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청 선수들이 2022 한국컬링선수권대회 결승 진출을 달성했다. 왼쪽부터 춘천시청의 양태이 선수, 하승연 선수, 김수진 선수.

춘천시청 선수들이 2022 한국컬링선수권대회 결승 진출을 달성했다. 왼쪽부터 춘천시청의 양태이 선수, 하승연 선수, 김수진 선수. ⓒ 박장식

 
간절함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여자 컬링 춘천시청이 국가대표 선발전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현 국가대표 강릉시청 '팀 킴'을 상대로 완승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저력을 증명하고 싶었던 춘천시청 선수들의 집념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진천선수촌 컬링장에서 펼쳐지는 2022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의 여자부 결승 대진 역시 확정되었다. 춘천시청과 맞붙을 팀은 경기도청이다. 경기도청은 전북도청을 9-5라는 큰 점수차로 꺾으며 우승 후보팀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면모를 뽐냈다. 

경기도청과 춘천시청은 모든 선수가 송현고등학교 선후배이거나, 동갑내기 친구 사이였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4년간 춘천시청의 스킵을 보았던 김민지 선수가 경기도청으로 이적하며 뜻밖의 라이벌 구도 역시 성사되었다. 두 팀의 리매치이자, 태극마크로의 마지막 승부를 가리는 대결은 17일 오전 9시 열린다.

'약팀 되었다' 뒷말 잠재운 춘천시청의 약진

컬링 세계선수권 사상 첫 메달리스트였던 춘천시청(스킵 하승연·리드 김수진·세컨드 양태이·서드 김혜린) 선수들과 올림픽·세계선수권 메달을 모두 석권한 강릉시청 '팀 킴(스킵 김은정·리드 김선영·세컨드 김초희·서드 김경애·핍스 김영미)'이 만났다. 앞선 예선에서는 '팀 킴'이 춘천시청을 6-3으로 눌렀던 바 있었다.

지난 세계선수권 은메달이라는 대기록 달성 이후 여전한 팀워크를 과시하는 강릉시청이었다. 이번 한국선수권 예선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던 바 있다. 이번 한국선수권에서 우승하면 컬링 종목은 물론, 구기종목으로 넓혀도 3시즌 연속 같은 구성원이 국가대표를 차지하는 신기록을 쓸 수 있었다.
 
 이번 한국선수권에서 아쉬운 패배로 국가대표 3연패 도전을 마감한 강릉시청 '팀 킴'. 왼쪽부터 김선영 선수, 김경애 선수.

이번 한국선수권에서 아쉬운 패배로 국가대표 3연패 도전을 마감한 강릉시청 '팀 킴'. 왼쪽부터 김선영 선수, 김경애 선수. ⓒ 박장식

 
하지만 춘천시청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 동계체육대회 이후 주축이었던 김민지 선수가 이적하면서 네 명의 선수가 남았다. 그러자 '약팀이 되었다', '한국선수권 결선 진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따라붙곤 했다. 응원과 비관이라는, 사뭇 다른 단어가 최근 들려왔던 두 팀의 맞대결이었다.

하지만 춘천시청 선수들은 실력으로 그런 뒷이야기들을 잠재웠다. 강릉시청과의 경기는 초반 레이스부터 스틸이 이어졌다. 강릉시청이 예선 승자승에 따라 후공권을 따내며 기분 좋게 출발하나 싶었지만, 1엔드 후공권을 블랭크 엔드로 넘긴 2엔드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춘천시청이 빈 틈을 타 한 점의 스틸에 성공한 것이었다.

강릉시청도 3엔드를 또 한번 블랭크 엔드로 넘기며 다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강릉시청은 4엔드에서 한 점을 더 따내며 균형을 맞췄다. 5엔드에는 춘천시청이 한 점을 다시 앞서나가며 2-1로 전반전을 맞췄다. 

6엔드에는 강릉시청이 역전에 성공했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한 가운데 두 점을 따내며 3-2의 스코어를 만들어냈다. 7엔드에는 춘천시청이 다시 한 점을 따라붙으며 이날 경기의 흐름을 내주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발생했다. 경기 종반부에 진입한 8엔드, 춘천시청이 강릉시청을 상대로 무려 석 점의 스틸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경기의 무게추가 갑작스럽게 기울어졌다. 춘천시청은 여세를 몰아 9엔드에도 한 점의 스틸을 더 따내며 승기를 잡았다. 스코어 7-3. 

10엔드 강릉시청이 추격을 벌이는 듯 싶었지만, 결국 두 점만을 올리는 데 성공하며 경기는 7-5, 춘천시청의 승리로 끝났다. 선수들 스스로가 꺼내고 다짐했던, "우리가 여전함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을 지난 2018년 자신들이 스무 살의 나이로 '팀 킴'을 이기고 국가대표를 따냈을 때처럼 증명해냈다.

'친구가 적으로', 국가대표 마지막 관문에서 운명의 맞대결
 
 경기도청 선수들은 전북도청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경기도청 선수들은 전북도청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 박장식

 
한편 경기도청(스킵 김은지·리드 설예은·세컨드 김수지·서드 김민지·핍스 설예지)은 전북도청(스킵 신가영·리드 신은진·세컨드 송유진·서드 이지영)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경기도청은 3엔드 넉 점을 올리고, 7엔드 석 점을 올리는 빅 엔드를 터뜨리며 모든 돌을 다 던지지 않고도 승리를 확정지었다.

경기도청으로서는 국가대표 탈환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2020년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자력으로 따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럽게 대회가 취소되면서 현지에서 빈손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당시 세 명의 선수들이 생애 첫 세계선수권에 나서지도 못하고 돌아왔던 만큼, 이번 국가대표 탈환은 '뺏겼던 첫 세계선수권 도전'이라는 중요한 기회다.

춘천시청으로서도 3시즌 만의 국가대표 수성이 필요하다. 당시 고교 선수였던 하승연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스무 살의 나이로 2018-2019 시즌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한국 첫 세계선수권 메달이라는 큰 영광을 누렸다. 이제는 다시 재편된 멤버로 국가대표에 나설 기회이다.

춘천시청과 경기도청의 맞대결은 또 다른 면에서도 주목받는다. 송현고 시절에 이어 춘천시청 시절까지, 오랜 시간동안 스킵으로 동고동락했던 김민지 선수가 경기도청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오랜 친구이자 동료에서, 이제는 국가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맞대결 상대가 된 두 팀의 결과가 기대된다.

두 팀이 펼치는 결승전은 17일 오전 9시부터 대한컬링연맹의 유튜브 채널인 '컬링TV'를 통해 생중계된다. 아울러, 준결승에서 패배한 두 팀인 강릉시청과 전북도청이 맞붙는 3·4위 결정전은 16일 오후 7시부터 펼쳐진다. 3·4위전 역시 '컬링TV'로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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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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