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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인터넷에서 뉴스를 뒤적거리다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말이다.

<국토부, 제2공항 전략환경평가 '보완 가능' 수순... 사실상 강행 '파문'>
<'제2공항 보완 가능' 결론에 제주 사회 '예견된 반발' 분출>


그동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보완이 가능한지를 국토교통부가 용역을 통해 검토한 결과 보완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지난달 29일 내렸다는 것이다. 용역 결과 보완이 가능하다고 하니 이제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새롭게 작성해 환경부와 원활한 협의가 진행되면 제2공항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막대한 환경파괴가 예상되는 대형 국책사업인 제주 제2공항 건설에 환경부가 나름 심사숙고하면서 제동을 걸어왔지만 힘센 부서 국토교통부가 유찰을 거듭한 끝에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줄 때부터 결과는 예상되었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에다가 원희룡 국토부 장관 치하가 아닌가.

윤석열 정부의 원희룡 국토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2022.5.17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2022.5.17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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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윤석열 정권의 특징 중 하나는 추진하겠다고 마음먹은 정책은 강공 드라이브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와대 개방'이 그렇고,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이 그렇다. 제2공항 건설 추진은 윤석열 후보 시절의 주요 공약이었고, 주무 부처인 국토부의 원희룡 장관은 제주도지사 시절 도민의 의사를 무시한 건설 강행론자였으니 향후 진행 상황은 불 보듯 뻔하다.

국토부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보완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6월 30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즉각 성명을 내며 반발하고 나섰다. 성명은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실시했고 객관적인 제3자의 검증없이 셀프 결론을 내렸다면서 "1%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제주도민의 삶을 결정하는 제주의 사회적 환경적 수용력은 국토부가 셀프 용역이란 형식으로 강요할 수 없는 것으로, 삶의 판단 주체인 도민들 스스로 숙의하고 결정하는 것"이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제2공항을 둘러싼 강행과 저지의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민주당 오영훈 신임 도지사의 행보도 주목된다. 도민 의사를 존중하겠다고는 말해왔으나 확실한 반대 뜻을 밝히지 않고 다소 모호한 태도를 보여온 그가 어떻게 대처할까. 설령 도지사가 반대한다고 해도 국책사업을 막아낼 수 있을까.

10여 개의 오름 머리가 싹둑
 
제주제2공항 예정지
 제주제2공항 예정지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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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과 관련해 수많은 논란거리가 제기됐으나 크게는 두 가지 일 듯싶다. 공항을 새로 만드는 것이 과연 '보물섬' 제주도와 그곳에 사는 제주도민 그리고 관광객에게 꼭 필요한 일인가, 다른 대안은 없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와 함께 건설 강행으로 예상되는 제주 사회의 크나큰 갈등 상황을 어떻게 풀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제2공항 건설이 몰고 올 대표적인 폐해로는 환경 파괴가 지목됐다. 공항 부지인 성산 주변에는 오름이 많다. 공항을 만들기 위해서는 윤드리오름, 대수산봉, 뒤굽은이오름 등 10여 개의 오름이 머리가 잘리거나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숨골이 파괴돼 막힌다는 경고도 나온다. 숨골은 제주도가 180만 년 전 용암이 터져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이 숨골은 땅속에서 서로 이어져 있어서 한 곳이 더럽혀지면 다른 곳도 더럽혀진다는 것인데 이런 숨골이 공항 부지에 136개나 있다고 한다.

성산 인근에는 철새 도래지도 있다. 이들의 생태계를 보존하는 문제와 공항 가동 시 항공기와 조류 충돌 방지도 무시할 수 없는 난제다. 법정보호종인 맹꽁이를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는 데에 따른 생태계 영향, 항공기 소음 문제 등도 거론돼 왔다. 이외에도 땅투기꾼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어 엄청나게 올려놓은 땅값이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지는 불문가지다.

환경 파괴 생태계 교란의 경고 가운데는 과장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환경부가 이런 사유에 대한 보완이 어렵다고 보고 국토부의 계획에 제동을 걸어온 점을 감안하면 상당 부분 타당성 있는 예측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관광객 수 줄이지 않으면 미래 없다"
   
제주시 회천동 제주회천매립장에 쓰레기가 매립돼 있다. 2019.6.11
▲ 제주 땅에 매립되는 쓰레기 제주시 회천동 제주회천매립장에 쓰레기가 매립돼 있다. 2019.6.1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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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제주 섬과 제주도민 그리고 관광객을 위한 최선의 방책은 무엇일까.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의 20대 후보가 "관광객 수를 줄이지 않으면 제주의 미래가 없다. 관광객 수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라고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제주도민과 관광객이 쏟아내는 오염 물질이 한계치를 넘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이라는 이야기다.

현실적으로 관광객 수를 반으로 줄일 수야 없겠지만 그 취지만큼은 공감이 간다. 제주도는 이미 쓰레기가 넘쳐나 처리 능력이 한계에 달했고, 바다는 날이 갈수록 오염되고 있다. 도심지 차량 흐름은 서울 강남을 방불케 한다.

코로나로 인해 제주도는 해외여행 대체 지역이 됐다. 따라서 공항 수요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리하게 새로운 공항 건설을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일까. 세계 최대의 공항 건설·운영 컨설팅 회사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측이 2020년 신공항 건설 대신 현 제주공항 확장안을 제시한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다만 그때는 컨설팅 비용이 저렴해 심도 있는 검토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산 김해공항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 바로 그 회사다. 제대로 된 컨설팅을 다시 의뢰해볼 수는 없는 것일까.

기존 제주공항의 확장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박찬식 상황실장은 지난 제주도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제2공항 강행에 반대하면서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의 대안은 현 제주공항의 남북 활주로 확장이다. 지금 제주공항은 동서 활주로가 긴 형태여서 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반면 남북으로 뻗은 활주로는 짧아서 보조 활주로 정도로 활용하는 형편이다. 이 남북 활주로의 북쪽, 그러니까 바다 쪽으로 활주로를 연장해서 쓰자는 아이디어다.

공항 건설을 강행할 경우, 제주 도민사회의 갈등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이미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찬반으로 갈라진 주민들의 분열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아직도 갈등은 완전히 치유되지 못했고, 강정 해군기지 앞 도로에서는 천막 미사가 열리고 있다.

제2공항을 강행한다면 그에 대한 저항과 찬반 주민들 간의 충돌 양상은 '강정'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단의 시간... 여론조사 따르든 주민투표 하든
  
지난해 2월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며 삼보일배 투쟁에 나선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 삼보일배  지난해 2월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며 삼보일배 투쟁에 나선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 제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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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제주도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는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합의 하에 제주지역 9개 언론사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는 조사 주체나 찬반 여론전이 뜨거웠다는 점에서 사실상 도민 투표의 성격을 띠었다고 할 수 있다.

도민 2천여 명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는 찬성 44.1% 반대 47%(한국갤럽), 찬성 43.8% 반대 51.1%(엠브레인퍼블릭)로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여론조사 중 한 곳은 오차범위 안, 다른 한 곳은 오차범위 밖이었지만 어쨌든 '반대'가 도민의 뜻이었음은 분명했다.

그런데 성산지역 500여 명을 상대로 따로 한 조사에서는 찬성이 약 65%에 달했다. 성산지역 주민 상대 여론조사는 원희룡 지사 측의 요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성산 주민들이야 찬성이 우세하게 나올 것은 뻔한 것 아니었나? 대형 개발 호재가 땅값을 올려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닌가.

이 여론조사가 얼마나 제주 사회의 관심사였던지 당시 KBS 제주방송은 이 도민 상대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를 놓고 또다시 여론조사를 했다. 제주도민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전체 도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야 한다는 응답이 무려 73.7%였다. 지지 정당별로도 차이가 없었다.

여기서 제주도민들의 생각이 재확인된 셈이다. 이왕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으니 그에 따르자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제주지역 언론사들이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를 했지만 그 결과는 역시 근소하게 반대 우세였다.

윤석열 정권은 불과 0.73%p의 득표율 차이로 탄생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구성원의 이해가 걸린 사안은 심도 있는 토론과 그에 따른 투표를 통해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다.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엄청난 파고가 몰려오는 것을 목도하면서 이 0.73%p의 의미를 제주 사회 여론에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난해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당장 제2공항 강행 추진을 중단하든지 아니면 최종적으로 주민투표에 부치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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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의 언론계 생활과 7년의 대학 초빙교수 생활을 끝내고 2018년 봄 제주로 이주했다. 애월읍의 한 생태마을에 거주하면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 그리고 제주현대사의 아픔에 깊은 관심과 연대의식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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