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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musical) <동백꽃 피는 날>의 극작가와 작곡가는 제주의 관광 정책과 제주의 역사를 결합시키며 야만의 역사인 제주4.3을 풀어나가고 있다. 

자본과 정부에 의해 마을을 뒤집어 항구와 대규모 관광 시설이 추진되는 북촌리를 배경으로 개발을 반대하는 할머니와 개발업자, 할머니 집을 팔아 마을을 떠나고 싶은 아들 그리고 할머니집에 꽃이 피지 않는 동백나무를 취재 차 방문한 방송작가를 통해 제주4.3의 고통이 복잡하게 꼬여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동백은 제주4.3항쟁 당시 희생된 제주 사람을 상징하는 꽃이며, 북촌리는 제주4.3의 집단학살로 피해가 컸던 마을 중 하나로 현기영의 <순이삼촌>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북촌리 동백나무는 4.3 당시 불에 탄 데다 동백나무 밑에는 당시의 희생자가 묻혀 있어 '꽃을 피우지 못하는 아픔'을 상징한다. 
  
“기다림”을 의미하는  흰 동백꽃을 만들어 할머니를 위로하는 토벌대의 딸 방송작가
▲ 흰 종이 동백꽃 나무 “기다림”을 의미하는 흰 동백꽃을 만들어 할머니를 위로하는 토벌대의 딸 방송작가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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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관광은 1970년부터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제주도관광종합개발계획 수립(1973~1981)했고, 1991년 제주도개발조치법(안)으로 주민이 개발을 반대할 경우 자본에게 개발을 강제할 수 있는 반헌법적인 법률안이 등장할 정도로 정부에 의해 개발 욕구가 강한 곳이었다.

지금도 섬 제주는 한반도 본토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연간 15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며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헌집 줄게 새집 다오 / 돈방석에 앉아 보자 / 낡은 북촌 헐어내고 / 인생역전 이뤄보자"는 흥얼거림을 통해 개발업자들이 주민들을 현혹하였음을 밝혀준다.

주민 중 개발을 반대하는 분임할머니는 70여 년 전 결혼하는 날 남편을 공권력에 희생당한 아픔을 가지고 있으나 개발업자들은 아픈 기억의 할머니를 "북촌의 유명인사 분임 할망이시죠 / 일자무식 안하무인 유아독존이세요 / 결혼식 하는 날에 남편이 죽었데요 / 그때부터 저렇게 이상하게 되셨죠"라며 공권력의 폭력성에 고통을 받고 있는 주민을 역으로 조롱한다.

할머니는 꽃이 피지 않는 동백나무가 파헤쳐 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고통스런 기억이 되살아나 더욱 힘들어 한다.

"모르겠어 뭐가 / 잘못된 건지 /붉은 바다 / 쓰러지는 사람들 /검게 물든 하늘 / 아이들의 비명 소리 / 울부짖는 사람들 / 모든 게 끝나 버렸지"라는 노래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며 "눈에 보이는 건 모두 잡아 들여 / 모여 있는 것들 모두 죽여 버려 / 붉은섬 빨갱이 전부 쓸어버려 / 닥치는 대로 모두 다 부숴 버려"라는 노랫말을 통해 70여 년 전 공권력의 야만적인 토벌 상황을 고발한다. 

살아 남은 자들은 죽은 자들보다 더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 했고 살아남은 자는 죽어야만 고통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한다.

"살아 있다는 게 / 너무 힘들었지 /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기억 그날의 악몽 같던 모습이 떠올라 /떨쳐 버리려 애를 써 보지만 또다시 떠오르는 기억들 / 내 삶이 끝이 나면 모든 것이 잊어지겠지"

꽃이 피지 않은 동백은, 아니 꽃을 피울 수 없는 동백은 아픈 기억이 다 아물고 가해자들의 사과와 살아남은 자들의 용서를 통해 화해를 하고 상생이 가능함을 지적하고 있다.

꽃이 피지 않는 동백나무를 찾아 나섰던 방송작가는 4.3 당시 경찰로 활동한 아버지가 가한 공권력의 폭력성에 잊지 않고 기억하여 희생자들을 추념할 것임을 약속한다.

"세월이 흘러가도 이 약속만은 지킬 게요 / 눈이 내리고 얼어붙은 들판 그곳에 피는 동백꽃처럼 / 우린 반드시 기억 할게요 당신의 가슴 아픈 기억들"
  
제주4·3의 한(恨)을 음악극(musical)으로 풀어낸 '동백꽃 피는 날'
▲ 동백꽃 피는 날 제주4·3의 한(恨)을 음악극(musical)으로 풀어낸 "동백꽃 피는 날"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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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제주4.3을 주제로 한 공연들이 무거웠던 반면 '동백꽃 피는 날'은 익살스러운 웃음을 통해 젊은이들이 4.3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동백꽃 피는 날>은 국악 전문 업체인 '메가기획'이 제작하고 <서편제>에서 명성을 높인 국악인 오정해씨를 비롯해 젊은 국악인들로 구성된 공연이다.

지난 6월 9일부터 7월 3일까지 대학로 SH아트홀에서 공연되며, 4.3 희생자 유가족은 재경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와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그리고 기획사에서 무료로 초청하고 있다.

유가족은 재경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010-8080-6223)으로 신청하면 된다.

태그:#동백꽃 피는 날, #뮤지컬, #북촌리, #관광,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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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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