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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갈 수만 있고 내려올 수 없는 사다리가 있다면 그건 바로 '물가사다리'인 것 같다. 지역에서 가장 싸게 판다는 주유소 앞 간판의 휘발유 가격 앞자리가 어느새 2천 원대로 바꿔있었다. 시장 물가에 촉을 세우며 살림하는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알았을 물가 상승을 이제야 피부로 느꼈다. 시대의 변화에 늦어도 한참 늦은 걸음이라 생각하며 내가 활동하고 있는 급식봉사센터로 향했다.

급식봉사활동을 위해 두 곳의 센터(군산역전급식센터와 나운종합복지관)를 한 달에 최소 한번 이상씩 방문한다. 모든 봉사활동이 그렇지만 누군가 강제로 시킨다면 아마도 오래 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급식을 준비하는 일은 한시도 마음을 따로 둘 수 없이 긴장하며 활동해야 하기에 정말로 봉사하고자 하는 맘이 있는 사람들만 온다.

며칠 전 동아리 지인들과 단체봉사활동을 한 후 지인이 물었다. '왜 사람들은 밥 시간도 아닌데 그렇게 일찍부터 나와 있는지 궁금하다'라고. 내가 방문한 날도 언제나처럼 센터 앞 정자 근처에는 약 스무 명의 어른들이 앉아있었다. 어떤 분은 새벽 6시가 되기 전부터 나와계신다. 집에 있으면 답답하고 사람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나오신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줄지어서 계신 곳을 지날 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그분들이야 내가 누군 줄 모르지만 '봉사하러 오는 사람인갑다'라고 하시니 더욱 크게 말을 걸어본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아버님'.

이날은 개인봉사자 젊은이 두 사람과, 모 회사에서 나온 단체봉사자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무료급식센터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평균 20일간 급식을 제공한다. 그러니 센터 입장에서 보면 소수라도 매일 일정한 봉사자들이 있어야 급식 준비가 원활하다. 나의 동아리 책방향기팀도 7명, 한 달에 한 번으로 정했지만 당일 개인봉사자 3~4명이 합세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센 장사로 변신한다.

이 밥 한 그릇에 담긴 의미 
 
급식을 주고 받는 사람들 모두 질서를 지키며 덕담과 미소가 가득했다
▲ 나운복지관 급식현장 급식을 주고 받는 사람들 모두 질서를 지키며 덕담과 미소가 가득했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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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식단은 '잡곡밥, 가자미튀김, 참치김치찌개, 가지버섯볶음, 배추김치'였다. 조리사의 지휘 아래 조리원과 봉사자까지 십여 명이 300여 명의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이 많은 음식을 준비할때 위생과 안전을 포함하여 얼마나 많은 것을 고민할 것인가. 특히 요즘과 같은 고물가 시대엔 식단을 짜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이번 기회에 급식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나운종합복지관 영양사 4년 차인 박윤희씨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 며칠 전에는 돼지고기 불고기, 오늘은 생선(가자미)이 있는데요, 식단을 짤 때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나요?
"균형된 영양소가 가장 중요하지만 특히 이곳은 나이 드신 분이 많아서 단백질을 포함한 음식 구성에 더 신경을 씁니다.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현저히 줄어들기에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준비하지요. 돼지고기 불고기, 담백한 생선(가자미), 오리 등을 채소와 함께 조리하도록 해요."

- 요즘 물가 상승이 엄청나요. 이곳에서 받는 식자재는 어떤 경로로 들어오나요?
"1년에 한 번씩 나라장터라는 곳에 급식식자재 공급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공고를 해요. 입찰된 회사는 물가가 올라도 공산품의 경우는 입찰 시 가격으로 공급해줘요. 단, 농산물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생길 수 있는 가격 변동을 고려해서 예산 작성을 하고요. 보통 한 끼 식사비에 들어갈 재룟값은 평균 3500원선을 유지하는 편이에요."

수혜자들의 식사가 시작되기 전 봉사자들은 짧은 시간에 밥을 먹고 바로 급식 배분 자리로 돌아갔다. 이때부터 복지관의 급식소는 진정한 밥터가 된다. 급식 공간이 협소해서 한꺼번에 모든 사람에게 밥을 드릴 수가 없다. 평균 20~30여 명 단위로 줄을 서서 들어와서 배식대에 선다. 밥 주는 사람, 밥을 받는 사람 모두 질서정연하게 덕담을 나누기 바빴다.

"오늘은 생선이네. 한 마리 더 줘요. 가지볶음은 밥 위로 덮어줘요. 고맙소."
"맛있게 드세요. 뼈가 없는 가자미 생선이에요. 많이 드세요."


서로의 대화를 들으면서 이들이 얼마나 돈독하게 서로를 신뢰하는지, 정을 나누는지를 능히 알고도 남았다. 영양사와 조리사 두 사람은 식당 내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몸이 불편한 사람의 자리 정하기, 밥 먹고 난 자리를 닦기, 다 드신 분 그릇 치우기 등 정말 할 일이 끊이질 않았다.

배식 자리에서 음식을 식판에 담는 일을 할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때마침 작년에 시화엽서를 가장 많이 모아와서 보여준 황용하 어르신이 들어왔다.

"아버님 이쪽 자리로 앉으세요. 오늘 식사 메뉴는 어떠세요? 저도 먹었는데 정말 맛있어요."
"이곳은 급식이 아주 좋아. 영양사가 우리 노인들 생각해서 뼈 없는 생선구이 만든 거여."
"그러게요. 다른 음식들 만들 때 봤는데요, 정말 세심하게 신경 써서 조리하시더라고요."
"아, 보여줄 게 있어. 내가 문예반에서 시를 써서 1등 했어. 시 엽서 보면서 나도 쓰고 싶었지."


그러면서 휴대전화로 당신이 썼던 삼행시 <어머님>를 보여주셔서 너무 놀라고 감동해서 말을 멈췄다.

"'오늘도 고마워' 그 말에 보람 느껴요"
 
작년 필사시화엽서나눔에서 모은 시를 보면서 당신도 시를 쓰셨다고 했다
▲ 황용하 어른의 삼행시<어머님> 작년 필사시화엽서나눔에서 모은 시를 보면서 당신도 시를 쓰셨다고 했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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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여 만에 수혜자들에 대한 식사 배부가 끝났다. 주방에서는 1초도 쉬지 않고 설거지와 그릇 소독을 했다. 다정한 김나경 조리사(복지관 3년 차)는 돌아가는 어른들마다 눈길을 마주치며 인사했다. 미래에 '다정한 간호사'를 꿈꾸며 3일 차 봉사 중이라는 최민지(대학1, 간호학과) 학생이 전동차를 타고 들어온 어르신에게 식판을 전하면서 인사하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나운복지관급식소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주저 없이 '협력과 배려'라고 답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이런 사람들이 만드는 음식에 어떤 양념이 더 필요하겠는가 싶었다. 다만 수혜자의 수에 비해 급식소 공간이 턱없이 작아,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점심을 기다리는 수혜자들 모두에게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 아쉽다. 

또 한 가지, 현재 나운복지관 단체봉사의 수가 10여 개 팀인데 한 달에 20일의 점심을 준비한다면 1일 1개 팀의 단체봉사자가 필요했다. 군산에서 가장 많은 수혜자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근종사자 5명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급식 현장에 지역시민들의 참여가 절실했다.

이날, 코로나로 인해 도시락을 받던 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수혜자들의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아마도 복지관 종사자들이 만드는 음식에 대한 믿음과 그들이 전하는 미소 때문이리라. 첫째도 둘째도 오로지 '위생과 맛있는 밥'만을 생각하며 음식을 준비한다며 그들은 말했다.

"갓 지은 밥과 반찬을 드시면서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건 매일 보는 모습인데도 항상 새로워요. 맛있게 드시고 다음 날 건강하게 또 만나서 '오늘도 고마워'라고 말씀하실 때 정말 일하는 보람을 느껴요."

나운복지관 급식소의 정면에 쓰여 있는 시, 김승희씨의 <새벽밥>은 모든 급식 종사자와 봉사자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수혜자들에게 향한 그들의 마음은 별이 되고 쌀이 되더니 밥이 되고 사랑이 되었다.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봅니다
하얀 밥들이 별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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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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