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03 11:24최종 업데이트 22.07.03 11:24
  • 본문듣기
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 [편집자말]

쓰레기 섬 ⓒ 오션클린업


1997년 여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하와이로 가는 요트 경기를 마치고 캘리포니아로 돌아가는 길에 찰스 무어는 이상한 섬을 우연히 발견했다. 무어는 북태평양을 항해하던 중 바람이 불지 않는 무풍지대에 3주간 갇히게 됐다.[1]  

해류가 모이는 자리인 그곳에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 더미가 있었다. 훗날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PGP, 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는 이름이 붙으며 세계의 관심사가 된 쓰레기 섬은 이렇게 발견됐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라고 불리는 쓰레기 섬의 면적은 약 160만㎢ 이상으로 추정된다.[2] 무려 대한민국 영토의 16배에 달하는 넓이다. 국제 해양환경단체인 '오션 컨서번시'에 따르면 매년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으로 흘러 들어간다. 1분마다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쓰레기 수거차 한 대를 바다에 버리는 것과 동일한 양으로, 해양 고체 오염물질 총량의 60~80%를 차지한다.[3]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류를 따라 이동하다가 해류가 모이는 중심 부근에 모여 쓰레기 섬을 형성한다. 세계 전역에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기 때문에 해양 플라스틱 축적 지역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에 총 5개가 생성되었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플라스틱 축적 지역은 북태평양의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에 있다.[4]

이곳은 북태평양의 4대 해류(쿠로시오 해류, 북태평양 해류, 캘리포니아 해류, 북적도 해류)가 모이는 곳이자, 이곳을 지나는 해류가 중국, 대만, 베트남, 미국 등 다양한 국가를 경유하기 때문이다.[5]
 

북태평양에 흐르는 해류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 위치 ⓒ 미국 해양대기청


160만㎢에 달하는, 그토록 거대한 섬임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섬은 위성 지도 사진에서 찾아볼 수 없다.[6] 쓰레기 섬이라고 하면 쉽게 연상되는 플라스틱 더미와 달리, 이곳을 구성하는 대부분이 미세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7]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국제 비영리 환경단체인 '오션 클린업'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5㎝ 이상의 커다란 플라스틱이 쓰레기 더미 질량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나, 전체 개체 수로 본다면 그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GPGP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개체의 94% 이상은 0.5㎝보다 작은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일부 커다란 플라스틱 및 어망 등의 해양 쓰레기와 결합하여 보이지 않는 섬을 이룬다.[8]

쓰레기 섬이 가지는 진정한 공포는 여기에 있다.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회수해 없앨 수 있지만, 바닷물에 이미 녹아든 미세플라스틱은 수거하기 매우 어려울뿐더러 장차 세상 어디로나 숨어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침식으로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에는 플라스틱 제조 과정 중 첨가된 가소제와 난연제, 자외선 안정제, 산화방지제 등의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9]

또한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의 특성상 높은 흡착성을 지니기에 유기오염물질을 쉽게 흡수한다.[10] 해양 생물에게 교란을 일으켜 먹이로 섭취된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에게 물리적 상해를 일으키고 섭식 행동을 변화시키며, 성장과 생식 능력의 저하를 불러온다.[11]

해양 생물이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의 연쇄로 인간에게도 흡수된다. 2018년에는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소금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되어 있다는 네덜란드의 환경 과학자 알버트 쾰만스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12]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요즘 인간은 1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13] 

'트래시 아일스'라는 국가
 

오션클린업의 쓰레기 제거 ⓒ 오션클린업

     
오션클린업의 설립자인 보얀 슬랫은 더 많은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막아야 할 뿐만 아니라, 바다에 이미 존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적극적으로 청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4] 청소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분해 과정에서 플라스틱의 부력이 사라지면 미세플라스틱이 심층으로 가라앉아 바다를 오염시키기 때문이다.[15]

오션클린업은 바다 위에 떠도는 플라스틱을 제거해내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2013년 설립된 단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추가적인 유입을 막는다면 대부분의 바다는 스스로 정화하지만, GPGP는 부유하는 기존 쓰레기를 제거하지 않고는 복원될 수 없는 수준이다.[16]

선박을 통해 바다 위에 떠 있는 쓰레기를 제거하는 기존 방식으로 GPGP를 청소하는 데 수천 년까지 걸릴 수 있으며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GPGP의 1%가량을 청소하는 데에만 1년에 67척의 선박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션클린업은 새로운 플라스틱 포획 장치를 개발 중이다. 물에 뜨는 부유식 튜브를 인공 해안선처럼 길게 배치한 뒤, 해류가 일으키는 소용돌이 현상을 통해 부유하는 쓰레기들이 배치된 선 안으로 모이도록 하는 구상이다.[17]

오션클린업이 개발한 시제품인 중 하나인 '시스템 002'는 2021년 7~12월 가동되어 5개월에 4만 273kg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했다.[18] 부유식 튜브를 이용한 쓰레기 수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2022년 3월부터는 '시스템 002'의 크기를 확장한 장치인 '시스템003'이 개발되어 가동 중이다.[19]

포획 장치의 크기를 점차 키우며 기술을 발전시키는 중인 오션클린업은 이 장치가 완성되면 차후 5년 내에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의 절반을 청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20] 더 나아가 이들은 2040년까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를 포함해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의 90%를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재활용해 새로운 상품으로 판매하고자 한다.[21] 플라스틱 포획 장치가 완성되기까지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오션클린업의 목표가 달성된다면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 즉 GPGP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쓰레기 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단체와 각 국가의 노력 또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비영리단체 '플라스틱 오션 파운데이션'과 영국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래드바이블은 쓰레기 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쓰레기 섬을 유엔 회원국으로 지정해달라고 2017년에 유엔에 요청했다.[22] 요청 결과 놀랍게도 쓰레기 섬은 '트래시 아일스'(Trash Isles)이라는 이름이 붙은 하나의 국가로 인정되어 20만 명의 국민을 보유하게 됐다.[23] 이 중에는 미국의 전 부통령인 앨 고어가 포함되어 있다.

맑은 바다를 볼 수 있을까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은 2019년부터 매년 해양 쓰레기 대응 조치를 담은 G20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 G20

 
태평양 한 가운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에는 플라스틱 제조와 유통, 소비의 전과정에 걸쳐 거의 모든 세계인이 직간접적으로 관여돼 있다.[24] 특정 국가의 사법체계가 적용될 수 없기 때문에,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 공조는 필수 사항이다.[25] 해양쓰레기 문제가 유엔환경총회(UNEA)와 G7, G20 등 다양한 국제회의 석상에서 꾸준히 논의된 이유다.[26]

그 결과 2017년 7월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G20 해양쓰레기 행동계획'이 합의되었고, 이것을 기반으로 2019년 6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행동을 위한 G20 이행 프레임워크'가 수립됐다.[27] 유럽연합(EU) 또한 2019년 이사회 지침을 통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폐기물 증가를 막아야 한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28] 지속가능하고 독성이 없는 재사용 제품을 우선하고 관련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G20 국가들은 해양 쓰레기 정책을 수립하고 정보를 공유하기로 합의해 2019년부터 매년 해양 쓰레기 대응 조치를 담은 G20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29] 2, 3차 보고서에는 G20 외 다른 국가들의 조치도 담겼다. 해양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국제적 합의에 동의한 국가 중 60% 이상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축소와 폐기물 관리 및 재활용 시스템 개선, 강과 해안의 지속적인 정화 활동을 수행했다.[30]

국가들은 육지에서, 또는 강과 호수를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줄이는 데 합의하고 합의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그중에서 영국은 2021년 재활용 플라스틱 30% 미만인 플라스틱 포장 용기에 세금을 도입해 추후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한국은 미세플라스틱의 해양 오염도를 평가하고자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 연구계획을 시행하기로 결정해 모범 사례로 꼽혔다.[31]

다만 각 국가는 대양의 쓰레기 섬의 확장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플라스틱 배출을 방지하고 자국의 영해만을 정화할 뿐, GPGP를 비롯 현존하는 대양의 거대 쓰레기 지대의 정화를 논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대양의 거대 쓰레기 섬들은 많은 국가에 귀책 사유가 있기에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책임지지 않는다.[32] GPGP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는 이들은 오션클린업과 같은 비영리단체가 대부분이다.[33]

과연 2040년에는 쓰레기 섬이 사라진 맑은 바다를 볼 수 있을까. 아니면 국민국가 체제의 한계에 안주한 채 대양의 쓰레기 섬들을 애써 외면한 결과로 보이지 않은 새로운 재앙이 본격화할까. 만일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위해가 본격화해 인류와 생태계 전체가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때 그 결과가 어떨지는 아직 그 윤곽조차 상상할 수가 없다.

글 안치용 ESG코리아 철학대표, 김유승·장가연 바람저널리스트,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덧붙이는 글 참고자료

[1] “쓰레기섬이 국가된 사연”, 플래닛타임즈, 김영식, 2022.02.18.

[2] 오션클린업, CLEANINGUP THE GARBAGE PATCHES

[3] 오션 컨버선시, The Problem with Plastics

[4] 오션클린업, CLEANINGUP THE GARBAGE PATCHES

[5] 국내법상 쓰레기섬 환경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한 연구, 한낙현, 경남대학교, 해양비즈니스 제 38 호 (2017年 12月), 2017

[6] “[팩트체크] 초대형 쓰레기섬보다 더 위험한 미세플라스틱”, 노컷뉴스, 박기묵, 2019.06.03

[7] 오션클린업, CLEANINGUP THE GARBAGE PATCHES

[8] 오션클린업, CLEANINGUP THE GARBAGE PATCHES

[9] 미세플라스틱 현황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 류지현, 조충연), 한국공업화학회 공업화학전망 22권2호1-12(12pages), 2019

[10] 미세플라스틱 현황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 류지현, 조충연), 한국공업화학회 공업화학전망 22권2호1-12(12pages), 2019

[11] 미세플라스틱 현황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 류지현, 조충연), 한국공업화학회 공업화학전망 22권2호1-12(12pages), 2019

[12]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식탁으로”, 그린피스, 2018.10.17

[13] Could you be eating a credit card a week?, WWR, 2019.06.12

[14] THE OCEAN CLEANUP SUCCESSFULLY CATCHES PLASTIC IN GREAT PACIFIC GARBAGE PATC

[15] 오션 클린업, WHY WE MUST CLEAN THE OCEAN GARBAGE PATCHES

[16] 오션클린업, THE OCEAN CLEANUP SUCCESSFULLY CATCHES PLASTIC IN GREAT PACIFIC GARBAGE PATCH

[17] 거대 쓰레기섬, ‘튜브 울타리’로 해결, 더사이언스타임, 김준래, 2018.08.07

[18] 오션클린업, THE OCEAN CLEANUP SUCCESSFULLY CATCHES PLASTIC IN GREAT PACIFIC GARBAGE PATCH

[19] 오션클린업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TheOceanCleanup/posts/last-week-we-offloaded-system-002-catch-of-13875kg-collected-in-the-previous-six/5299684486731223/

[20] 오션클린업, THE OCEAN CLEANUP SUCCESSFULLY CATCHES PLASTIC IN GREAT PACIFIC GARBAGE PATCH

[21] 오션클린업, SUNGLASSES OUT OF STOCK

[22] “Come Join The Trash Isles!”, TRASH HERO WORLD, Leslie Finlay, 2017.10.22.

[23] “[플라스틱 지구①] 인구 20만 '쓰레기 섬' GPGP”, 시사저널, 노진섭, 2018.07.25

[24] 국내법상 쓰레기섬 환경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한 연구, 한낙현, 경남대학교, 해양비즈니스 제 38 호 (2017年 12月), 2017. 145.

[25] 국내법상 쓰레기섬 환경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한 연구, 한낙현, 경남대학교, 해양비즈니스 제 38 호 (2017年 12月), 2017

[26] How is the global community approaching marine plastic litter?, G20 Report

[27] How is the global community approaching marine plastic litter?, G20 Report

[28] Directive (EU) 2019/904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5 June 2019 on the reduction of the impact of certain plastic products on the environment

[29] How is the global community approaching marine plastic litter?, G20 Report

[30] How is the global community approaching marine plastic litter?, G20 Report

[31] How is the global community approaching marine plastic litter?, G20 Report

[32] 국내법상 쓰레기섬 환경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한 연구, 한낙현, 경남대학교, 해양비즈니스 제 38 호 (2017年 12月), 2017

[33] Great Pacific Garbage Patch, NATIONAL GEOGRAPHIC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