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홍준표 대구시장직 인수위 측에서 발표한 대구 미래 50년 정책 제안 조감도. 제안 내용들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직 인수위 측에서 발표한 대구 미래 50년 정책 제안 조감도. 제안 내용들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다.
ⓒ 홍준표 시장 인수위

관련사진보기

 
지난 6월 28일 홍준표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가 '대구 미래 50년'이란 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120여 쪽에 이르는 제안서는 '토건 개발' 위주의 정책이 가득했다.

대구통합신공항 국비건설, 공항신도시(에어시티) 조성, 공항산단 조성, 시청·도청 후적지 개발, 공항 후적지 두바이식 개발, 금호강 르네상스, 맑은물 하이웨이, 팔공산 낙타봉 및 갓바위 케이블카, 비슬산 케이블카 등등. '토건공화국'의 냄새가 물씬 난다.
  
민선 8기 대구시정의 비전이 개발 위주이다 보니 환경단체 입장에선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생태·환경의 측면에서 인수위의 정책 제안을 살펴본다.

천연기념물 수달 그리고 수많은 야생동식물의 보금자리
  
금호강에서 만난 천연기념물 수달. 이처럼 금호강에서는 심심찮게 수달을 만날 수 있다. 겨울에는 천연기념물 고니도 만날 수 있다.
 금호강에서 만난 천연기념물 수달. 이처럼 금호강에서는 심심찮게 수달을 만날 수 있다. 겨울에는 천연기념물 고니도 만날 수 있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 금호강에서 만난 수달
ⓒ 정수근

관련영상보기

   
정책 제안 중엔 대구시를 관통하는 금호강의 개발과 대구의 상징과도 같은 팔공산, 비슬산의 개발계획이 있다. 이른바 '금호강 르네상스'와 팔공산·비슬산의 케이블카 건설 사업이다. 이들 사업 계획은 보존·복원 같은 창조적 정책이 아니다. '시대를 역행하는 개발사업일 뿐만 아니라 대구의 핵심 생태축을 건드리는 사업'이다. 

금호강은 대구 도심 속 마지막 남은 생태계의 보고다. 도심에 출몰해 대구의 자랑이자 명물이 된 천연기념물 수달을 비롯해 수많은 야생동식물의 서식처이자 생활의 터전이다. 이런 곳엔 인간 위주의 개발사업을 지양하고 야생에 그대로 돌려주면서 잘 보존하는 것이 오히려 후세에 '귀한 자원'을 남기는 것이다.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 흘러가는 금호강. 이전 같으면 상상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럴 정도로 물이 많이 맑아졌다.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 흘러가는 금호강. 이전 같으면 상상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럴 정도로 물이 많이 맑아졌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2022년 6월 현재의 금호강. 오염원을 제거하고 물만 잘 흐르게 해주면 하천은 스스로 정화한다. 그래서 금호강 수질은 지난 산업화 시절보다 획기적으로 좋아졌다.
 2022년 6월 현재의 금호강. 오염원을 제거하고 물만 잘 흐르게 해주면 하천은 스스로 정화한다. 그래서 금호강 수질은 지난 산업화 시절보다 획기적으로 좋아졌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따라서 '금호강 르네상스 100리 물길 조성과 수변 개발' 사업을 두고 환경단체에선 "대구의 핵심 생태축의 하나인 금호강을 건드리는 게 불가피한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파크골프장 117홀 건설이라든가, 수중보 건설, 산책로 및 자전거도로 건설, 교량 건설 등은 그나마 양호하게 남아있는 금호강 생태계를 마구 휘저어놓는 것이다. 절대 이뤄져선 안되는 사업이다.

금호강은 지난 산업화 시절의 오명을 딧고 1990년대 이후부터는 하수종말처리장 증설과 섬유공장 이전·폐업 등으로 수질과 수생태계가 획기적으로 좋아졌다. 최악의 수질 등급을 보이던 금호강은 현재 수질 2~3등급의 비교적 맑은 하천으로 분류된다. 관리를 더 잘하면 맑고 건강한 하천이 될 수 있는데, 개발사업이 자행된다면 생태계가 다시 망가질 우려가 있다. 
        
홍준표 시정에게 말하고 싶다. 하천은 오염원만 다스려주고 물길만 제대로 잘 흐르게 해주면 자정작용으로 더 맑고 건강한 하천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홍준표 시정이 정말 '금호강 르네상스'를 바란다면 혈세 드는 개발사업이 아니라 그대로 두고 지켜보는 게 상책이다.

환경 문제로 좌초됐던 케이블카 사업 다시 들고 나와 
 
비슬산의 모습.
 비슬산의 모습.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팔공산·비슬산 케이블카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팔공산과 비슬산은 대구를 대표하는 명산이다. 두 산은 대구의 핵심 생태축을 형성한다. 핵심 생태축에 필요한 것은 개발이 아니라 '보존'이다. 그런데 이 두 산에 '케이블카'라니.

과거 권영진 시장이 추진했던 팔공산 구름다리나 김문오 달성군수가 꾀했던 비슬산 참꽃케이블카사업이 백지화된 이유는 팔공산·비슬산의 생태적 가치가 무척 크기 때문이다. 심각한 환경 훼손 문제로, 혹은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좌초된 대표적인 사업들이다.

뿐만 아니라 현행 케이블카 개발 계획은 모두 환경부의 '삭도(케이블카) 설치 및 운영 가이드라인'을 위배한다. 이 가이드라인은 '주요 봉우리를 피하고, 기존 탐방로 회피'를 주문하고 있다.
   
봉우리는 중요한 생태축이다. 탐방로에 케이블카 이용객까지 쏟아지면 산등성이 생태계는 망가진다. 그때문에 환경부는 이렇게 가이드라인을 정했는데, 홍준표 시정은 그 가이드라인을 뒤로 하고 케이블카 사업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를 두고 백재호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은 "현행 환경부 가이드라인도 무시한 생태적 무지의 오만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으로 심한 불쾌감마저 든다"고 촌평했다.

카드뮴, 비소 같은 심각한 위험 중금속 저장조가 된 안동댐물을 대구시민에게?
 
영풍석포제련소로부터 나오는 각종 중금속의 저류조로 전락한 안동댐. 영풍서포제련소를 폐쇄시키지 않는 한 안동댐 중금속 오염은 계속된다.
 영풍석포제련소로부터 나오는 각종 중금속의 저류조로 전락한 안동댐. 영풍서포제련소를 폐쇄시키지 않는 한 안동댐 중금속 오염은 계속된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도 우려가 크다. 대구의 취수원으로 낙동강물이 아닌 안동댐·임하댐 같은 댐물을 쓰겠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정말 터무니없는 계획'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의장은 아래와 같은 깊은 우려를  표했다.

"도대체 지금 안동댐의 사정을 알기나 하고 낸 계획인가. 안동댐은 지금 낙동강 오염 주범 영풍석포제련소로 인해 카드뮴·비소·납 등 중금속 오염이 심각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영풍석포제련소의 오염 중금속의 저장조가 된 지 오래다. 이런 곳의 물을 대구시민에게 공급한다?

임하댐도 탁수 문제가 심각하다. 설상가상으로 임하댐은 안동댐과 연결관로를 통해 연결돼 있다. 두 댐 모두 '맑은 물'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위험한 물을 얻기 위해 1조4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도수관로를 깐다고 한다. 이건 토건족을 위해 새로운 먹잇감을 던져주는 것과 같다."

 
낙동강 최상류 협곡에 들어선 영풍석포제련소.
 낙동강 최상류 협곡에 들어선 영풍석포제련소.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김수동 의장은 "정말 안동댐 물을 쓰겠다면 일단 낙동강 오염의 원천인 영풍석포제련소부터 낙동강을 떠나게 해야 한다. 그런 뒤 오염 토양과 안동댐 퇴적토를 모두 준설 정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환영할 수 있다"라며 "이런 과정이 없다면 절대로 이뤄질 수 없는 허황된 계획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내성천의 마지막 가을, 눈물이 납니다>(도서출판 참, 2018)를 썼습니다.


태그:#홍준표, #대구시, #금호강, #팔공산, #비슬산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