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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의 성향과 소득에 따라 씀씀이가 다르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아가는 게 이치인 세상이다. 과연 (임원급 이상을 제외한) 일반 직장인 중 월급이 딱! 알맞다고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5개월간 피부로 느낀 고물가
 
회사를 다닐 수 밖에 없는 직장인의 속마음
▲ 직장인 속마음 회사를 다닐 수 밖에 없는 직장인의 속마음
ⓒ MBC 무한도전 "유재석의 길거리 토크쇼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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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날 치킨 기프티콘을 여러 개 받았다. 주말에 기분 좋게 주문하는데 배달비가 4천 원이다. 왠지 아깝다. 아들이랑 반려견과 산책 겸 왕복 40여 분을 걸어가서 픽업했다. 그 다음 주문 때는 피곤함이 밀려와 차를 타고 갈까 고민했다. 

고민은 사치였다. 경유, 휘발윳값이 리터 당 2천 원을 돌파한 지 오래다. 4천 원을 결제하고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 것에 만족했다. 치킨 기프티콘이 4개 더 남았다. 향후 지불해야 할 1만 6천 원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만 초라하다. 배달비 때문에 치킨 기프티콘 인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오랜만에 직장 동료들과 여의도 치킨집에 모였다. 2만~3만 원 하는 치킨값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소주 가격만 눈길을 사로잡았다. 7천 원.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올 초에 서민을 위한 술, 소줏값이 7.9% 올랐다. 지난 3년간 원부자재값 및 인건비,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이 약 14% 이상 오른 것에 비하면 덜 올린 거란다. 

서민 음식의 왕인 두부 가격도 최대 8% 올랐다. 국산콩 시세가 전년 대비 13.4% 오른 것에 비하면 상승 폭이 크지 않다고 한 식품업체 관계자가 언론을 통해 말한다.

가장 난감한 사건은 금리 인상이다. 한국은행은 물가 인상 방어 명목으로 2021년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렸다. 작년에 받은 전세 대출금리가 5월부터 2.75%에서 3.63%로 솟구쳤다. 매월 부담해야 할 이자가 갑자기 19만 9200원 더 늘었다.

총액이 아니라 추가 금액이다. 영끌해 투자한 것도 아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살기 위한 전셋집을 구했을 뿐이었다. 월급쟁이에게 당황스러운 금액이다. '고정금리로 할 걸'이라는 후회는 스트레스만 가중한다. 6월에도 금리가 한 번 더 올랐다. 다음 달부터는 얼마가 더 추가될까. 끔찍하다.

불과 5개월 동안 평범한 직장인인 내게 벌어진 일들이다. 직장인 부대의 일원으로 일상에서 직접 겪은 소소한 단면만 짚은 게 이 정도다. 세세하게 따지면 한도 끝도 없다. 어깨가 축 늘어져 땅에 닿을 지경이다.

세전 월급과 세후 월급, 격차가 너무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세계 경제가 시끄럽고 침체되고, 곡물, 팜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원료 수급도 어려워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누구도 바꿀 수 없는 현상이니 시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도무지 인정할 수 없는 현상이 하나 있다. 피할 수 없는 현실, 부정하고픈 현실, 바로 '월급 고정' 현상이다. 물가상승은 수시로 고공행진을 하는데 직장인 월급은 여전히 저공비행 중이다. 

2021년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의하면 2021년 상용근로자 평균 임금 인상률은 4.6%, 300인 미만 사업체는 3.8%였다. 커다란 기업들은 다르겠지만, 약 80%의 일반 직장인 현실은 대동소이하다. 전문가들도 명목 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초과하지 않으면 실질임금 상승률을 굉장히 낮은 거라고 말한다.

물론 이유는 있다. 코로나19가 급습해 국내외 경기가 어려워지니 회사도 피할 수 없었다. 임금삭감, 임금동결, 무급휴가 등에 많은 이가 동참했다. 이제 와서 남은 건 수년째 복붙한 것 같은 월급 명세서와 억울한 마음뿐이다.

수년간의 월급 명세서를 살펴봤다. 반올림하면 20년이 되는 직장생활, 젊음을 다 바쳐 일했건만 처자식을 건사하는 입장에서 월급은 늘 야속하다. 십수 년 동안 월급이 아주 조금 올랐다. 세금도 덩달아 올라 실질적인 상승분은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초라하다.

세전 월급과 세후 월급의 격차가 크다. '연봉은 오르는데 월급은 왜 더디게 오를까'가 늘 궁금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월 임금은 17.6% 인상됐지만, 근로소득세 및 사회보험료 부담은 월 기준 39.4%나 증가했다. 근로소득세는 월 기준 동기간 70.6%나 증가했다.

개인적으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임금이 동결됐다. 2015년에 진급해 월급이 조금 올랐다. 그 뒤로 2019년까지 월급이 오르지 않았다. 2020년에 다시 진급했다. 실수령액을 확인하니 세후 15만 원이 조금 넘게 올랐을 뿐이었다. 어렵게 급여가 오르면 세금은 신나게 오른다. 너무 솔직하고 투명한 월급 봉투다.

요즘 점심 한 끼에 1만 원은 우습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식비는 입사 때부터 10만 원이다. 이유가 궁금해 찾아봤더니 현행법상 10만 원까지 비과세라서였다. 무려 19년째 국가에서 개편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직원 식비는 어느 회사에 가든 10만 원일 수밖에 없다. 물론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입법하지 않은 원인도 있다.  

너무 투명한 직장인의 유리지갑

지난 4월에는 지난해 건강보험료 정산분이 평소보다 더 월급에서 빠졌다. 작년에 이직해 월급이 조금 올랐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직장인 58%가 1인당 평균 16만 3천 원을 추가로 냈다고 한다. 몇 만 원에 일희일비하는 퍽퍽한 직장인의 삶이다. 물가는 경기를 반영해 거짓말을 못 한다. 돈도 거짓말을 못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투명하게 모든 걸 공개하는 직장인의 유리 지갑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직장인의 투잡, 쓰리잡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고정비는 나날이 오르고 절약에도 한계가 있다. 다(多)잡을 통해 빠른 은퇴를 꿈꾸는 젊은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등장도 어쩌면 혜안 있는 이들의 움직임 일지도 모른다. 결국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직장생활이다. 20~30년 회사에 충성해도 남는 게 없다는 걸 미리 깨달은 현명한 젊은이들의 외침이다. 

지난 5개월 동안 평범한 한 직장인에게 일어난 변화와 체감 파동은 결코 작지 않았다. 많은 직장인이 비슷한 생활에 찌들어 살고 있다. 너무 투명해서 매번 너무 쉽게 들켜버리는 직장인의 유리 지갑. 직장인들은 유리 지갑에 갇혀 세상을 망연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난제. 그래서 투자를 넘어 투기가 판치는 세상으로 기우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떠들어도 답이 없다. 그래서 더욱더 슬픈 직장인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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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직장인,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아빠, 매 순간을 글로 즐기는 기록자. 글 속에 나를 담아 내면을 가꾸는 어쩌다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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