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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만순의 기억전쟁2>(도서출판 고두미)
 <박만순의 기억전쟁2>(도서출판 고두미)
 
20여 년 동안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례를 수집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박만순의 네 번째 책이 나왔다. <박만순의 기억전쟁2>(도서출판 고두미)다.

이 책에는 충남 홍성군과 태안군, 아산군, 경산 코발트광산, 인천 월미도, 경기도 김포군과 여주군 등의 민간인 학살 사례를 다뤘다.

이 중 두드러진 사례는 '부역 혐의자 학살'이다. 1950년 9월 28일 서울을 수복한 군경은 부역자 색출에 나섰다. 북한군이 점령했던 인공 시절에 감투를 썼거나 인민위원회의 심부름을 했던 이들이 대상이었다. 대전과 충남 일원에서만 9월 28일부터 11월 13일까지 충남경찰국에서 검거한 부역자 수는 1만 1992명에 달했다.

부역 혐의자 처벌은 '사법 학살'로 불린다. 자의적 법 해석이 난무했다. 자발적 협력자가 아닌 위협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협조한 사람들도 처벌됐다. 게다가 단심제로 선택지는 사형, 무기징역, 유기징역 10년뿐이었다.

박만순이 전하는 현실은 더 가혹했다.
 
"강순애는 고 순경(가명)에 의해 철사로 코가 꿰인 채로 2km 끌려갔다. 그녀가 피를 흘리며 소처럼 끌려간 곳은 홍성군 홍성읍 월산리 서낭당 자리였다. 막 코뚜레를 한 소가 주인에게 끌려가는 모습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 처참했다." (본문 중에서)

"부역혐의자와 그 가족들에 대해 심사와 처벌을 주도한 이는 지서장과 구장, 청년방위대와 우익단체 간부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들 중에 인공 시절 감투를 쓴 이들도 있었다는 점이다. 부역자가 신분 세탁을 해, '빨갱이 사냥'에 앞장서는 반공투사로 거듭난 것이다... 부역 혐의자를 처벌하면서 주요한 기제로 작동한 것은 무엇인가? 법도 아니었고, 이성은 더욱 아니었다. 국가와 국민이라는 직접적인 갈등과 마을과 집안 간의 갈등이 동시에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이번 책에는 가슴이 먹먹한 사연도 눈에 띈다. 경기도 여주군에서 아버지가 갇힌 창고에서 보초를 서야 했던 아들의 사연(9장)이 담겨있다. 미군에 의해 폭격과 기총소사로 백여 명의 가족을 잃은 월미도 원주민들은 전쟁이 발발한 이후 72년 동안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고향마저 강탈당한 것이다(7장). 여성을 바닷가에 세워놓고 권총으로 조준 사살하고 주민들에게 수류탄까지 던져 살해한 사연은 책장을 넘기기 어렵게 한다.

의인들의 얘기도 담겨있다. 박만순은 1960년 4·19 혁명 직후 경북 경산군 코발트 광산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강창덕 기자와 그의 바통을 이어받아 시민 인권 교육에 전념하고 있는 최승호 기자를 '시대를 달리하지만, 대한민국 현대사의 의인'이라고 기록했다.

지주를 살려준 충남 아산군 영인면 신운리 인민위원장 하수홍과 우익인사를 풀어준 경기도 화성군 태장면 병점리 인민위원장 최병기의 이야기도 수록했다.
 
저자 박만순은 '충북역사문화연대'와 '사단법인 함께사는우리' 대표를 맡아 일하며 6·25 때 학살된 이들의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저자 박만순은 "충북역사문화연대"와 "사단법인 함께사는우리" 대표를 맡아 일하며 6·25 때 학살된 이들의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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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만순은 "이번 책을 엮으며 끔찍한 사연이 너무 많아 글 쓰는 내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며 "하지만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믿음으로 글을 썼다"고 밝혔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추천사를 통해 "박만순의 진정성이 희생자들을 그리워하는 유월의 찔레꽃보다 더 향기롭다"고 썼다. 안재성 소설가는 "박만순의 장점은 사실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다"이라고 추천했다.

저자 박만순은 '충북역사문화연대'와 '사단법인 함께사는우리' 대표를 맡아 일하며 6·25 때 학살된 이들의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충북 도내 2천 개 마을을 방문해 실태조사를 했고, 전국 여러 곳을 다니며 구술을 수집하고 있다. 그동안 <기억전쟁>과 <골령골의 기억전쟁>, <박만순의 기억전쟁>이 있다. 

박만순의 기억전쟁 2

박만순 (지은이), 고두미(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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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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