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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항소심 재판부가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고 정순규씨 추락사로 기소된 건설업체 관계자에 대해 1심과 같은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판결 결과에 반발하며 법정 밖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고인의 유족과 산재피해자가족네트워크.
 부산지법 항소심 재판부가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고 정순규씨 추락사로 기소된 건설업체 관계자에 대해 1심과 같은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판결 결과에 반발하며 법정 밖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고인의 유족과 산재피해자가족네트워크.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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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님, 증인 신문을 왜 했습니까?"

23일 오전 10시 부산지방법원 254호 법정. 선고가 한 차례 연기된 끝에 열린 재판에서 원심과 똑같은 결정이 나오자 분노한 유족 중 한 명이 일어나 소리쳤다. 3년 전 부산 경동건설 시공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고 정순규 하청 노동자가 추락사한 사건과 관련해 항소심을 맡은 부산지법 제2-1형사부는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경동건설, 하청업체 현장소장 등 2명에게 선고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경동건설 안전관리자 1명에게 내린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유지됐다.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법인을 상대로 한 벌금 1천만 원도 그대로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측의 법리 오인 주장과 검찰의 양형 부당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 형량을 유지한 것은 사건을 뒤집을 새로운 증거나 특별한 변경 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재판부는 불복한다면 판결문을 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대법원으로 상고장을 제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부터 시행됐지만, 소급  적용이 불가해 이 사건은 해당되지 않는다.

공사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지만, 책임은...

하청 노동자인 고인은 2019년 10월 30일 부산 남구 신축공사 현장 비계(임시 철근시설물)에서 추락해 숨졌다. 산재사고가 발생했지만, 현장에 CC(폐쇄회로)TV가 없어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업체 측은 고인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유족은 사고 직후 현장이 은폐됐다며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고인의 아들인 정석채씨는 "(건설사의) 과실이 축적되고 수많은 잘못이 모여 일어난 사건"이라며 "강력한 처벌을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열린 1심에서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은 피고인들의 현장 관리 감독의 의무와 사망사고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일부 있다"라는 내용으로 준비한 판결문을 읽었다. 유족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결국 검찰과 피고 양측 모두 항소에 나섰다. 해를 넘긴 지난 4월에야 재판이 시작되면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1심과 똑같은 결론에 이날 항소심 법정 안팎은 항의로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유족뿐만이 아닌 중대재해없는부산운동본부 소속 단체 회원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일부는 "이게 법이냐, 정의냐"라고 고함을 쳤다. 3년간 싸워왔던 유족들은 주변의 부축을 받으며 한참 동안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을 뒤로한 채 피고인들은 빠르게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번 판결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3명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다른 출구를 향하던 1명은 되레 "억울하다"라며 추가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추락사 유족이 23일 항소심 직후 부산지법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현장에는 김용균 재단의 김미숙 이사장, 고김태규 노동자의 유족 김도현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중대재해없는 부산운동본부 소속 단체 회원들이 함께 참석했다.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추락사 유족이 23일 항소심 직후 부산지법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현장에는 김용균 재단의 김미숙 이사장, 고김태규 노동자의 유족 김도현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중대재해없는 부산운동본부 소속 단체 회원들이 함께 참석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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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과 중대재해없는부산운동본부,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으로 예정된 입장 발표 일정을 30분 앞당겼다. 고인의 아내인 김아무개씨는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했지만, 억울함만 남았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안전관리 소홀로 허술한 작업 환경을 방치해 사람이 죽어도 기업은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하청을 주는 탓에 책임에서 벗어난다"면서 "이 결과로 남편은 처참하게 희생됐다"라고 분노했다.

같은 사건을 경험한 이들도 정순규씨 유족의 말을 거들었다. 경기도 수원시 아파트형 공장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로 숨진 고 김태규씨의 누나인 김도현씨는 "우리 태규도 똑같이 추락 사고로 실형 10개월이 나왔는데 이게 무슨 결과냐"라며 "왜 똑같은 죽음인데 다른 판결이 내려지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태안화력 김용균씨 어머니인 김미숙 (사)김용균재단 이사장 또한 "평생 가슴을 치며 아파할 것을 생각하니 참담함이 무기력함으로 변해 한숨만 나온다"라고 한탄했다. 김 이사장은 "책임자(기업)들의 터무니없는 가벼운 형량을 용인해주는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가 싸우고 있다. 깊이 반성하고 뉘우쳐도 모자랄 마당에 끝까지 잘못이 없다는 주장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번째 재판으로 법정 공방은 끝난 게 아니었다. 피고인들과 마찬가지로 유족과 시민사회도 역시 상고를 언급했다. 부산운동본부 관계자는 "유족과 협의해 검찰에 상고장 제출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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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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