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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김승환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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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아프면 제일 먼저 허리 디스크를 의심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무척 다양하며 디스크 손상은 다양한 원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

디스크가 터져 수핵이 흘러나와 신경을 누르거나 디스크 자체에 병변이 있어 통증이 생기기도 하지만, 디스크는 멀쩡한데 디스크를 둘러싼 근육이나 인대가 손상되었어도 허리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사실 디스크와 디스크를 둘러싸고 있는 근육과 인대는 서로 보완해주는 작용을 한다. 설령 디스크가 조금 약해도 근육과 인대가 튼튼하게 꽉 잡아주고 있으면 터질 염려가 적다.

일반적으로 디스크는 가뜩이나 부하를 견디느라 약해져 있는데, 주변 근육과 인대마저 약하거나 손상되어 잡아주지 못할 때 잘 터진다. 결국 허리 디스크로 인한 통증은 디스크 자체만 손상된 것이 아니라 주변 근육과 인대에 문제가 생겨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생긴다고 해도 무방하다.

똑같이 허리가 아파도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내야 효과적으로 통증을 제거할 수 있다. 디스크가 터져 흘러나온 수핵이 신경을 눌러 아픈 것이라면 수핵을 흡수시켜 더 이상 신경을 누르지 않게 해야 한다. 하지만, 허리 디스크가 문제가 아니라 주변 인대와 근육이 문제라면 손상된 인대와 근육을 회복하고 강화해주는 치료를 해야 통증이 사라진다.

허리 디스크뿐만 아니라 디스크 주변의 근육과 인대가 아닌 또 다른 원인으로도 허리가 아플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증상만 보면 허리 디스크와 유사한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허리 디스크가 원인이었다면 허리 디스크 치료만으로 통증이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허리 디스크에 준하는 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통증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50대 중반의 여성이 보행이 어렵고 허리가 아프면서 종아리가 터질 듯한 통증을 호소하면서 내원했다. 허리와 다리가 동시에 아픈 증상은 지독한 감기를 앓고 난 후 1주일쯤 지나서 나타났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하고 기다리는 동안 증상이 더욱 심해져 20일 전 다른 병원을 찾아 MRI 검사를 했다. 그 결과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고 수술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환자는 수술을 원치 않아 본원에 내원하게 되었다.

다른 증상을 배제했더라면 MRI 영상만으로는 충분히 허리 디스크를 의심할만한 상황이었다. 입원 치료를 하면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증상을 유심히 관찰했더니 환자는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진단되었다.

길랑바레 증후군은 허리 디스크와 증상이 유사해 오인하기 쉽다. 연령대가 있는 환자이다 보니 MRI 영상에서 디스크 소견이 보였고, 허리 통증 및 하지 방사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길랑바레 증후군 초기에는 증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증상에 있어 분명한 차이가 있다. 허리 디스크는 보통 특정 신경이 지배하는 특정 근육의 힘이 빠진다.

예를 들어, 오른쪽 다리로 가는 신경이 눌리면 오른쪽 다리가 저리고 아프다. 반면, 길랑바레 증후군은 특정 근육이 아닌 양쪽 다리 모두 힘이 빠지고 아픈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흔히 보이는 허리 디스크 증상도 다른 여러 가지 잘 알지 못하는 질환과 감별해야 한다. 실제로 허리 디스크와 증상이 유사해도 디스크로 단정 짓지 말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증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허리 디스크로 오인해 엉뚱한 치료를 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는다.

 김승환(수원자생한방병원 원장)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허리디스크, #갈랑바레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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