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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 겪는 노인층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 겪는 노인층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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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여파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시니어의 디지털 소외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디지털 배움터 확대 정책을 시행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키오스크(무인단말기)는 2019년에 8598대에서 2021년 2만6574대로 3배 이상 급증했다. 무인 계산대를 사용하는 편의점도 지난해 610여 곳으로 전년 대비 급증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고령층의 디지털 디바이스와 온라인 서비스 이용에 대한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발표한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연령별 디지털 이용수준이 50대의 경우 95.1%에 달하지만 60대 59.8%, 70대 14.9%로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입장벽 높은 디지털 포용정책

특히 모바일 기기는 40대 72.%, 50대 62.7%로 절반 이상이 이용능력을 갖고 있지만 60대 이상에서 현격히 그 능력이 저하되었다. PC이용능력도 50대의 경우 43.3%, 60대 30.9%로 10%p 이상의 격차를 보여,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는 심각하다.

이같은 시니어 디지털 소외현상에 대해 정부는 디지털포용정책을 내놓으며 고령층 및 디지털취약계층을 교육하는 디지털배움터를 확대, 운영 중이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단체, 226개 기초자치단체가 1천여 개소의 디지털배움터를 운영해 65만 6천여 명이 교육을 받았다. 이중 60대 이상이 44.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시니어 디지털 소외 극복을 위한 성과를 내는 듯 보였다.

그러나 디지털배움터의 60대 이상 교육생은 29만 1193명으로 65만 명인 전체 노인인구의 절반 가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거기다 교육장소로 활용하는 노인복지관의 경우 전체 364곳 중 245곳만을 활용, 115곳의 복지관은 배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또 소외지역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디지털배움터' 버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충북, 경북, 강원 등 4개의 지역에서만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디지털 배움터를 통해 교육 혜택을 받으려고 해도 또 한 번의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바로 '로그인'이다. 로그인 자체를 할 줄 모르는 교육생의 경우 수업 수강신청 자체가 불가하다. 강사와 전화연결을 통해 로그인을 하거나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신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 디지털배움터 강사 김아무개(42)씨는 "교육생들이 컴퓨터를 다뤄본 적도 없고 인터넷 검색조차 해 본 적 없는데 로그인을 필수로 하는 시스템이 시니어에게는 정말 불편하다"고 말했다.

원주시 무실동에 거주중인 송아무개(76)씨는 "디지털 배움터가 있는 줄도 몰랐다, 복지관에서 설명해줘서 알았다"며 "그런데 집에서 배움터 찾으려고 하니까 이제 로그인이 필요하다고 해서 결국 손녀딸이 도와줘서 했다"고 전했다. 송씨는 "처음부터 이러니까 막막하더라. 친구들도 그냥 안 한다고 포기하더라"며 '로그인 진입장벽' 앞 시니어들의 심정을 전했다.

취업과 동떨어진 교육

열악한 디지털 교육환경도 문제다. 시니어 디지털 교육은 직접적인 강사의 도움이 필요한 수업이기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수업이 대부분이다. 주 교육 콘텐츠로는 모바일 기기와 PC와 같은 기초교육부터 드론이나 유튜브와 같은 심화교육까지 이루어진다. 모바일 교육의 경우 대부분 소지하고 있는 핸드폰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반면, PC의 경우 교육장에 있는 PC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육장 내 PC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강의는 대형스크린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사 김씨는 "교육장에 PC가 없는 경우도 있고 대부분 대형스크린에 화면을 띄워 강의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단체수강을 하면 1대1 교육도 보조강사가 있어야 가능하지 혼자면 거의 하지 못한다"며 열악한 교육환경의 실태를 전했다.

시니어 교육콘텐츠는 기초만이 아닌 드론, 유튜브, 블로그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 이런 교육콘텐츠는 시니어의 취업을 위한 콘텐츠 심화교육과정으로 운영 중이지만, 실제로 이런 교육콘텐츠로 시니어가 취업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현재 노인인력개발원과 협업하여 '디지털시니어인터십'을 운영하고 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금까지 172명의 시니어만이 일자리를 얻었다.

확대되는 디지털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접근 방식이 요구되며 이 대목에서 해외의 사례는 눈여겨 볼만하다. 2020년 Nia한국정보화진흥원 발행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사이버 시니어(cyber senior)프로젝트를 통해 청소년 멘토가 고령층 가정 또는 관련 시설을 방문하여 1:1로 디지털 학습을 지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격차해소는 물론 디지털 학습을 매개로 한 세대 간 공감대 형성도 기대해볼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네덜란드의 경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창구인 시니어 웹(senior web)을 운영하여 다각적인 방법으로 교육 정보와 강의를 제공하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온·오프라인 교육의 양적, 질적 확대와 세대간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고령층 디지털 멘토링 등 디지털 배움터의 질적 제고가 기대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안서희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


태그:#디지털배움터, #디지털 소외, #디지털 교육, #디지털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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