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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한글날 행사에서 글씨를 쓰는 소피아 교수.
 광화문광장 한글날 행사에서 글씨를 쓰는 소피아 교수.
ⓒ 소피아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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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광화문광장 재개장을 기다리는 외국인이 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대학에서 문자 디자인을 가르치는 소피아 엘콜리(35, Sofia Elkhouly) 교수도 그중 한 사람이다. 소피아 교수의 디자인은 아랍어와 한국어의 조형미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캘리그라피다. 소피아 교수는 '두 나라 문자의 콜라보'를 주제로 한 한국미술관(인사동 소재) 특별전시도 앞두고 있다.

유학 중에 서예 배워 한글홍보대사가 되다
 
한글 사랑이 남다른 소피아 교수.
 한글 사랑이 남다른 소피아 교수.
ⓒ 소피아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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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2013년부터 5년간 한국에서 공부했다. 한국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동안 서예를 따로 배웠다. 소피아는 자신에게 서예를 가르친 매곡 조윤곤 선생을 지금도 '아빠'라 부른다. 소피아의 한글 서예는 미적 완성도가 뛰어나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소피아는 (사)한국예술문화원이 주관한 광화문광장 한글날 행사에 5년 연속 참가했고, 충남 예산에서 열린 휘호 경진대회에서는 외국인으로는 드물게 입상했다.

소피아는 2017년 6월 라마단 기간에 열린 '이슬람인 만남 행사'에 특별 게스트로 초청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한국과 이슬람 문화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서예인데, 소피아는 한국에서 서예 활동을 통해 양측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집트는 물론 아랍권을 통틀어도 소피아만큼 한글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디자이너는 희귀하다.

소피아는 서예야말로 한류의 'New Trend(뉴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디자이너의 눈으로 보면 한글만큼 아름다운 문자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그에겐 붓으로 먹물을 찍어 쓰는 작업도 흥미로운 창작 예술이다. 이집트에도 대나무 끝을 쪼개 잉크를 찍어 쓰는 글씨가 있지만, 한국의 붓글씨만큼 운필의 속도와 깊이가 미묘하지는 않다. 그가 서예를 처음 배운 순간부터 한글 홍보대사가 된 이유다.

K드라마와 K팝은 아랍권 청년들에게도 호기심 가득한 문화상품이다. 소피아도 2008년 방영된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다. 영상을 통해 혜원 신윤복과 단원 김홍도를 알았고, 그것이 한국 유학을 결심하게 된 중요한 배경이었다. 붓으로 툭툭 스치며 정겹게 그린 풍속화들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대학을 수석 졸업한 디자이너의 심금을 울린 것이다.

"광화문광장은 서예 하나만으로도..."
 
(사)한국문화예술원은 2009년부터 10년간 광화문광장에서 '무료 가훈 명구 써주기' 행사를 진행했다.
 (사)한국문화예술원은 2009년부터 10년간 광화문광장에서 "무료 가훈 명구 써주기" 행사를 진행했다.
ⓒ 한국문화예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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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가 한국에서 한글의 매력에 심취한 동안, (사)한국예술문화원은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주말과 휴일마다 세종대왕 동상 옆 보도블럭에 천막을 치고 '무료 가훈, 명구 써주기' 행사를 진행했다. 2009년부터 10년간 이곳에서 글씨를 받아간 사람은 대략 45만 명에 이른다. 하루 평균 500-600명에 이르는 엄청난 수인데, 그 중 상당수는 광화문을 찾아온 외국 관광객이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외국 도시들은 수도 한복판에 광장을 두고 있다. 반면 서울에선 무분별한 도시 개발 후유증으로 뒤늦게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이 조성되었다. 소피아는 서울 도심에 위치한 광화문을 구경하다 우연히 행사장을 발견한 외국 관광객들이, 모국어로 자기 이름과 자기 나라 격언을 써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에 주목했다. 비록 국적은 달라도 사람들은 다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산다는 걸 느낀 것이다. 그런 까닭에 소피아는 광화문광장이 다시 열리면 그때처럼 세종대왕 동상 앞에 서예 행사장이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소피아는 2017년 박사과정을 마치고 이집트로 돌아갔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광화문광장에 모여든 시민들이 자주 떠올랐다. 가끔 한글 붓글씨 작품을 만들어서 SNS에 올렸지만 그리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번 여름 한국국제교류재단 방한연구를 지원하는 펠로우십 프로그램으로 다시 돌아온 광화문광장이 내 집처럼 반갑다.

"외국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광장에 대한 기억이 강해요. 그곳에서 그 나라의 독특한 문화를 볼 수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광화문광장은 서예 하나만 갖고도 한국 문화를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사람들도 외국 사람들도 자기 마음에 드는 글씨를 하나씩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소피아는 한글날 아침 한복 차림으로 세종대왕 앞에서 글씨를 쓰던 장면을 잊지 못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문자를 만든 사람 면전에서 글씨를 쓴다는 건 그 자체로 감격이었다. 그래서 그날 쓰는 글씨의 내용은 늘 한글 예찬이었다. 소피아는 감동 재현을 위해 10월 9일까지 한국에 남기 위한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

"문자가 달라도 뜻은 같다"
 
소피아 교수가 쓴 이집트 축구대표팀 응원 글씨.
 소피아 교수가 쓴 이집트 축구대표팀 응원 글씨.
ⓒ 육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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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 소피아의 나라 이집트 축구대표팀이 한국에서 친선경기를 벌였다. 소피아는 아랍어로 "한국은 이집트 축구대표팀을 환영합니다"라는 글씨를 썼고, 축구영웅 모하메드 살라와 파라오 복장을 한 한국 축구팬 2명이 그 글씨를 들고 현장에서 응원을 펼쳤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한 다수의 이집트인들이 소피아의 글씨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아랍어는 오른쪽부터 읽고, 한글은 왼쪽부터 읽습니다. 아랍어는 위와 아래를 혼합할 수 있지만 한글은 순서가 있습니다. 좀처럼 섞이기 쉽지 않은 두 문자의 패턴을 섞으면 멋진 작품이 나옵니다. 제가 작업하는 디자인이 바로 그겁니다."

소피아는 "문자가 달라도 뜻은 같다"고 했다. "아랍과 한국의 서예 형태는 전혀 다르지만, 양쪽 모두 '마음 수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소피아는 "실험적으로 시도한 문자 콜라보가 두 나라 국민들의 거리를 좁히는 가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그의 간절한 소망이 7월 재개장하는 광화문광장에서 만개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소피아 교수를 인터뷰한 육성철씨는 전직 기자로서 현재는 국가인권위원회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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