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에서 단기간에 전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FA영입'이다. 물론 많은 투자와 보상선수의 활약 등 위험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족했던 포지션에 기량이 검증된 FA선수를 영입하면 팀 전력을 빠르게 상승시킬 수 있다. 다만 FA계약 후 갑자기 부상 등을 이유로 경기에 제대로 출전하지 못하는 소위 'FA먹튀'를 방지하려면 계약 전에 선수의 부상여부와 인성 등 다방면에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FA 선수들은 과거에 비해 계약 후 부진에 빠지는 이른바 '먹튀비율'이 크게 줄어 들었다. 최근에는 선수생명이 길어지면서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2~3회의 FA계약이 가능해진 만큼 FA 계약 후에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는 것이 그 선수의 가치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시즌이 끝나고 거액을 받고 이적한 FA 선수들 대부분은 올 시즌 새로운 팀에서도 충분히 제 몫을 해주고 있다.

FA를 영입할 때 구단이 선수의 기량 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나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선수를 영입하면 새 구단에서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저하)'가 찾아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36세 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오재일 역시 영입 당시 적지 않은 나이가 걸림돌로 작용할 거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오재일은 한국나이로 37세가 된 올해까지 기량저하의 우려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삼성 오재일이 4회에 타격하고 있다.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삼성 오재일이 4회에 타격하고 있다. ⓒ 연합뉴스

 
러프 떠난 후 1루 부재에 시달린 삼성의 선택

2011 시즌이 끝나고 8년의 일본생활을 끝낸 '국민타자' 이승엽이 삼성으로 컴백했다. 삼성팬들은 당연히 이승엽의 컴백을 두 팔 벌려 반겼지만 삼성 구단에서는 이승엽의 나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으로 떠날 때만 해도 한창 전성기 구간이 시작된 20대 후반이었던 이승엽이 어느새 30대 중반의 노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승엽의 나이를 고려하면 예전처럼 풀타임 1루수로 활약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2012년에만 주전 1루수로 활약했을 뿐, 2013년부터는 은퇴할 때까지 주로 지명타자로 활약하며 수비부담을 덜었다. 2012년 부상으로 54경기 출전에 그쳤던 '공수겸장 1루수' 채태인이 2013년 .381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이승엽이 지명타자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왔기 때문이다. 채태인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이승엽, 최형우(KIA 타이거즈), 박석민(NC다이노스)과 함께 삼성의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채태인은 2016년 3월 잠수함투수 김대우와의 트레이드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로 이적했지만 삼성에는 1루수 공백이 생기지 않았다. 2015년 타율 .349 11홈런57타점97득점으로 신인왕에 올랐던 구자욱이 2016년에도 타율 .343 14홈런77타점105득점으로 2년 차 징크스를 날려 버리는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은 장기적으로 구자욱을 외야수로 키우기 위해 2017년부터 구자욱을 우익수로 변신시켰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삼성의 1루를 책임진 선수는 외국인 거포 다린 러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였다. 러프는 삼성에서 활약한 3년 동안 타율 .313 86홈런350타점을 기록하며 이승엽의 은퇴와 박석민, 최형우의 이적으로 허전해진 삼성의 중심타선을 지켰다. 하지만 2019년 22홈런101타점으로 부진(?)했던 러프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삼성은 '1루수 부재'를 약점으로 껴안아야 했다. 

삼성은 2020년 확실한 붙박이 1루수를 키워내지 못하고 이성규와 이성곤, 이원석, 최영진, 그리고 외국인 선수 타일러 살라디노와 다니엘 팔카까지 번갈아 가면서 1루를 소화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공수에서 허삼영 감독과 삼성팬들을 만족시키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삼성 구단은 2020 시즌이 끝나고 FA시장이 열리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검증된 거포 1루수 오재일을 4년 50억 원(계약금24억+연봉22억+옵션4억)에 영입했다.

작년 25홈런97타점에 이어 올해도 꾸준한 활약

2005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오재일은 현대와 히어로즈 시절에도 파워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현대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1군 무대에서 때려낸 홈런은 고작 6개였고 오재일은 2012년 7월 이성열(KT위즈 2군 타격코치)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오재일에게는 선수생활의 전환점이 된 운명과도 같은 이적이었다.

히어로즈 시절부터 워낙 강한 힘을 자랑하던 오재일은 2015 시즌 후반기부터 두산의 주전 1루수 자리를 차지하며 그 해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고 2016년부터는 두산의 붙박이 주전1루수로 활약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25개 이상의 홈런과 80개 이상의 타점을 기록한 오재일은 데뷔 후 처음으로 100타점을 돌파했던 2019년 친정 히어로즈를 상대한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6타점을 기록하며 MVP에 선정됐다.

2020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오재일은 2020년 12월 삼성과 FA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시절부터 대구의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던 오재일에 대한 삼성팬들의 기대도 컸지만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오재일의 나이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오재일은 작년 시즌 정규리그 120경기에 출전해 타율 .285 25홈런97타점의 성적을 올리며 삼성을 정규리그 2위로 이끄는 맹활약을 펼쳤다.

오재일은 FA계약 후 두 번째 시즌이 된 올해도 흔들림 없는 활약으로 삼성의 중심타선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 타율 .219 2홈런13타점으로 부진했던 오재일은 5월에만 9홈런22타점을 기록하더니 6월에도 3할대의 월간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오재일은 시즌 12개의 홈런으로 팀 동료 호세 피렐라와 함께 홈런 공동 3위에 올라 있고 타점 부문에서는 '150억 외야수' 나성범(KIA)과 함께 공동 8위(43개)를 달리고 있다.

오재일은 두산 시절부터 김재환이나 박건우(NC) 등에 가려 팀 내 최고의 타자로 불린 적은 거의 없었다. 이는 피렐라와 구자욱 같은 타자들이 있는 삼성에서도 마찬가지. 하지만 오재일은 2017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연 평균 125.6경기에 출전했을 정도로 누구보다 꾸준한 선수다. 그리고 7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했던 '모범FA' 오재일의 진가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삼성에게 대단히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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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오재일 모범FA 홈런 공동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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