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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6.1 지방선거 당선자 대회 및 워크숍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축사하고 있다.
 지난 6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6.1 지방선거 당선자 대회 및 워크숍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축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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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의원 집안 소유 호텔이 과거 공안기관의 고문·불법감금에 협조 혹은 묵인했다는 유튜브 방송 발언으로 기소됐던 인터넷 언론 <민중의소리> 기자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지난 6월 27일, 나 전 의원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해 재판에 넘겨졌던 <민중의소리> A기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나 전 의원이 21대 총선 직후인 2020년 5월 A기자를 고소한 지 2년 2개월 만이다.

A기자는 총선 직전인 지난 2020년 3월 <민중의소리> 유튜브 영상에 출연해 과거 나 전 의원의 외가가 운영했던 '그레이스호텔'을 거론하며 "공안기관의 불법구금에 협조했던 혹은 묵인했던 호텔은 아무 죄가 없을까요"라고 말했다.

1980년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공적 공간이 아닌 호텔에 불법구금하고 고문했던 '호텔수사'가 만연했는데, 그레이스호텔에서도 이 같은 불법 수사가 자행됐었다고도 밝혔다. A기자는 그 예로 1981년 시어머니 등 3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으나 고문에 의한 자백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윤노파 사건'의 고숙종씨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을 목격한 의사 오연상씨를 거론했다.

나 전 의원은 '정희영(나 전 의원 외조부)씨가 그레이스호텔 소유주였다'는 말과 '그레이스호텔이 불법 수사를 협조하거나 묵인했다'는 A 기자의 말이 허위사실이라면서 A기자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고소했다.

경찰은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A기자가 "나경원을 비롯한 일부 야권 성향 정치인들이 더 이상 정치를 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이들에 대한 비판 영상을 계속 게재했고, 나 전 의원이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그의 외조부 정희영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면서 2020년 10월 그를 재판에 넘겼다.

불법 수사가 문제가 된 1980년대 당시 그레이스호텔의 소유주는 삼화건설이고 삼화건설의 대표는 정희영의 아들 정훈기였으며, 호텔 임직원들은 당시 불법수사가 이뤄진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A기자 발언이 허위라는 요지다.

재판부는 "특정 개인이 호텔을 소유하는 것과 그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이 호텔을 소유하는 것은 동등하게 평가하는 게 통상적"이라며 "그레이스호텔 창업주가 정희영인 점은 분명하고, 그레이스호텔 영업 주체로서 호텔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사람이 정희영이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레이스호텔이 불법을 협조하거나 묵인했다'는 발언에도 "의견과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일뿐 구체적 사실을 공표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불법감금·고문이 확인된 두 개 사례가 그레이스호텔에서 벌어진건 사실이고, 호텔 임직원이 장기간의 감금·고문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해당 발언의 내용이 허위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정치인들, 비판을 재판으로.. "언론인 위축 효과"

A기자는 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통상 언론에서 이뤄지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을 나경원 전 의원이 무리하게 고소했고, 검찰은 경찰이 무혐의로 송치한 사건을 무리하게 기소했다"면서 "법원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 전 의원을 포함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의 비판 발언을 고소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 등 정치인의 무분별한 고소가 늘고 있다"며 "명백한 허위 비방이 아닌, 비판과 논쟁의 영역이라면 이를 무턱대고 재판으로 끌고 가는 건 잘못됐다. 언론 자유를 위축시켜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A기자는 검찰의 기소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검찰이 구형할 수 있는 최저 형량인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대검에서 기소 지휘가 내려와서 기소한 사건'이라고 밝히기도 했다"며 "검찰은 최근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피고인 인권 보장' 등을 역설했지만, 경찰이 무혐의로 보낸 사건을 기소하면서 추가 피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는 등 피고인 방어권을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태그:#나경원 , #그레이스호텔, #기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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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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