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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5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5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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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률에 임기제와 합의제가 명시돼 있는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것이다."

정부·여당으로부터 전방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위와 같이 밝히며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위원장의 임기 보장이 꼭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위원장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2023년 7월까지다. 정권이 바뀌면 물러나는 정무직 공무원과는 달리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에 의해 3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는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한 위원장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먼저 <조선닷컴>이 한 위원장의 농지법 위반 의혹 보도로 포문을 열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즉각 성명서를 내면서 '한상혁 퇴진 운동'을 본격화했다. 정부도 한 위원장을 국무회의 참석 대상에서 배제하면서 노골적으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조선> 보도 나오자 국민의힘 의원들도 "사퇴하라"

<조선닷컴>은 지난 15일 한상혁 위원장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의 요지는 한 위원장과 형제들이 공동소유한 농지에 2층짜리 가건물이 세워졌는데, '별장'으로 쓰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농지에 세워진 건물을 별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농지법 위반이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해당 언론에 농사 작업 중 쉬는 등의 용도로 쓰이는 "농막"이라며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반박했다. 

이뿐 아니라, <조선일보>는 지난 9일 '文정부 기관장 69%, 임기 1년 넘게 남았다'라는 기사에서 '한상혁 위원장의 정치 편향성'을 문제삼았다. 한 위원장이 언론시민단체 대표로 있을 당시 이른바 '좌파 매체'를 노골적으로 편들어줬다고 주장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정치 편향성'이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한 위원장이 2018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공동대표로 취임한 이후, 이 단체는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비판 기사 등을 '나쁜 보도'로 선정하고 친(親)정부·좌파 성향 매체를 '좋은 보도'로 선정했다.
  
<조선>의 6월9일자 보도.
 <조선>의 6월9일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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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한 위원장 농지법 위반 의혹 보도 후, 여당 의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16일 성명을 내고 한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조선>이 농지법 위반 의혹을 보도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이들은 해당 기사 내용을 언급하면서 "한 위원장은 위법과 공직자로서의 도덕성 미달 만으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마땅하다"며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하고, 한 위원장 역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이 임명 당시 '언론계의 조국'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편향적인 업무 수행을 했다면서 자진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좌파 견해를 전파시키는 데 앞장서 온 선수나 다름없던 한 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 앉아 심판을 보고 있었다"면서 "도덕성과 무능, 편향성이 결여된 한 위원장이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도 한 위원장 국무회의 참석 배제
 

정부도 한 위원장을 국무회의에서 배제하면서 사실상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국무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13일 방송통신위원회에 '국무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다'라고 통보했다. 장관급인 방송통신위원장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관례적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해 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한상혁 위원장은) 국무위원은 아니고 사실 당연 참석 대상도 아니다"라면서 한 위원장의 국무회의 배제 방침을 분명히 했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집권여당과 정부, 언론이 '한상혁 밀어내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정연주 KBS 사장 해임 사태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당시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었던 때부터 정 사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아 공세를 퍼부었다.

이명박 정부는 온갖 압력에도 정 사장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자 칼을 들었다. 감사원은 2008년 6월 KBS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했고, 두달 뒤 부실 경영과 인사권 남용 등의 책임을 물어 KBS 이사회에 정연주 사장 해임을 요구했다. KBS 이사회는 해임결의안을 의결했고, 정 사장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해임됐다.

하지만 정 전 사장은 지난 2012년 1월 해임 사유였던 개인비리 혐의에 대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았고, 해임처분 무효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에서도 지난 2월 23일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사장 임기를 모두 마친 시점이어서 복직할 수 없었다.

엄호 나선 민주당... "이명박·박근혜 방송 장악 데자뷔"
 
21대 국회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홍익표 의원 등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종용을 규탄하고 있다.
 21대 국회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홍익표 의원 등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종용을 규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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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상혁 밀어내기' 공세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올해 전반기 과방위원장을 맡았던 이원욱 의원과 과방위 소속이었던 홍익표·윤영찬·이용빈·정필모 의원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방송장악 데자뷔인 듯한 음모가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수 언론의 검증되지 않은 보도를 받아 비난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 하는 국민의힘 행태는 남부럽지 않는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좌파 운운하며 중립이 가장 중요한 방송산업을 진영의 논리로 몰아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을 향해 흔들림 없이 직무를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는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이유로 무조건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일반 국민 상식에도, 윤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라면서 "이렇게 밀어내기를 하는 모양새가 되면 과거 정부와 다를 게 뭐냐는 비판을 받을 것이 뻔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독립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위원회로 만들어놓은 기구"라면서 "이렇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부 인사이니 물러나라고 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위원회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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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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