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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사주냐 마느냐가 향후 아이와의 가장 큰 갈등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이 있는데 자기만 없는 것 같다며 애처로운 눈망울을 했다. 그러나 우리 집의 공식 답변은 한결같다.

"OO에게 지금은 스마트폰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야. 너를 돌보기 위해 엄마 아빠가 육아휴직을 최대한 쓸 테니까 적어도 몇 년간은 사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아이는 입을 삐죽 내민다. 짐짓 슬픈 얼굴이지만 우리 부부는 스마트폰 구입에 있어서 단호하다. 예외는 없다. 나와 아내는 올해부터 번갈아 가며 4년 간 육아휴직을 사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모아둔 육아휴직을 필사적으로 사용하는 이유가 있다. 맞벌이로 두 배의 수입을 올리는 것보다 한 사람이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가치롭고,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동기였다. 

스마트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 

나는 십 년이 넘게 초등학교 담임교사 생활을 하면서 핸드폰이 만악의 근원이 되는 사례를 너무나도 자주 봐왔다. 남학생은 게임 중독과 포르노 노출, 여학생은 SNS 중독과 메신저 기반 폭력 문제가 매해 터졌다. 유튜브 과잉 시청은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학부모가 스마트폰의 악영향을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이미 뉴스와 입소문으로 부정적인 이야기를 접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사주는 경우가 태반이다. 가장 큰 이유는 맞벌이로 인해 방과 후 시간을 챙겨주지 못하니 연락을 하기 위함이다. 그밖에도 남들 다 있는데 우리 애만 없으면 소외감을 느낄까 봐, 온라인 수업이나 인터넷 자료 조사 학습 참여 등의 사유가 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맞벌이로 인한 돌봄 부재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사용하지 않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당연히 전보다 책을 덜 읽고, 채팅에 정신을 쏟고, 바탕화면에는 게임이 깔린다. 사용 규칙을 잘 지키겠다고 약속을 한다고 해도 스마트폰은 중독성이 매우 강하여, 쉽사리 통제가 잘 되지 않는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실시했을 무렵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았다.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끝까지 안 사주고 버티던 학부모들이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하여 대거 스마트폰 세계로 넘어왔다. 가정에서 지속적으로 아이와 함께 머물며 보살핌을 줄 수 있는 환경에서는 괜찮았으나, 아이 혼자 집에 남은 경우 스마트폰 갈등이 심각했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받는 날이면 짜증이 늘고, 전자기기를 더 찾았다. 우리는 특단의 대책으로 디지털 디톡스 상자를 만들어서 특정 시간 동안 모든 기기 사용을 중단했다. 어른도 예외가 없었다. 전자책 뷰어, 스마트 패드, 스마트폰 등 전기로 작동하는 기기가 멈추자 신기하게도 저마다 아날로그 놀거리를 찾았다. 
  
디지털 디톡스 상자. 특정 시간 동안 모든 스마트 기기의 사용을 멈추는 방법이다.
 디지털 디톡스 상자. 특정 시간 동안 모든 스마트 기기의 사용을 멈추는 방법이다.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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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표는 단순하다. 아이가 최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 전까지 스마트폰은 없어야 한다. 우리 부부는 꽤 진지하게 휴직 계획을 세웠다. 휴직 이외의 다른 가능성은 희박했다. 양가 부모님이 도와주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아이가 다니는 학교 돌봄 교실의 수용 인원은 매우 제한적이다. 

맞벌이를 하면 어쩔 수 없이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양육 돌보미를 고용하거나,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기능이 제한된 키즈폰이라도 구입해야 한다. 다른 종류의 어려움도 있다. 부모의 체력이 바닥나 양질의 양육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 학습 관리에도 소홀해지고 식사도 부실해지기 마련이다. 

스마트폰이 필요 없는 양육 환경을 구축하려면 필연적으로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일을 쉬어야 했다. 우리는 온갖 육아책과 휴직 사례를 들여다 보았다. 몇 달에 걸친 토론과 고민의 끝은 다소 의외였다. 

결국 핵심은 자연과 아날로그 

스마트폰 안 쥐어주고 아이를 잘 키우려면 자연과 자주 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 의아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수십 권의 책을 읽으며 도출한 나름 신중한 결정이었다. 아이에게 자연을 더 자주 접하게 해 주기 위해 휴직을 내는 것이 아파트 담보 대출 상환을 늦추는 것보다 더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의 가치관에 가장 부합하는 책은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였다. 저자인 리처드 루브는 현대인들이 자연 결핍 장애를 가지고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자연 결핍 장애란 어떤 형태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생명들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다. 

저자는 인간과 자연의 재결합을 매우 그것도 아주 강한 어조로 요구한다. 그래야만 인간의 건강, 웰빙, 영혼, 생존이 보장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이 믿음에는 방대한 데이터와 논문이 제시된다. 자연 결핍 장애라는 용어가 다소 과격하기는 하지만, 생각의 결이 맞으면 쉽게 수긍할 수 있다. 

학교에서는 매년 청소년 스마트폰 인터넷 중독 검사를 실시한다. 2022년 기준 전체 초등학생의 16%가량이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위험군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청과 지자체가 치유 캠프와 상담 치료를 진행한다. 중독 치료의 주 방향은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줄이고, 금단 현상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과거 우리 반에도 치유 캠프 대상자가 있어서 프로그램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캠프장에서 아이들은 모든 스마트 기기를 반납하고 숲을 거닐고 목공 활동을 했다. 또 참가자가 혼자만의 세계로 침잠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그곳에 모인 구성원들과 협동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모든 활동이 구성되어 있었다. 결국 핵심은 자연과 아날로그였다. 
 
우선 자연으로 나가자. 아이들은 자연에서 알아서 잘 논다.
 우선 자연으로 나가자. 아이들은 자연에서 알아서 잘 논다.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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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거주하는 강릉은 자연환경이 무척 수려한 곳이다. 오대산과 대관령, 초당 소나무 숲 등 나무도 많고, 경포호와 순포습지, 향호로 대표되는 호수도 아름답다. 도시도 크지 않아서 어지간한 거리는 이십 분 안쪽으로 닿을 수 있다.

우리 가족은 틈만 나면 야외로 나간다. 플로깅을 좋아해서 차에 종량제 봉투와 집게를 구비해 두고 있다. 20리터 봉투를 한 번 채울 정도로만 쓰레기를 줍고 나머지는 걷고 논다. 간혹 자연에서 무엇을 하냐고 묻는 분들이 계신데, 그냥 아이들을 풀어두면 된다. 

잔디밭이나 숲은 유원지처럼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아이를 잃어버릴 염려가 적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사라진 공간에서 아이들은 정말 잘 논다. 솔방울을 던지고, 나뭇가지를 주워 지팡이로 사용한다. 지겨워지면 계곡에 가서 올챙이를 잡거나, 가다 마주친 나비를 쫓는다. 정말이지 아무 준비 없이 움직여도 내적 만족도가 높은 여가를 보낼 수 있다. 

현재 우리 집은 4년 간의 휴직 계획 중 만 4개월을 채웠다. 물가는 오르고, 수입은 반으로 줄어서 아껴 쓰는 훈련을 해야 하지만 자연은 입장료가 없으므로 걱정이 덜하다. 나는 남항진 바닷가에서 아이들이 미역을 낚아채고, 게를 잡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 결핍 장애'가 스르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휴직 만족도는 십 점 만점에 구 점이다. 일 점은 미친 듯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계 부담으로 뺐다. 내년에는 아내가 휴직을 이어나갈 것이다. 사실 모든 사람이 휴직을 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기회가 된다면 아이와 함께 주말에 숲에 방문해 보길 진심으로 권한다. 여름 바다는 뙤약볕이 따갑지만, 여름 숲은 바람이 불고 그늘이 져 시원하다. 

숲에서 스마트폰을 끄고 바람을 쐬며 놀다 보면 마음이 상쾌해진다. 게임 중독, SNS 중독으로 자녀와 다툼이 있는 집이라면 꼭 발걸음을 옮겨 보자. 너무 좋아서, 나만 혼자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고 아쉽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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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입니다. <선생님의 보글보글> (2021 청소년 교양도서)을 썼습니다. 교육과 환경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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