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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배가 있는 풍경. '가고 싶은 섬' 보성 장도를 상징하는 풍경이다.
 뻘배가 있는 풍경. "가고 싶은 섬" 보성 장도를 상징하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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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워낭소리> 아시죠? 우리 섬에도 '워낭소리' 이야기가 있습니다. 눈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안다는 윤점수 할아버지와 누렁소 이야기인데요. 척박한 섬살이에서 농사를 돕고, 자식까지 키워준 누렁소가 할아버지와 27년 동안 같이 살다가 4년 전 봄날에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할아버지가 그 누렁소를 섬에 묻어준 겁니다."

지난 11일 만난 박형욱 보성 장도 '가고 싶은 섬' 추진위원장의 얘기다.

장도에 딸린 작은 목섬에 가면 '누렁이(소) 무덤'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윤점수 할아버지 이야기는 누렁소가 죽기 1년 전인 2017년 4월 텔레비전 프로그램 <인간극장>에서 '노인과 소'라는 제목으로 방송된 바 있다.
  
코끼리가 그려진 마을 벽화. 보성 장도는 한때 '코끼리 유배 섬'으로 입소문을 탔다.
 코끼리가 그려진 마을 벽화. 보성 장도는 한때 "코끼리 유배 섬"으로 입소문을 탔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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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이어 "코끼리가 장도로 유배됐다는 이야기 들어봤냐?"면서 '코끼리의 섬 유배'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준다. 박 위원장은 '섬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영화 <천문>을 보면, 코끼리를 장도로 유배 보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코끼리를 유배 보낸 섬은 보성 장도가 아니고, 당시 순천부에 속한 여수의 장도예요. 헷갈릴만하죠? '장도'라는 이름을 지닌 섬이 한두 군데가 아니니까요.

우리 장도의 목섬은 코끼리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코끼리가 살려면 물이 가장 중요한데, 목섬은 바다 한가운데에 있고 지대도 높아서 물 공급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보성 장도는 코끼리 유배지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박 위원장은 "장도를 여행하다가, 혹시 주민들이 '저그 목섬이 코끼리 유배지여'라고 얘기하더라도 모른 척하고 넘어가 주는 것도 센스"라며 웃었다.
 
박형욱 보성 장도 '가고 싶은 섬' 추진위원장. 일상의 대부분을 섬 가꾸기 사업에 쏟고 있다.
 박형욱 보성 장도 "가고 싶은 섬" 추진위원장. 일상의 대부분을 섬 가꾸기 사업에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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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날마다 바쁘다. 자신의 본업이 있음에도, 일상의 상당 시간을 '가고 싶은 섬' 사업에 쏟고 있다. 장도를 찾아오는 여행객들을 만나 안내를 해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동안 바쁘게 움직인 만큼, 장도가 조금씩 변화돼 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이다. 오늘도 느긋하게 살 수 없는 이유다.

장도에는 독특한 풍경이 있다. 썰물 때가 돼서 바닷물이 빠지고 갯벌이 드러나면 뻘배를 탄 마을 어머니들이 갯벌을 점령한다. 흡사 하얀 설원을 스키어들이 누비는 것처럼, 뻘배를 탄 어머니들이 갯벌 위를 자유자재로 이동을 한다.

뻘배는 갯벌에 빠지지 않고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널빤지 모양의 배를 가리킨다. 한쪽 다리를 뻘배에 올려 몸을 지지하고, 다른 한쪽 다리로 방향을 바꿔가며 앞으로 나아간다. 기계의 힘을 '1'도 빌리지 않고도 어머니들의 의지로만 움직인다. '가고 싶은 섬' 보성 장도의 슬로건도 이 모습을 담아 '뻘배가 있는 풍경'으로 정했다.

"갯벌의 색깔이 어떻습니까? 바닷물은요? 회색이잖아요. 장도 풍경은 화사한 톤이 아닙니다. 화려하지 않은 회색톤, 느림과 갯벌의 섬 장도의 빛깔을 찾은 거죠. 빼어난 풍광은 없을지라도 사람과 갯벌이 있고, 정이 있는 섬이 장도입니다. 그게 장도만의 풍경이고요."
  
보성 장도 둘레길 풍경. 길이 바닷가의 산과 들, 마을을 지난다.
 보성 장도 둘레길 풍경. 길이 바닷가의 산과 들, 마을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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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끝낸 장도 마을 풍경. 넓지는 않지만, 마을 앞으로 논이 펼쳐져 있다.
 모내기를 끝낸 장도 마을 풍경. 넓지는 않지만, 마을 앞으로 논이 펼쳐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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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여행객들에게 장도 둘레길 걷기를 추천했다. 신경마을 바닷가에서 대촌마을 당산나무까지, 하방금전망대에서 북두름산을 거쳐 부수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꼽았다. 부수마을 북쪽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해발 76m의 북두름산은 질펀한 장도 주변 갯벌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이왕이면 하룻밤 묵으면서 장도의 진짜 모습, 시시각각 바뀌는 섬과 갯벌의 색깔을 만나면 더 좋다고 했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아라비아숫자 '8'자를 그리게 돼요. '8'자가 그려지는 그 자리에 마을이 들어앉아 있습니다. 방문객들이 풍경만 보면서 마을을 보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되죠. 마을을 만나지 않고, 섬사람들의 삶을 엿보지 않고, 섬을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죠."
 
뻘배가 있는 풍경. 보성 장도의 바닷가에서는 어렵지 않게 뻘배를 볼 수 있다.
 뻘배가 있는 풍경. 보성 장도의 바닷가에서는 어렵지 않게 뻘배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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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큰한 맛의 벌교 참꼬막. '벌교꼬막'의 대부분이 장도를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다.
 알큰한 맛의 벌교 참꼬막. "벌교꼬막"의 대부분이 장도를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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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는 꼬막 주산지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벌교꼬막의 70% 가량을 장도에서 채취한단다. 벌교꼬막이 곧 장도꼬막인 셈이다. 박 위원장은 꼬막 브랜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운함이 왜 없겠어요? 꼬막 브랜드를 만들 때 장도라는 이름을 넣고 싶었죠. 그런데 벌교가 교통의 중심지이고, 꼬막을 알리는 데 더 적합하다는 말에 동의를 했습니다. 아쉽긴 했지만 벌교가 꼬막으로 유명해지고, 꼬막 소비도 많아졌죠. 장도도 그 덕을 봤어요. 지금은 '벌교'라는 브랜드를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도의 밭에서는 땅콩을 많이 재배하고 있다. 보성군 시니어 클럽의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시작했다. 땅콩, 작두콩, 고구마 등을 다양하게 심고 섬에 있는 특산물 판매장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팔 계획을 짜놓고 있다. 주민들로 땅콩사업단을 꾸린 것도 이런 연유다.
  
굴밭이 펼쳐지는 풍경. 꼬막과 낙지가 많이 잡히는 갯벌 외에도 장도 바닷가에는 굴이 지천이다.
 굴밭이 펼쳐지는 풍경. 꼬막과 낙지가 많이 잡히는 갯벌 외에도 장도 바닷가에는 굴이 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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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섬' 사업이 추진되면서 섬마을의 변화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외지 여행객들이 찾아오고, 그 모습을 보는 주민들도 반긴다. 여행객들이 찾아오고 또 머물면서 마을에도 활기가 더해졌다. 지금은 지역의 상황에 맞는 운영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저도 처음엔 조급했습니다. 왜 이리 더딜까 생각하면서 '빨리빨리'만 외쳤죠. 그 과정에서 섬과 주민의 속도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주민들은 평생 갯벌에서 느림의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금은 속도를 맞추고 있습니다. 때로는 잠시 멈추고, 기다리는 것이 더 빨리 가는 방법이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보성 장도의 신경마을에서 본 아침 풍경. 장도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지난 6월 12일이다.
 보성 장도의 신경마을에서 본 아침 풍경. 장도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지난 6월 1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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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사업을 추진하는 행정기관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자치단체장의 지속적인 사업추진 의지도 강조했다.

"사실 '가고 싶은 섬'이라는 이름부터 문제가 있습니다. 주체가 섬사람이 아니잖아요. 육지사람들의 눈으로 보고, 추진하는 정책입니다. 방문객 숫자를 따지는 성과 중심의 행정도 문제가 있어요. 사업비를 투자했으니, 실적을 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너무 조급한 느낌입니다.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주민들 못지않게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더라고요. 단체장의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합니다."

박 위원장의 말에서 '가고 싶은 섬' 장도의 미래를 그려본다.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갯벌이 있고, 갯벌 위를 뻘배가 자유자재로 돌아다니고, 뻘배를 탄 어머니들의 얼굴에서 함박웃음이 그치지 않는 모습을….
  
뻘배와 꼬막이 있는 풍경. 보성 장도의 부수마을에 꼬막과 뻘배 그림이 그려져 있다.
 뻘배와 꼬막이 있는 풍경. 보성 장도의 부수마을에 꼬막과 뻘배 그림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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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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