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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옥전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
ⓒ 합천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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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칼이 복어로 향하고, 대중들의 접시 위에 독을 제거한 복어 요리가 등장하는 것이다. 독이 들었다고 해서,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복어를 버릴 수는 없다.

<일본서기>가 독이 든 복어이니 아예 먹지 말자는 주장은 역사학 방법론인 사료비판을 통해 사료를 분석하는 전문가의 노력을 단숨에 전복시킨다. 비전문가가 독이 든 복어를 손질하면 누군가 죽음에 이르지만, 전문가가 손질하면 값비싼 요리로 재탄생된다."

임동민 안양시청 학예사가 최근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펴낸 <역사교육>(136호)과 가야고분군세계유산등재추진단에서 낸 <가야사의 오해와 편견>이란 자료집에 쓴 "<일본서기>를 활용하면 모두 식민사학?"이란 제목의 글에서 한 말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 중인 가야 고분군 가운데 합천 옥전고분의 '다라국'과 남원 유곡리‧두락리 고군분의 '기문국' 표기를 두고 '식민사관'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 관련 학자들이 '오해'와 '편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라'는 일본어가 아닌 우리의 고유한 언어"

하승철 가야고분군세계유산등재추진단 조사연구실장은 "가야, 자율과 공존의 이름"이란 제목의 글에서 "'가야'는 1세기부터 6세기까지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여러 정치체를 총칭한다"며 "그러나 가야인 스스로 작성한 역사기록이 남지 않아 '가야'라는 명칭이 국명인지, 종족을 뜻하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고, '가야'를 가리키는 이름도 다양하며 그 한자표기도 제각각이다"고 했다.

하 실장은 "한‧중‧일 사서에는 '가야'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가야(加耶·伽耶·伽倻), 가라(加羅), 가량(加良), 가락(駕洛·伽洛), 구야(狗耶), 임나(任那) 등 10여 종의 표현이 등장한다"며 "이 중 가장 많이 쓰인 것은 가라(加羅)이지만 1145년에 편찬된 <삼국사기>에는 가야(加耶), 1281년에 편찬된 <삼국유사>에는 가야(伽耶), 1530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비롯한 조선시대 인문지리서에는 가야(伽倻)로 표현하였다"고 설명했다.

하 실장은 "세계유산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7개의 '가야고분군'은 현재까지 파악된 가야의 7개 정치체가 조성한 지배층 고분군이다"며 "가야고분군은 가야 각국의 지배층이 정치권력을 상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구릉지나 산지에 조성한 기념물로서 지배권력의 정당성과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특별한 장치로 이용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야 각국에 조성된 가야고분군에는 가야의 정치·사회·문화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어 있고 가야연맹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이것이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자 하는 이유이다"고 했다.

김동연‧박준현 학예사(합천군)는 "옥전고분군과 다라국"이라는 글에서 "다라국과 관련된 가장 이른 시기의 기록은 중국 양나라 원제(526~536년) 시기에 제작된 <양직공도>이다"고 했다.

<양직공도>의 백제국사전에는 "주위에 소국은 반파,탁, 다라, 전라, 사라, 지미, 마련, 상기문, 하침라 등이 있는데 백제를 따른다.(旁小國 有半波·卓·多羅·前羅·斯羅·止迷·麻連·上己文·下枕羅等 附之)"라고 기록되어 다라국이 백제 주위에 있는 나라로 소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박 학예사는 "과연 '다라'는 일본말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 박용식 교수(경상국립대)는 '달/다라'는 '산'이나 '높은 곳'을 가리키는 가야인의 언어임을 지적하고 있다"며 "'다라'는 일본어가 아닌 우리의 고유한 언어라는 것이다"고 했다.

이들은 "옥전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임나일본부설이 허구임을 밝히는 중요한 고고학 자료이다"며 "그 대표적인 유물이 말머리가리개이다. 말머리가리개는 전사뿐만 아니라, 말까지 갑주로 무장시킨 형태의 중장기병이라는 당시 최고 기술이 구현된 무장체계를 상징하는 유물이다"고 했다.

이들은 "옥전고분군에서 출토된 말머리가리개는 일본의 것보다 시기적으로 빠르고 수량도 훨씬 많아 당시 우위의 무장력을 갖춘 일본이 가야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에서도 그 근거를 잃게 되었다"고 했다.

김동연‧박준현 학예사는 "다라국을 대표하는 옥전고분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은 왜가 가야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가야고분군세계유산등재추진단에서 낸 <가야사의 오해와 편견>.
 가야고분군세계유산등재추진단에서 낸 <가야사의 오해와 편견>.
ⓒ 가야고분군세계유산등재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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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는 광개토왕비문에 먼저 나와"

기경량 가톨릭대 교수는 "가야사를 포위한 사이비 역사학"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이비 역사 추종자들은 한국 역사학계가 겉으로는 '임나일본부설'을 부정하는 척하지만 결국 '가야=임나'라는 점은 인정한다면서, 이것은 실질적으로 임나일본부설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며 "하지만 가야의 또 다른 명칭이 임나라는 것은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사 내에서의 자료만으로도 명확하게 증명된다"고 했다.

<광개토왕비문>에 보면 "고구려군이 한반도 남부에서 군사 활동을 벌인 곳으로 '임나가라(任那加羅)'"라는 지명이 나오고, <삼국사기>(강수 열전)를 보면 "중원경(지금의 충주) 출신이자 가야계 인물인 강수 스스로가 자신을 '임나가량(任那加良)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장면이 있으며, 나말여초의 인물로서 김유신의 후손인 진경대사의 탑비문을 보면 "속세에서의 성은 신김씨(新金氏)(김해 김씨)이며, 그 선조는 임나의 왕족"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기 교수는 "사이비 역사 추종자들은 한반도 내에 임나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일본 열도 내에 있었던 정치체일 뿐이라는 것이다"며 "하지만 그들 논리에 따르면 진경대사탑비문의 내용에 따라 '임나의 왕족'인 김유신은 꼼짝없이 일본인이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구성원을 가진 김해 김씨는 죄다 일본인의 후손이 되어야 할 판이다"고 했다.

기 교수는 "일제시기에 악명을 떨쳤던 임나일본부설의 문제는 가야(임나) 지역에 일본이 '일본부'라는 군사·정치적 기구를 설치하여 지배하였다는 주장의 허위성과 정치적 악용에 있다"며 "따라서 이것이 역사적 사실이 아님을 논파하면 되는 것이지, 임나라는 명칭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엉뚱한 과녁을 쏘는 행위이다"고 했다.

이어 "'임나를 인정했으니 임나일본부도 인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전근대에 한반도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존재했다고 인정하면 '조선총독부 추종자'가 된다는 식의 억지 주장이다"며 "최소한의 형식 논리만 따져 보아도 성립되지 않는 악선전이자 선동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지금의 우리가 반칙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

임동민 학예사는 "현재 한국과 일본의 역사학자 가운데 과거 일본의 식민주의 역사학자들처럼 '임나일본부'를 임나(가야)에 세운 일본의 지배기구로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일본'이나 '부'라는 표현은 후대 편찬과정에서 조작된 용어로 이해되고 있고, '임나일본부'의 성격도 외교기관이나 사신단, 혹은 교역기관, 왜계 관료 등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했다.

임 학예사는 "식민주의 역사학의 극복은 '한국 민족'의 '일본 민족' 지배라는 식으로 단순히 주어만 바꾼다고 달성되는 목표가 아니다"며 "오히려 근대의 식민주의, 제국주의, 민족주의가 역사학에 어떻게 '당위'를 주입하여 일종의 '반칙'을 저질렀는지를 드러내고, 비판해야 한다. 상대 선수가 과거에 반칙했다고 해서, 지금의 우리가 반칙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반칙 없이 역사학 방법론에 근거하여 학문적으로 연구할 시점이다"고 했다.

신가영 연세대 교수는 "'임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임나'라는 명칭은 <일본서기>에서만 사용된 것이 아니다"며 "<일본서기>에 비하면 그 수가 적은 편이지만, 한국과 중국의 사료에서 가야의 명칭으로서 '임나'가 나타난다"고 했다.

이어 "광개토왕비의 '임나' 용례는 가장 이른 시기의 기록이다. 금석문으로서 사료적 가치가 높고, 당시 사람들의 인식을 알 수 있다"며 "가야인 혹은 고구려와 신라인들이 '임나'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한국, 중국, 일본 측 기록에서 모두 '임나'가 사용되고 있는데, <일본서기>의 '임나'만을 기준으로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는 바로 사이비역사가들이다"며 "이들은 여전히 사료상의 '임나'를 '임나일본부'로 인식하고 있으며, '임나일본부'를 '조선총독부'와 같은 것으로 투영하여 이해하려는 선입견을 보인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김해 대성동 고분군, △함안 말이산 고분군, △고령 지산동 고분군, △고성 송학동 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합천 옥전 고분군, △남원 유곡리‧두락리 고분군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을 했다.

유네스코는 지난 6월 19일 러시아 카잔에서 세계유산위원회를 열어 가야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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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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