 유기 식물 해피트리는 이제는 번듯하고 멋지게 잎을 펼치고 있다. 조금만 더 무성해진다면 식물원에서 막 구입한 화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집에 들어온 식물의 생명력은 가족들에게 생명의 신비를 직접 경험하게 했고 어떤 생명도 그냥 버려지는 것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것 같다. 마치 한 생명을 살린 것 같은 뿌듯함은 덤이었고.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는 여기저기서 식물이 들어온다. 화분을 준다는 이유로 병든 식물이 따라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이건 무슨 식물 응급구조사도 아니고... 사실 그런 식물을 처치할 만큼 전문적 지식도 없지만, 아직까지 경험으로는 골든타임을 얘기할 정도로 식물은 하루 이틀에 죽는 것 같지는 않다. 

식물을 살리는 나만의 비법이란 건 없다. 다른 식물처럼 느긋하게 기다리고 물을 때 맞춰 잘 주고 마음을 쏟기만 하면 저절로 소생하는 느낌이다. 어설펐던 처음과 다른 것이 있다면 분갈이할 때 배수에 특별히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마사토를 더 많이 깔고 자잘한 자갈도 섞어 물이 잘 빠지도록 화분 바닥을 신경 쓴다.

화분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물을 주는 데만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잎에 분무만 해주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 번이지만 물을 줄 때면 양이나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수돗물을 이틀 정도 물통에 받아 두었다가 주는데, 물통 6~7개는 족히 들어가야 화분의 물 주기가 끝난다.

뿌리파리의 등장
 
일단 끈끈이를 사서 날아다니는 것들이라도 잡아보자고 생각했다. 초파리용 끈끈이를 구입해서 화분마다 놓아두었다.
 일단 끈끈이를 사서 날아다니는 것들이라도 잡아보자고 생각했다. 초파리용 끈끈이를 구입해서 화분마다 놓아두었다.
ⓒ 장순심

관련사진보기

 
최근 나를 괴롭힌 것은 뿌리파리다. 어느 날부터 한두 마리씩 초파리 비슷한 것이 식물 근처에서 날아다니길래 날이 더워져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숫자가 급속히 불어나더니, 어느 날 흙 위를 마구 기어 다니는 것이 아닌가.

헉! 벌레라면 진저리를 치는 사람이다. 초파리 종류는 여름에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 그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오글오글 기어 다니는 것을 보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난감한 표정으로 가족들을 쳐다보니 모두 무심한 얼굴이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일단 검색을 하니 그것들의 정체는 뿌리파리라고 했다. 

식집사를 자처했으니 퇴치도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그나마 큰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 여기며 40여 개의 화분을 모두 살폈다. 뿌리파리가 특별히 많은 화분 주위에 있으면 일단 모두 위험 상태였다. 마음은 급했지만, 처치 방법을 자세히 찾아보았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니. 

뿌리파리는 알에서 성충이 되는 데 22일이 걸린다고 한다.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햇빛을 피해 땅속으로 파고든 뒤 습한 곳으로 이동, 뿌리를 잘근잘근 씹어먹거나 (조직이 연약한 유묘의 경우) 아예 뿌리 조직 내부로 파고든다. 즙액이 풍부한 줄기까지 침범해 결국 식물을 고사시키기도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수많은 선택지 중 내가 선택한 방충제는 합성화학물질이 없는 유기농으로 특허받은 상품이다. 한두 번으로는 완전히 죽일 수 없기 때문에 최소 일주일에 걸쳐 꾸준히 약을 사용해야 숨은 마지막 유충들까지 확실히 죽일 수 있다고 했다. 집 내부의 모든 화분에 일제히 약을 쳐주고 끈끈이를 적당히 잘라 화분의 흙 근처에 놓아둬서 날아다니는 성충들을 잡아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주문을 하고 배송이 되기를 기다리며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 끈끈이를 사서 날아다니는 것들이라도 잡아보자고 생각했다. 초파리용 끈끈이를 구입해서 화분마다 놓아두었다. 이미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화분도 있었는데 분갈이를 통해 아예 흙을 바꿔주었다.
 
식물 관련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키우는 식물들의 정보를 모으는 것도 요즘의 새로운 일과다.
 식물 관련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키우는 식물들의 정보를 모으는 것도 요즘의 새로운 일과다.
ⓒ 장순심

관련사진보기


조급한 마음을 달래며 이틀을 보냈고 드디어 배송된 방충제를 뿌렸다. 뿌리파리들이 무기력하게 쓰러지는 것처럼 보였다. 식물에는 무해하고 벌레만 죽인다는 말을 믿고 충분히 분무해 주었다. 일주일간 부지런히 뿌리니 뿌리파리는 많이 진정된 것 같았다. 더불어 화분마다에 설치한 끈끈이에는 뿌리파리가 많이 달라붙어 있었다. 흙에서 기어 다니던 것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뿌리파리로 인해 때아닌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다음엔 어떤 해충이 또 등장할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잔뜩 예민해져 있다. 식물에 생기는 병해의 원인으로 진딧물이나 접촉에 의해 전염되는 바이러스와 고온 다습할 때 발생하는 세균, 대부분의 식물 병의 원인인 곰팡이균을 꼽는다고 한다. 벌레라고 하면 마음부터 불안해지지만,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사람이 괴로운 것처럼 식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무엇보다 모든 병은 초기 발견이 중요하기에 평소 꼼꼼히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식물을 돌보는 것도 사람 돌보듯

식물을 키우며 몰랐던 것들을 날마다 알아간다. 아들을 비염으로부터 조금이라도 해방시켜 보겠다는 하나의 목표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식물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 같다. 모든 돌봄이 그렇듯이 식물을 돌보는 것도 사람을 돌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찬찬히 살피고 이상 신호를 발견하는 즉시 처치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 

생육 환경이 좋은 것인지, 정성이 통한 것인지 식물은 뿌리파리의 위협 속에서도 매일 새 잎은 낸다. 어느새 잎이 촘촘해진 화분은 이발하듯 가지를 치거나 잎을 정리해 준다. 가지치기는 과감하게 하라는 말에 햇빛과 잎의 밀도를 고려해서 잘라낸다. 죽거나 시든 가지의 상한 부분도 잘라내고, 화분에 비해 웃자라거나 잎이 많아 보이면 가지를 쳐서 햇빛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신경도 쓴다. 

식물 관련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키우는 식물들의 정보를 모으는 것도 요즘의 새로운 일과다. 식물과의 애정 넘치는 대화는 여전하다. 나갔다 올 동안 잘 지내기를, 베란다 창문을 열어 놓으며 들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기를, 비 오는 날의 습도를 충분히 즐기기를 바란다. 

며칠 장맛비가 내리더니 다시 쨍한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공기 중에 습기가 가득할 때는 물을 주지 않아도 괜찮았는데, 주말의 뜨거운 햇살에 화분의 흙도 마른 듯하여 물을 듬뿍 주었다. 이 여름의 무더위도 함께 잘 견뎌보자고 말을 건네며.

태그:#뿌리파리, #식집사, #해충 피해, #유기농 살충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