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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붙이를 비롯하여 쇠붙이나 금붙이 등으로 쓰이는 접미어 '붙이'는 같은 종류라는 뜻이다. 가령 도마뱀 중에서는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서식하며 심심치않게 옥내에 들어와 여러 해충을 잡아먹는 도마뱀붙이가 있다.

곤충 세상에는 사마귀를 흉내낸 사마귀붙이를 비롯하여 무당벌레와 비슷한 네점무늬무당벌레붙이, 먹그늘나비붙이, 남생이잎벌레붙이, 뱀잠자리붙이, 참개미붙이, 녹색하늘소붙이 등등 수두룩하다.

사마귀붙이는 풀잠자리목에 속하는 곤충으로서 무당거미에 기생한다. 풀잠자리목을 뜻하는 Neuroptera는 미세한 날개맥(시맥)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뜻이다. 신경망(Neuron)과 날개(Ptera)의 조합으로서 풀잠자리를 뜻하는 뜨개질날개(lacewing)라는 영명도 여기에서 기원한다.

사마귀와 말벌을 모방한 사마귀붙이는 처음 보면 그로테스크 한 인상을 준다. 크기는 20mm 정도이며 상체는 사마귀와 다를 바 없지만 하체는 노랑색 바탕에 줄무늬가 있어 말벌을 닮았다.

풀잠자리목 특유의 보석같은 청동색 겹눈은 기묘하게 부풀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비행 능력도 뛰어나서 위험을 느끼면 금세 달아나며 사마귀의 갈퀴손을 닮은 손낫으로 여러 작은 곤충을 사냥해서 잡아먹는다.
 
상체는 사마귀 하체는 벌을 흉내낸 풀잠자리목 곤충.
▲ 사마귀붙이. 상체는 사마귀 하체는 벌을 흉내낸 풀잠자리목 곤충.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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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붙이는 한번에 300~600개 정도의 알을 낳으며 일생 동안 4천 개의 알을 낳는다고 알려져있다. 알을 많이 낳는다는 의미는 살아남을 확률이 적다는 뜻이다. 무당거미에 올라타서 알집에 침투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알 모양은 풀잠자리와 똑같은데 다만 실이 짧아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알과 연결된 실이 비슷한 길이라면 사마귀붙이의 알이다. 실이 대여섯배 정도로 길다면 풀잠자리 알.

산란 후 일주일 정도 지나면 부화하여 풀줄기와 나무를 오가며 여러 거미를 쫓는데 거의 대부분 무당거미를 찾는다. 고도로 발달된 탐지 능력으로 거미줄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어떤 종인지를 알아차린다. 무당거미의 등판에 몰래 올라타서 피(혈림프)를 빨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유충은 본 연재 7화에서 소개한 가뢰 애벌레와 비슷한데 훨씬 잘 움직이며 대가리는 새우처럼 뾰족하게 생겼다. 

먹이가 부족하면 서로를 잡아 먹으므로 알을 많이 낳는 무당거미에 주로 기생한다. 서리가 내리는 가을밤이면 무당거미는 알을 낳는다. 나무 껍질이나 전봇대 등에 얇은 막으로 이루어진 풍선 같은 주머니를 만들고 여기에 배를 대고 마치 만두를 빚듯이 분홍색 알을 짜 넣는다. 한 번에 500개 정도의 알을 약 30분에 걸쳐서 낳는다.
 
풀줄기나 나무 기둥에 알을 낳고 나뭇잎 등으로 위장한다.
▲ 무당거미 알집. 풀줄기나 나무 기둥에 알을 낳고 나뭇잎 등으로 위장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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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틈을 타서 알 주머니 안으로 사마귀붙이 애벌레가 침입한다. 애벌레는 아주 작아서 포착하기 힘들며 침투한 유충은 거미알을 포식하며 성충으로 자라난다. 어미 무당거미는 알을 다 낳으면 다시 거미줄로 덮고 그 위에 나뭇잎이나 곤충 사체를 붙여서 위장한다. 

사마귀붙이 애벌레는 추위를 막아주는 거미알 주머니에서 겨울을 나며, 배 끝에서 명주실을 뽑아내어 고치를 만들고 번데기가 되었다가 이듬해 봄에 성충으로 탈바꿈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 중에서 항문으로 실크를 만드는 종은 풀잠자리목이 유일하다. 

한 거미줄에 셋방살이하는 무당거미 수컷

무당거미는 지면과 수직으로 거미줄을 치는데 자세히 보면 3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용도가 다르다. 가운데 있는 거미줄에서 주로 생활하며 양 옆의 거미줄은 먹이 저장고와 음식물을 버리는 쓰레기통 거미줄로 사용한다.

여러 곤충이 거미줄에 달라붙으면 진동으로 먹잇감을 포착하고 재빨리 움직여 사냥감을 미이라처럼 꽁꽁 묶어 놓는다. 독니로 소화액을 멋잇감의 체내에 주입하고 장기가 녹아내려 주스처럼 변하면 빨아먹는다. 말매미와 같이 덩치가 큰 곤충이 잡히면 한 번에 다 먹지 못하므로 거미줄로 칭칭감아 저장해 놓고 며칠에 걸쳐서 체액을 빨아먹는다. 
 
사진 위 쪽의 작은 무당거미가 수컷이다.
▲ 무당거미. 사진 위 쪽의 작은 무당거미가 수컷이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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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의 한 귀퉁이에는 작은 몸집의 수컷이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평소에는 앞에서 움직이면 암컷에게 잡아먹힐 수 있으므로 뒷쪽에서 생활하다가 암놈이 먹이를 먹을 때 요령있게 다가가 짝짓기를 한다. 약 500개나 되는 알에서 애거미가 부화하면 공처럼 뭉쳐있는데 떼로 모여서 천적으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려는 목적이다.

이때, 입김을 후~ 하고 불면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는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재미난 놀이가 된다. 한동안 모여 있다가 꽁무니에서 실을 뽑아서 늘어뜨려 바람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날아간다. 이러한 줄날기(유사비행)을 통해 새로운 세대가 시작되고 덩달아 기생 곤충의 삶도 맞물려 돌아간다. 자연은 날줄과 씨줄이 촘촘히 엮여서 다층의 생태계를 만든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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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를 펴냈다. 다음 세대를 위한 화보 도감. daankal@gmail.com. O|O.셋EE오.E팔O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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