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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모니터링단이 찍은 사진(출처: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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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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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철이 찾아오면서, 플라스틱 생수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생산되는 플라스틱 페트병은 30만 톤이 넘는다. 2021년 기준 시민 17.7%는 투명 페트병을 일주일에 7개 이상 소비한다고 응답했다. 여성환경연대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생수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76명(83.6%)이 '엄청난 양의 일회용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답했다(관련 기사 : 오늘 '생수' 사 먹은 당신이 놓쳐버린 사실 http://omn.kr/1ulde ).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재활용을 높이기 위한 노력 또한 중요하다. 2021년 환경부는 먹는샘물 제조업체 10곳과 협약을 체결해 생수 제품 중 20%를 상표띠가 없는 무라벨 생수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협약체결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여성환경연대는 시민 참여자들과 함께 플라스틱 생수가 소비되는 현장을 알아보기 위해 국내 매장 약 60군데 정도를 직접 찾아가 확인하며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무라벨 생수의 함정

여성환경연대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총 2년에 걸쳐 플라스틱 생수 시장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1차 플라스틱 생수 모니터링은 2021년 4월 28일부터 2021년 5월 5일까지 수도권에 있는 주요 대형쇼핑몰 및 온라인 마켓 12곳에서 시범적으로 진행됐으며, 2차 플라스틱 생수 모니터링은 2022년 5월 11일부터 2022년 5월 18일까지 총 45곳의 매장을 조사했다.

모니터링 결과, 매장 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수 브랜드의 개수는 평균 6.1개였다. 모니터링한 전체 장소 중에서 무라벨 생수를 판매하지 않는 경우는 31.1%였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PB생수 상품의 경우, 환경부와의 무라벨 협약의 대상이 아닌데도 상당히 많이 판매되고 있었다.

무라벨 생수의 경우, 묶음으로 팔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먹는 샘물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 고시'에 따라 필수적으로 제품명, 유통기한, 수원지 등 의무 사항을 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낱개 구매가 어렵고 대부분 비닐 포장이 돼 있다. 소비자의 선택이 무라벨로 향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무라벨 생수를 판매하면서 매우 친환경적인 생수를 판매하는 것처럼 과장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됐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수 용기를 무라벨 제품으로 전량 교체 및 생산할 경우 연간 최대 2640톤의 플라스틱 발생량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연간 플라스틱 페트병 생산량이 총 30만 톤이 넘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무라벨 적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감축량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현재 생산되는 무라벨 생수의 비중은 플라스틱 생수 전체 생산량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플라스틱 생수를 소비하는 것 자체가 이미 환경적인 소비라고는 보기 어렵다. 모니터링한 시민 중 한 명은 "무라벨 생수를 팔면서 녹색 한라산 모습을 통해 매우 친환경적인 플라스틱 생수를 파는 것처럼 과장하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또 다른 시민은 "무라벨 생수를 홍보하는 스티커와 포스터를 붙여놓고도, 실제 제품은 다 라벨이 붙어있는 경우도 발견됐다"며 "무라벨이라고 해도 플라스틱병 사용은 마찬가지인데, 무라벨이라는 것으로 플라스틱병 사용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무라벨 이슈가 반드시 플라스틱 생수만의 문제인지도 되짚어볼 만한 대목이다. 생수뿐만 아니라, 일부 탄산음료 제품에도 무라벨이 적용되고 있다. 플라스틱 생수뿐만 아니라 일반 음료수까지도 무라벨 협약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무라벨 생수를 친환경 생수로 포장하는 그린워싱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시민 모니터링단이 찍은 사진(출처: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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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량 생수 판매를 축소 및 금지하라

모니터링했던 전체 매장 중 절반 가까운 매장에서 500mL 미만의 소용량 생수를 판매하고 있었다. 2021년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500mL 이하의 소형 페트병 20%를 2L짜리 중형 페트병으로 바꿨을 때 연간 페트병 폐기물을 9052톤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플라스틱 생수의 가장 좋은 해결책은 플라스틱 생수 자체를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폐기물 양을 증가시키는 소용량 생수 판매 및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최근의 풍조는 기후위기의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마켓컬리의 경우, 소용량 제품을 단품으로 판매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모니터링한 매장에서 주요 생수 브랜드가 소용량 생수를 얼마나 판매하고 있는지 집계한 결과, 롯데아이시스와 제주삼다수가 33.3%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었고, 그다음으로 농심백산수가 28.9%의 비율로 비치돼 있었다. 이마트24에서 연도별 생수의 용량별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올해 5월부터 야외활동이 자유로워지며 소용량 생수 판매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500mL 미만의 소용량 생수를 판매 금지 혹은 축소하는 정부 차원의 규제 필요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매장 위치에 따라서도 다양한 판매양상이 발견됐는데, 원룸이 많거나 1인 가구가 모여있는 곳에서는 2L 벌크가 많은 반면, 역과 가까운 곳에서는 500mL 미만 소용량 생수를 판매하는 비율이 높았다. 소용량 생수 소비가 많은 곳에서 물을 리필해주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해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도 편의점과 협업해 콜라 등의 청량음료를 본인의 용기에 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었다. 음식도 용기를 들고 다니면서 받을 수 있듯이 편의점 등에서도 음료를 본인의 텀블러에 받을 수 있도록 판매하는 정책도 가능하리라 본다. 또한 영국, 이탈리아, 에콰도르, 칠레에서도 로컬 가게들과 협업해 물을 리필받을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을 진행한 바 있다. 이처럼 플라스틱 생수를 감축시키는 해외 사례들을 국내 사정에 맞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시민 모니터링단이 찍은 사진(출처: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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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지 않는 규제가 필요하다

플라스틱 생수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은 기후위기 시대에 맞춰서 변화한다. 그러나 기업의 변화는 너무나 더디다. 가장 먼저, 기업은 무라벨 생수 확대 등의 소극적인 대응이 '친환경'이라고 홍보하지 말고, 더 나아가 재사용할 수 있는 유리병 생수와 같은 다회용 생수 시스템 구축이나 플라스틱 생수병 역회수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또한, 2021년 12월부터 공동·단독 주택을 대상으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제도가 시행됐지만 전국 선별장 중 별도 선별 시설을 구축한 곳은 16.7%(총 341곳 중 57곳)에 불과하다. 심지어 분리배출제 시행 이후 투명페트병 재활용량 월평균 1만 9000톤 중에서 고급 원료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13.7%에 불과하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이나 관광지 등 사람이 밀집되는 특정 장소에서 생수판매금지 구역을 설정해 물을 사지 않고 리필하는 캠페인을 시범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관광지가 밀집된 지역을 모니터링했던 시민은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어디든 생수통과 플라스틱 음료컵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보고했다. 관광지에서도 텀블러 등에 물을 담아 다니는 등 지구를 생각하는 행동이 힙한 것이라는 '제로웨이스트 여행' 라이프스타일이 확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이슈에 있어서 환경부의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시대, 플라스틱 생수 기업들과 시민들 사이를 중재하며 기업의 변화를 끌어내야 하는 것은 정부다. 기업 눈치 보기가 아닌 더 적극적인 플라스틱 생수에 대한 규제 정책을 정부에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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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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