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손흥민 김영권이 이집트와의 평가전에서 두번째 골을 터뜨린 후 손흥민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김영권-손흥민 김영권이 이집트와의 평가전에서 두번째 골을 터뜨린 후 손흥민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비록 골은 없었지만 2골에 관여한 캡틴 손흥민의 존재감이 빛났다. 벤투호가 시원한 화력쇼를 뽐내며 아프리카의 강호 이집트를 제압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집트와의 평가전에서 4-1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6월 A매치 4연전(브라질-칠레-파라과이-이집트)에서 2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마감하게 되었다. 

이타적인 손흥민, 답답한 공격의 활로 열어 제치다
 
이날 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김승규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김태환-권경원-김영권-김진수가 포백을 형성했다. 미드필드는 권창훈-백승호-고승범-정우영, 투톱은 황의조-손흥민이 포진했다.

전반 초반까지의 흐름은 매우 답답했다. 한국은 철저하게 수비적인 마인드를 가진 이집트 진영에서 공간을 만들지 못하면서 슈팅조차 구경하기 어려웠다. 혈을 뚫은것은 손흥민이었다. 전반 16분 하프라인까지 내려온 뒤 왼쪽 공간을 향해 빠르고 긴패스를 공급했다. 이집트 수비가 흐트러진 틈을 타 왼쪽에서 김진수가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에서 황의조가 헤더로 마무리지었다. 

손흥민의 존재감은 시간을 거듭할수록 두드러졌다. 전반 21분에는 3선에서 감각적인 스루패스를 황의조에게 찔러줬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 추가골이 터졌다. 전반 22분 손흥민이 띄어준 코너킥을 황의조가 니어 포스트에서 머리로 돌려놓았고, 이어 김영권의 헤더골로 연결됐다.

2-0으로 앞선 한국은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늘리며 공격 전개에 힘썼다. 전반 33분 권창훈-손흥민-황의조로 이어지는 패스가 전개됐지만 마무리 슈팅이 정확하지 못했다.  

아쉬움이라면 전반 38분 실점이었다. 위험지역에서 벌어진 혼전 상황시 김진수의 발에 맞고 흐른 공을 모하메드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전반 42분 손흥민이 공간이 열리자 시도한 중거리 슈팅이 골문 왼편으로 빗나갔다.

한국은 1분 뒤 수비 진영에서 패스 미스로 위험 천만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후 2선에서 알 술라야의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전반은 한국의 1골차 리드로 종료됐다.

후반 8분에는 부상을 당한 고승범 대신 김진규가 포진했다. 전반과 비교해 후방에서 패스를 돌리는 속도가 점차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왼쪽 풀백 김진수가 페널티 박스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하지만 정작 슈팅 기회는 전반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다. 손흥민은 후반 중반에도 3선까지 내려와 패스를 뿌려주는 역할을 했다.  

벤투 감독은 후반 25분 정우영 대신 엄원상을, 후반 34분에는 황의조와 백승호를 빼고, 조규성-김동현을 한꺼번에 교체 투입했다.  

후반 34분 페널티 박스 왼쪽 모서리에서 가베르의 슈팅은 골문을 크게 넘겼다. 한국은 후반 40분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엄원상의 패스를 받은 조규성이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로 감아찬 슈팅을 성공시켰다. 후반 46분에는 김진수의 왼쪽 크로스를 권창훈이 헤더골로 매듭지었다. 결국 한국은 3골차 대승으로 마감했다. 

벤투호, 6월 A매치 마지막 평가전서 시원한 대승
 
벤투호는 앞선 남미 3개국을 상대로 1승 1무 1패를 거뒀다. 6월 A매치 데이의 마지막 일정은 아프리카의 이집트였다. 
 
지난 12일 한국에 도착한 이집트는 불과 이틀만에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100% 전력이 아니었다.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손흥민과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오른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를 비롯해 모하메드 엘네니(아스널), 마흐무드 트레제게(바샥셰히르)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 등을 이유로 대거 제외됐다.
 
심지어 이집트는 지난 9일 2023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예선에서 주전급들의 이탈을 극복하지 못하며 약체 에티오피아(FIFA 랭킹 140위)에 0-2로 패했다. 2군들로 구성된 이집트는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벤투호 역시 완전체라고 보기 어려웠다.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를 비롯해 중앙 미드필더 이재성이 부상으로 인해 소집 명단에서 제외됐다. 뿐만 아니라 황희찬은 기초 군사훈련, 정우영과 황인범은 부상을 당하며 중도하차했다. 벤투호의 주전이라 할 수 있는 이재성-정우영-황인범을 모두 가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

이에 벤투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며 중원에 백승호-고승범 조합을 내세웠다. 아무래도 급조된 라인업인 탓일까.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느렸고, 경기 내내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세련된 전환과 능동적인 축구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손흥민의 활약이었다. 이날 최전방 투톱으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이집트의 밀집 수비를 깨뜨리기 위해 전방에 위치하기보단 미드필드에서의 활동 반경을 늘렸다. 특히 전반에 풀리지 않는 경기 흐름을 혼자의 힘으로 깨뜨렸다. 전반 16분 미드필드까지 내려와서 왼쪽으로 강하고 빠르게 패스로 전환하는 장면은 이날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전반 22분에도 김영권의 추가골에 앞서 손흥민이 띄어준 코너킥이 시발점이었다. 

공격수로서 득점에 치중하는 대신 플레이메이킹에도 관여하며 1명 이상의 몫을 해낸 것이다. 벤투 감독은 이번 4연전에서 유일하게 손흥민만 매 경기 선발 출장시켰다. 4일 간격으로 치러지는 타이트한 일정에서도 손흥민은 언제나 투지를 불사르며 최선을 다했다. 앞선 칠레, 파라과이전에서 2경기 연속 프리킥 골을 터뜨리며 절정의 슈팅 감각을 선보였다면 이집트를 상대는 정교한 패스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벤투호는 이번 4연전에서 총 9골을 터뜨리며, 공격진의 화력만큼은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후방에서의 빌드업과 수비 안정감, 잦은 패스 미스는 여전히 고민거리를 안긴다. 오는 11월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5개월 남긴 시점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수북하게 쌓였다. 
 
2022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서울월드컵경기장 - 2022년 6월 14일)
한국 4 - 황의조(도움:김진수) 16' 김영권(도움:황의조) 22' 조규성(도움:엄원상) 85' 권창훈(도움:김진수) 91+'
이집트 1 - 모하메드 38'
 
선수명단

한국 4-4-2 : 김승규 - 김태환, 권경원, 김영권, 김진수 - 권창훈, 백승호(79'김동현), 고승범(53'김진규), 정우영(70'엄원상) - 황의조(79'조규성),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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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이집트 벤투호 A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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