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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3일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 참석해 대학총장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3일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 참석해 대학총장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교육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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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등록금 인상과 국가장학금2 지급을 연계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학의 등록금 규제를 풀어줄 모양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23일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서 "정부에서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고등교육법 제11조 10항에 의해 대학은 지난 3년 평균 소비자 물가인상률 평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국가장학금2와 연계하는 정책으로 등록금 인상을 막았다.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에 국가장학금2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즉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에 국가장학금2를 주는 것으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온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를 뒤집을 모양이다. 장 차관은 "물가 상승기에 규제를 푸는 타이밍을 언제 할 것이냐, 학생·학부모의 부담을 어떻게 덜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면서도 "1∼2년 끌 것은 아니고 조만간에 결론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등록금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한국 대학 등록금, 이미 세계 최상위권... 대학은 어떤 노력을 하나
  
전국대학생학생회네트워크, 청년하다 등 등록금반환운동본부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해 3월 정부서울청사앞에서 '등록금 반환 요구'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대로 된 수업을 받지 못했고, 알바 자리는 잃고, 불확실한 학사 일정에 공허한 월세를 지출'했으나, 정부는 대학생들의 피해 보전에는 인색했다고 주장했다.
 전국대학생학생회네트워크, 청년하다 등 등록금반환운동본부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해 3월 정부서울청사앞에서 "등록금 반환 요구"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대로 된 수업을 받지 못했고, 알바 자리는 잃고, 불확실한 학사 일정에 공허한 월세를 지출"했으나, 정부는 대학생들의 피해 보전에는 인색했다고 주장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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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차관의 발언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한국 대학 등록금은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다. 학교를 다니면 내야 하는 연평균 7백만 원의 대학 등록금은 대다수 서민에게는 너무나 큰돈이다. 국가는 선진국 대열에 올랐을지 몰라도 많은 대학생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학교를 다닐 수 있다. 졸업한 지 꽤 된 사회 초년생 중에는 등록금 대출 빚을 갚느라 미래를 계획하지 못하는 사람도 너무나 많다.

현실이 이런데도 대학 등록금을 올려야 할까?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는, 대학들이 학교 재정 확대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수입이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하는 등록금이 전부인 경우가 대다수다. 대학 경영진들은 대학 내에서 자신들의 권한만 독점할 뿐, 대학 재정 구조의 다양화와 재정 확대를 위한 노력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지출은 방만하게 하고 있다.

앞서 교육부 차관이 참석한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 총장 회의가 대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것만 봐도 그렇다. 대학교 재정이 어렵다면서, 멀쩡하고 시설 좋은 대학 강당이나 회의실을 놔두고 굳이 대관료가 비쌀 것이 자명한 호텔에서 개최하는 것을 납득할 수 있을까?

총장 회의뿐 아니라 각종 처장협의회, 담당 직원 협의회 등 전국적으로 200개가 넘는 대학의 각종 협의회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들이 1년간 쓰는 협의회비, 협의회 연수비 등도 모두 그 어렵다는 대학 재정에서 나가고 있다. 더구나 대학의 교수, 직원 등은 1년에 최소 1회 연수회를 진행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제주도 등 주로 관광지로 연수를 간다. 대학교 재정이 그렇게 어렵다면, 이런 행사는 학교 내에서 진행하면 안 되는 걸까?

그뿐 아니다. 교육부 감사 인력 부족으로 1년에 몇 개 대학만 종합 감사를 하고 있지만, 감사 결과를 보면 대학마다 수십억 단위 횡령과 방만한 지출 내역이 고스란히 드러나 징계를 받는 게 현실이다. 일례로 학생 축제 때 가수 한 팀 부르는데 드는 수천만 원도 대학 재정에서 나가는데, 대학 재정에서 방만한 지출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나?

대학은 반드시 수익용 재산을 갖고 있어야 하고, 수익용 재산의 수익 중 일정액을 대학 재정에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수익용 재산의 법정 수입액을 대학 재정에 충당하는 대학은 손에 꼽을 지경이다. 대학마다 수익용 재산을 갖고 있는데도 수입이 없는 이유는 뭘까. 그건 대부분 대학이 수익용 재산으로 전국 각지에 노른자 땅을 사놓아 소위 '땅 부자'들이고, 이런 빈 땅에서 당장 수익이 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대학 등록금을 올려야 할까?

기이한 생태계... 정부, 재정지원도 없이 경쟁력만 강화하라고? 

대한민국은 국공립대가 약 15%, 사립대가 약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2021년 기준 사립대는 전체의 85.5%, 국공립대는 14.5%). 대학을 국가가 아닌 민간이 책임지는 기이한 상태인 것이다. 정부의 2022 고등교육 재정은 국가장학금을 빼면 6조 원가량에 불과하다. 380여 개 대학에 연간 7조 2천여억 원을 지원하면서, '대학 경쟁력 강화'를 말하는 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오래전부터 고등교육 관련 단체들은 고등교육 재정 확대를 주장해왔고, 그 대안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외쳐왔다. 21대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민간이 책임져왔던 고등교육을 이제라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고등교육 재정 확대는 나 몰라라 해온 것도 화가 나는데, 정권이 바뀌자 등록금 인상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려고 하는 모양새다. 

나는 윤석열 정부의 대학 등록금 인상 정책 변화에 강력히 반대한다.

등록금 인상에 앞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하나 있다. 첫째, 대학 경영진들은 대학 재정 확대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고, 동시에 대학의 부정부패와 방만한 지출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 더불어 정부는 시급히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에 나서 지난 수십 년간 고등교육을 방치한 책임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선행 조치 없이, 무조건적인 대학 등록금 인상은 반대한다. 

덧붙이는 글 | 김일곤 기자는 교육공공성강화·국립대법인화저지를 위한 국립대공대위 전 집행위원장으로 근무했습니다.


태그:#등록금인상 반대, #고등교육재정 확충,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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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대학 개혁을 위한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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