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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커서 타지 않는 유아 자전거를 팔려고 중고거래 앱에 접속했다가 싸이 흠뻑쇼 티켓 판매글이 화면 상단부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싸이의 흠뻑쇼 전국 투어 중 강릉도 포함된 모양이었다. 공연은 7월 30일 강릉 종합경기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생겨서 못 갈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다가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검색창에 '싸이', '흠뻑쇼'를 각각 입력해 보았다. 

중고거래 앱에서 인기 있는 '싸이 흠뻑쇼'

거래 가능한 게시물만 50개가 넘었다. 판매글이 올라오는 빈도와 끌올(가격 조정 후 게시물 끌어올리기) 판매 비율도 상당했다. 겨우 인구 21만인 강릉시에, 급한 사정으로 티켓을 양도해야 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을까. 공연까지는 아직 한 달이 넘게 남았는데 말이다. 

티켓 판매 시세는 정가보다 싸게는 3만 원, 비싸게는 7만 원 정도의 웃돈이 붙어있었다. 연석(붙은 좌석) 두 장에 45만 원으로 일괄 판매하는 사람도 있었다. 게시물을 눌러 상세 설명을 읽어보았다. 어떤 게시물에서도 싸이를 너무 사랑하는데, 눈물을 머금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티켓을 양도해야 하는 사유를 발견할 수 없었다. 거의 대부분 전문적으로 티켓 되팔이를 위해 예매한 사람들 같았다. 

콘서트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은 '보지도 않을 공연을 왜 예매하는 거야?'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정판이나 인기 있는 제품을 샀다가 비싼 값에 되파는 리셀 문화는 요즘 매우 흔하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희귀한 나이키 운동화가 가격이 오를 것이라 예상하고 신지도 않을 운동화를 산다. 그리고는 박스째 전용 보관함에 모셔둔다. 리셀 시장에서 상품은 본래의 용도와 무관하게 존재한다.
 
중고 앱 흠뻑쇼 티켓 리셀 화면 캡처
 중고 앱 흠뻑쇼 티켓 리셀 화면 캡처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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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에 물에 젖어 환희를 즐기는 '흠뻑쇼'는 수요가 많았다. 거의 몇 십분 단위로 티켓 판매글이 올라왔고, 거래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티켓 불법 양도는 엄연히 불법이다. 

흠뻑쇼 티켓 '예매 시 유의사항'에도 분명히 기재되어 있다. 공식 티켓 판매처를 제외한 암표 구매 및 불법 사이트 거래를 통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주최 측과 예매처 및 현장 진행요원은 문제를 해결해 드릴 수 없다고. 

하지만 어떤 판매자도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실질적인 처벌 방안이 거의 없을뿐더러 판매자나 공연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가 아니므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도 않는다. 전문 리셀러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사람의 손품으로 처리할 수 없는 속도로 티켓을 선점한다. 실수요자만 울며 겨자 먹기로 피해를 보는 구조다.

무더운 여름밤, 축제의 바람이 부는 강릉에서 신나게 뛰고 소리 지르면 무척 즐거울 것이다. 나도 군대를 두 번이나 다녀온 싸이를 좋아했고, 지금도 이따금씩 머리를 마구 흔들며 '예술이야'를 듣고는 하지만 지금은 무척 시기가 좋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우리 몸을 흠뻑 적실 물이 강릉 지역에 적다는 걸 최근 여러 번 목격했기 때문이다. 

가뭄에 필사적인 농부들

나는 휴직 중이라 평일 낮에도 강릉 곳곳의 숲, 호수, 천변을 따라 산책을 즐긴다. 일전에는 선교장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송정동과 경포동 일대 감자밭에서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는 장면을 보았다. 옅은 무지개가 감자밭 주위로 펼쳐지는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수확을 앞둔 농부는 필사적으로 감자에 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최근 감자 수급난에다가 가뭄으로 감자를 기르는 비용이 더 들어가니, 감자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스프링클러로 물을 공급하는 경포동 일대 감자밭
 스프링클러로 물을 공급하는 경포동 일대 감자밭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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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부모님도 강릉시 외곽 옥계면의 밭에 감자를 이랑 두 줄 정도 심으셨다. 그런데 무더위와 가뭄으로 절반이 말라죽었다. 옥계면은 최근 몇 년 간 산불이 계속되어 마을 전체가 큰 피해를 보았다.

이 지역 주민들에게 물은 화마로부터 집과 가족을 지키는 방어 수단이자, 주 생업 활동인 농사의 필수조건이다. 돈을 지불했다고는 하지만, 콘서트 한 번 즐기기 위해 식수 300톤을 사용한다는 발상은 농민의 상식으로는 감히 품기 힘든 것이다. 

플로깅을 하러 갔던 향호와 오봉저수지도 수위가 눈에 띌 정도로 낮았다. 특히 오봉저수지는 강릉 일대의 최대 상수원으로 농업 및 생활용수를 공급한다. 그런데 현재 저수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다. 오봉저수지에서 물을 충분히 흘려보내지 않으니 강릉 시내를 가로지르는 남대천의 물 냄새도 고약해졌다. 단오제 무렵에도 악취가 나고, 더러운 수생식물들이 들끓어 관람객들이 코를 쥐곤 했다. 

6월 초에 다녀온 국립 대관령 치유의 숲에서도 말라버린 계곡을 마주하게 되었다. 치유의 숲에서 내가 즐겨 찾는 코스는 백 년이 넘은 금강송 숲을 통과하여 오봉산 정상을 찍은 후 물소리 숲길을 따라 내려오는 경로다. 솔내음을 듬뿍 들이키며 몸을 편안하게 만드는 정말 근사한 길이다. 그런데 이번 하산길은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으로 걸었다.

원래 물소리 숲길은 크고 작은 계곡과 개울의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발걸음을 옮기는 곳이다. 하지만 6월의 계곡은 바닥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지난 가을의 낙엽과 가지가 물이 흘러야 할 길을 가려놓았다. 항상 옆에 끼고 걷던 맑은 물줄기가 없으니 소중한 친구를 잃은 듯 허전했다. 

흠뻑쇼에 쓰는 식수는 산에서 흘러가 저수지나 댐에 모인 물을 정수한 것이다. 몇 단계의 공정을 거쳐 콘서트 장에서 뿌려지기까지 엄청난 에너지와 노동력이 투입된다. 돈을 냈으니 상관없다는 마인드가, 공기나 물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중국 기업이 자국에서 비용을 지불했다고 해서 오염된 상태로 황해로 흘러들어오는 물이나 한반도로 향하는 대기가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동해안을 따라 늘어선 화력 발전소에서는 오늘도 전기와 미세먼지, 매연을 만들어내지만 정작 강원도 사람들은 그 생산량의 절반도 사용하지 않는다. 전력은 국가기반산업이어서, 강원도의 전기가 부족하지 않아도 타 지역 전력 수급이 좋지 않으면 발전기를 가동해야 한다. 물이든 전기든 공공재는 금전의 가치로만 환산할 수 없는 성질이 있는 것이 아닐까. 

혼자서 흠뻑쇼를 하고 왔다

치유의 숲에서 내려오자 다시 시원한 물소리가 들렸다. 여러 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합류하는 대관령 옛길 즈음에서야 계곡이 계곡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손을 오목하게 모아 물을 떠 마셨다. 부드러운 질감의 달고 상쾌한 물이었다. 나는 잠시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은 후 계곡에 발을 담갔다. 팔도 씻고 얼굴도 닦았다. 

빠르게 흐르며 바위에 부딪치는 계곡물이 튀어 흠뻑 젖었다. 대관령 계곡물은 리셀이 불가능하고, 예매도 할 수 없으며, 인위적인 조치나, 추가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나는 그냥 여기서 마음 편하게 혼자서 흠뻑쇼를 하고 왔다.

싸이 노래 좋아하는데, 함께 떼창하고 잠깐 정신을 놓은 듯 노는 것도 진짜 재미있겠지만 가뭄의 민낯을 보고 나니 도저히 콘서트 티켓 구매 버튼은 누를 수 없을 것 같다. 
 
비가 내리지 않아 말라버린 치유의 숲 내 물소리 숲길
 비가 내리지 않아 말라버린 치유의 숲 내 물소리 숲길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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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입니다. <선생님의 보글보글> (2021 청소년 교양도서)을 썼습니다. 교육과 환경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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