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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과 등기소에서 전산장비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부당 노동행위를 알리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법원과 등기소에서 전산장비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부당 노동행위를 알리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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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3급 고위 법원 공무원이 (한 직원에게) 자기 집에 조립 컴퓨터를 설치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가 거절하자 법원과 하청업체 간 계약서를 가져오라고 했다. 계약서에 관련 내용이 없자 해당 고위 공무원은 '친절 교육이 안 돼있다'며 아래 직원에게 하청노동자 친절 교육을 시키라고 했고, 그는 친절 교육을 받았다.

법원장, 부장판사, 고위 공무원 관사에 전산 하청노동자가 불려나가는 건 관행이다. 고위직이 컴퓨터 설치·수리를 요구하면 어쩔 수 없다. 관사는 업무 공간이 아니고 컴퓨터 설치는 사적으로 할 일인데, 하청노동자로 편의를 본다. 시키면 그냥 해야 하는 분위기, 마치 신분제 같다." (20년차 법원 전산직 하청노동자 A씨)


28일 법원의 전산 유지·보수 하청노동자 80여명이 "법질(법원의 갑질)을 멈추라"며 오는 7월1일 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전국 174개 각급 법원과 등기소의 전산 장비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법원 협력업체 노동자 160여명 중 절반이 모였다. 사법부 역사상 최초의 하청노동자 파업이다.
     
▲ 사법부 역사상 하청노동자 최초 파업 "법원 갑질 못 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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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원 등기전산지회 김창우 지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법원 전산장비 유지보수 하청 노동자 파업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법원의 부당 노동행위를 알리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법원 등기전산지회 김창우 지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법원 전산장비 유지보수 하청 노동자 파업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법원의 부당 노동행위를 알리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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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법원 사법전산운영자지부(최근배 지부장)와 전국법원 등기전산지회(김창우 지회장)는 이날 오전 파업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은 중간착취,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고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라"며 "전산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당장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전산운영자'라 불리는 이들은 공무원들의 업무용 컴퓨터, 프린터, 스캐너부터 무인발급기, 법정 내 실물화상기 및 스크린·프로젝터까지 법원의 기본 전산 장비를 모두 관리하고 수리한다. 재판 진행 중 갑자기 실물화상기가 먹통이 될 때 이들이 다급히 호출되는 모습은 법정에서 흔히 볼 수 있다. 1997년께 외주화가 된 이후 지금까지 하청노동자들이 맡아 왔다.

김창우 지회장은 "하청노동자 인건비는 법원행정처에 의해 1차로 착취되고, 용역업체에 2차로 착취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행정처가 기획재정부로부터 배정 받은 예산 중 20~40%를 삭감한 금액을 용역업체에 주고, 업체는 이 중 절반 가량을 이윤으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날 노조 측은 2020년 법원행정처가 등기소 전산 용역 예산으로 33억여원을 받았으나, 이 중 34.9%(11억5800만원)를 제외한 21억1600만원을 업체에 지급한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법원 행정처 최초 용역대 산정금액'은 총 206억8100만원 규모였다. 업체 선정 후 이른바 '할인율'이 적용되면서 7년 간 입찰 총액은 148억6500만원. 년 평균 21억2357만원 정도 규모로 입찰이 매년 진행됐다는 것이다.

김 지회장은 "법원행정처는 '할인율'이라는,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전례가 없는 제도를 내세워 (기재부 예산과 무관하게) 용역 대금을 21억원 정도에 계속 고정시켜왔다"며 "이 금액을 법원행정처가 어떻게 쓰는지 물었으나,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18년 일해도 임금 201만원... '전문성' 말하면서 최저임금 받는 건 왜 묵인하나"

이들은 노조가 생기기 전엔 임금 협상을 해본 적이 없다. 등기소 쪽이 특히 열악했다. 등기소에서 올해로 18년 간 일한 김 지회장 임금을 보면 2017년 184만원, 2018년 180만원, 2019년 175만원, 2020년 187만원, 2021년 201만원이다. 사정이 이보다 낫다는 법원 전산직도 25년차 직원이 평균 250만원 가량을 받고 있다.

최근배 지부장은 "왜 우리가 하청노동자인가"라고도 물었다. "전산실 계장이나 실무관의 업무 지시를 받고 이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며, 매일 법원의 근태 관리를 받을 뿐더러 업무 자체도 법원에 상시·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하청노동자로 대우하면서 법원에 필요한 일은 다 시킨다는, 소위 '법질'과 관련한 불만도 현장에 팽배하다. 최 지부장은 "법원의 '모든' 전산 장비 유지·보수를 맡게 됐다. 한예로 코로나 시기 1주일 2~3회 화상회의가 열렸는데 저녁 7~9시에 웹캠과 헤드셋을 직접 설치하고, 회의날엔 회의가 끝날 때까지 대기한다"며 "법관 인사청문회땐 국회로 출장을 나가 전산 장비를 설치하고 종료 때까지 대기한다"고 말했다.

또 "그밖에 법원 행사 때도 마찬가지고, 전자법정 때도 비상대기를 해야 하며 법정 장비에 장애가 발생하면 재판 중 불려 들어가 그 자리에서 판사에게 지적받는 일도 수없이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의가 이뤄질 때 전산직이 '민간 고도의 기술 활용 분야'란 이유로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 지회장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 민간 고도의 기술이 아닌 상시·지속적인 전산 관련 유지 보수 업무"라며 "법원 행정처는 '민간 고도의 전문성'을 말하면서도 우리가 최저임금을 받는 걸 묵인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민간 고도의 기술자'들에게 집에 있는 컴퓨터 수리를 요구했느냐"라고 반문했다.

두 개 노조 조합원들은 오는 30일 저녁부터 업무에서 손을 놓는다. 7월 1일이 파업 예정일이지만, 법원 측에서 1일에 해야 할 업무를 6월 30일 저녁 중에 완료하고 퇴근하라고 지시했으며 이 또한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1일과 4일 파업 투쟁을 진행할 계획이다.
 
법원과 등기소에서 전산장비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부당 노동행위를 알리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법원과 등기소에서 전산장비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부당 노동행위를 알리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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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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