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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빵을 무척 좋아한다. 어린 시절 소보로빵에 붙어 있던 뚜껑을 떼어먹으면서 행복해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제과점에 새로운 빵과 과자가 하나씩 생겨나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빵을 고를 때는 세상없이 신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익숙했던 동네 제과점들이 하나둘 문을 닫더니 낯선 이국의 이름을 단 '베이커리 체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선두 주자는 파리바게뜨였다. 파리바게뜨는 현재 전국에 35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했고, 전 세계 7개국에 진출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 그런 파리바게뜨가 제빵 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해 빵을 만들어 왔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시민들이 등 돌리고 있다. 시민들은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 자체에 대한 불매를 선언하기 시작했다. 시민사회는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을 결성하고 파리바게뜨 노동조합과 연대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가 53일 단식을 한 이유 
 
5월 18일 SPC 본사 앞에서 진행한 파리바게뜨 불법 부당노동행위 해결을 요구하는?여성단체 기자회견
 5월 18일 SPC 본사 앞에서 진행한 파리바게뜨 불법 부당노동행위 해결을 요구하는?여성단체 기자회견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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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린 지회장이 말하는 요구는 단순하다.

"점심시간 1시간은 당연히 밥 먹고 쉴 수 있어야 하고, 아프면 당연히 쉬고, 가족이 상을 당하면 당연히 가볼 수 있어야 하고, 일을 했으면 당연히 그만큼 급여를 받고, 임신했으면 당연히 모성보호를 받고, 당연히 연차·보건 휴가를 쓰고, 열심히 일하면 당연히 공정하게 진급하고, 다치면 당연히 산재 처리를 하고, 약속하면 당연히 지키고."

모든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다. 이 당연한 권리를 말하기 위해 임종린 지회장은 53일간이나 단식을 했다. 이게 2022년의 대한민국인가 의심이 갈 지경이다.

왜 이런 문제들이 생겨났을까? 파리바게뜨 제빵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다. SPC는 가맹점에 파견하는 제빵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협력업체를 통해 고용해 불법파견을 일삼아 왔다. 회사는 연장수당 110억 원을 미지급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만들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고용형태를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고, 제빵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SPC가 한 일은 협력업체 대표들을 다시 고용해 자회사를 만들어 제빵 노동자를 고용한 것이다.

2018년 하반기에 진행됐던 파리바게뜨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는 그야말로 경악 그 자체다. 현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었다. 휴게공간이나 탈의실이 없다는 응답이 43%에 이르렀다. 점주와 고객으로부터의 폭언과 괴롭힘도 심각했다. 회사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며 보호해주지 않았다. 업무 중 사고 또는 질병으로 치료받은 경험은 40%에 이르러 한국 연간 업무상 사고율 2%를 훨씬 웃돌고 있다.

피부 질환이나 호흡기 질환도 거의 20%의 노동자가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븐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고온,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지속해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무거운 재료들을 들고 나르고, 손질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도 심각했다.

거의 모든 노동자가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목, 어깨, 팔꿈치, 손목 또는 손을 사용하여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용노동부에서 고시하는 근골격계 11개 부담작업으로 '중노동'으로 분류된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은 아파도 일했다는 경험이 80.7%에 이르고 있다.

노동자들이 답한 유산율은 50%에 달해 여성 노동자의 연간 유산율 23%의 2배에 달했다. 90%가 태아 검진 휴가를 쓸 수 없다고 응답했다. 임산부에게 금지된 야간노동 및 휴일 근무 등도 지켜지지 않고 있었으며 육아휴직 사용자는 17%에 불과했다. 2018년 초, 한국여성노동자회가 파리바게뜨 노동자 집담회를 개최했을 당시 노동자들은 생리대를 갈러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어 질염을 달고 살았다고 응답했다. 하혈하는 임신 중 노동자에게 관리자가 '대체인력이 없으니 기다리라'고 말했고, 결국 3시간 반을 기다린 노동자는 아이를 잃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회사의 성차별적인 인식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은 임신한 여성에게 휴직을 종용하거나, 아니면 "아직 배가 부르지 않았으니 괜찮지 않나"라면서 만삭 때까지 계속 일하게 했다고 증언했다. 또, 임신 후 육아휴직까지는 가보지도 못하고 잠시 (무급) 휴직하다가 퇴사하거나 결혼과 동시 퇴사로 육아휴직 후 복직한 동료는 거의 본 일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하혈하며 만든 빵, 맛있게 먹을 수 있나요?').

이런 총체적 난국의 원인이 무얼까. 먼저 제빵 노동자들의 80%가 여성이라는 점을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여성이 집중된 사업장의 노동 환경은 작업 강도를 낮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중요하지 않은 업무로 취급하고 손쉽게 비정규직으로 돌린다. 대부분이 여성 노동자인 제빵사들이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것은 이러한 구조적 차별의 의혹이 짙다. 모성권에 대한 회사의 바닥에 가까운 인식 수준 역시 성 평등에 대한 인식 부재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탄압과 노동착취, 그 이상의 문제점들 
 
파리바게뜨 동부이촌동 직영점 앞에서 인증샷을 찍은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원들
 파리바게뜨 동부이촌동 직영점 앞에서 인증샷을 찍은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원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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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환경에 대한 기준도 제대로 없거나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초등학교 전면급식이 시행된 것이 1998년이지만 급식 노동자의 폐암이 산재로 인정된 것은 2021년인 지난해이다. 음식을 조리하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이었던 분야에 대한 무관심과 기준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빵 노동자의 노동 환경은 밀가루 등의 고운 곡물 가루를 사용하는 데서 발생하는 곡물 분진에 노출되며 오븐을 사용하는 고온의 환경이다. 게다가 빵을 구울 때 나오는 공기 중 유해물질도 가득한 곳이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어 있는가를 점검하고 기준이 지켜질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하는 것이 관건이다.

2018년 회사와 노조 등이 맺은 사회적 합의에는 이러한 성차별적 환경 개선에 관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용형태와 제빵 노동자들이 여성으로서 겪었던 건강권과 모성권의 문제를 성차별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구조적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파리바게뜨 제빵 노동자의 현실은 노동조합에 대한 회사의 탄압과 노동착취로 문제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성차별에 따른 각종 제도 적용의 미비, 노동의 경시가 자리 잡고 있다. 다각도의 문제 해결 노력이 필요한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쓴 글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7,8월호 '女性여성女聲' 꼭지에도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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