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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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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해볼 수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령 등 행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한을 강화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응천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4명이 같은 날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하고,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국정 발목꺾기"라 반발하는 것과 다른 입장이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21대 하반기 원구성의 최대 쟁점인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넘기는 것이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입법독주'를 않겠다는 신뢰만 준다면, 굳이 대통령이 '시행령 정치'를 할 이유도 없고 지금의 국회법 개정안 역시 폭 넓게 서로 얘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실 7년 전 박근혜 정부 때를 감안하면 '도발적 제안'이다. 2015년 비슷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했던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원내대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는 그때 여야 합의로 처리됐던 해당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고 이를 "배신의 정치"로 명명한 바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을 지난 6.1 지방선거 때까지 괴롭혔던,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이 형성된 것도 이때부터다. 박근혜 정부 탄생에 기여했고, 한때 유승민계로 분류됐으며, '탄핵의 강'을 건너기 위해 노력했던 이 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이 대표는 협상의 여지를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에 "통 크게" 나올 경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집권여당이 대통령의 의중만 따르다 정부의 실패를 막지 못했던 과거와 다르게, 대등한 관계에서 명확히 소통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가 지금껏 여러 채널을 통해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친윤(친윤석열) 의원모임으로 규정된 '민들레(민심 들어볼래)'를 경계한 이유였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당대표는 각자의 대표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이준석 대표의 <오마이뉴스>인터뷰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내용이다.

"윤석열 정부가 일할 공간 열어줘야... 민주당 통 크게 합의해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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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가장 뜨거운 현안은 국회법 개정안일 텐데, 국민의힘도 과거에 찬성하지 않았나. 

"지금은 3권 분립의 균형이 좀 깨진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행정부의 과도한 재량을 방지하기 위해서 접근했던 것인데 지금은 거꾸로 입법부가, 민주당이 과도한 입법 독주를 하고 있는 거다. 그럼 이제는 행정부가 입법부를 견제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최소한의 일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주는 게 중요하다."

- 입장이 바뀐 게 아니라 상황이 변했다는 뜻인가? 

"3권 분립을 최대한 맞춰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통 크게 합의하는 지점도 있어야 한다. 당신들이 입법 독주를 안 하겠다는 신뢰를 심어줘야 된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가겠다는 무리한 주장을 접고 법사위가 실질적으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면, 또 민주당의 다수 의석에 대한 견제를 규정할 수 있다고 한다면 굳이 윤 대통령께서도 시행령 정치를 하지 않으실 거다. 그러면 이 갈등이 나오지도 않는다."

- 원구성 협상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

"법사위의 규정과 역할을 명확하게 한다고 하는 것은 지난번 합의에 같이 포함돼 있던 내용이다. 그 선 안에 있는 것들은 우리가 이야기해 볼 수 있다."

- 권성동 원내대표 등은 국회법 개정안을 '반헌법적'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게 그러니깐 항상 시행령의 과도한 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거꾸로 말하자면, 입법부에서 법률을 만들 때 많은 부분을 시행령에 위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합의로 통과하는 법률이 더 구체적인 사안을 잘 명시하고 있으면 그게 더 법체계의 안정성에 도움이 되고, 이미 입법된 법률 중 (시행령의) 재량이 과도하게 넓은 것은 재개정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저는 그 원칙적인 입장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

- 국회법 개정안은 사실 7년 전 '배신의 정치'라는 당청 갈등을 불렀다. 그 결과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중도사퇴했다. 여당 대표가 된 이준석은 앞으로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건지 궁금하다. 

"당정 관계를 되게 쉽게 조정하는 방법은, 당을 대표하는 사람과 정부를 대표하는 사람이 각자의 통제력을 가지고 통 크게 대화는 것이다. 지금 우리 당의 문제점은, 호가호위하려는 의도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일부 인사들이 소위 '윤핵관'을 자처하면서 당내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거다.

예를 들어 제가 국무총리나 아니면 사안에 따라 대통령과 바로 상의해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면 아무 문제가 될 게 없다. 상의는 그렇게 대표성을 가진 2~3명이 하는 것이지 100명이 하는 건 아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 그리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당대표 간의 관계는 각자의 대표성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당정간) 채널을 단일화해야 될 필요도 있는 거다. 당의 의견은 무조건 대통령 또는 정무수석을 통해서 원활히 소통하고, 반대로 당에 대한 정부의 협조 사항은 대표와 대표를 보좌하는 사람들 일부를 통해 정확히 전달되는 등 의사전달체계가 명확해져야 한다. 그러면 되는 건데 지금은 뭐..."

- 그런 차원에서 '민들레' 모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건가?

"민들레는... (웃음) 글쎄, 나는 그냥 이렇게만 묻겠다. '누구를 밀려고 만든 조직인가?' 대통령께서 취임하신 이상 우리 당의 어느 누구도 대통령에 대한 호감이나 이런 건 변하지 않는데, 최소한 대통령을 위해서 만든 조직은 아닌 것 같다."

"진박 벨트로 선거 승리, 잡음 없었다고 봐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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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를 지휘한 입장에서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의 차이점은 무엇이었나?

"이번 공천은 전체적으로 경선 위주로 돌렸기 때문에, 계파별 색채가 약한 공천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려볼까? 김진태-김태흠-이장우 후보, 이거 정말 '진박(진짜 박근혜)' 벨트다. 옛날에 친박 중에서도 진박이라 불리던 사람들의 벨트인데, 이 라인업을 가지고 탄핵당한 정당이 5년 만에 승리했다. 그 정도로 이번 선거는 잡음 없이 그리고 전략면에서 상당히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 지방선거에서의 결정적인 장면을 꼽아보자면?

"전략적으로 판단이 필요한 지점이 있었다. 그게 김포공항 이슈의 부각이었다. 선거는 막판 이슈전이 중요하다. 막판 며칠을 앞두고 누구에 의해 생긴 어떤 이슈가 선거판을 지배하느냐가 결국에는 선거 막판 부동층의 표심을 확 끌어당긴다. 솔직히 김포공항 이슈가 부각되면 인천 계양을 선거에는 조금 악영향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개발을 촉진시키겠다는 취지의 공약 아닌가. 그래서 승부수였다.

우리는 김포공항 이슈로 상당수 수도권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결과를 뒤집었다고 본다. 전국적으로도 영향을 많이 끼쳤다. 왜냐하면 사실상 저쪽(민주당) 선거의 대장으로 인식되던 인물이 이재명 후보였다. 그를 지키느냐 마느냐의 선거처럼 돼버린 게 초반부의 분위기였다면 후반부에선 저런 이기주의적인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느냐 또는 자기들끼리도 공약 조율이 안 되는 민주당을 어떻게 해야 되느냐 이런 식으로 구도가 흘러갔다."

- 호남 공략을 위한 적극적인 서진 정책이 호남을 넘어서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 출신 유권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 거주 호남 출신 유권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호남 표심도 변화가 있었다. 호남 거주 유권자 중 우리 후보를 찍어준 비율이 두세 배 늘어났다. 이번에 우리가 호남 지역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15% 이상 되는 득표를 사실상 얻었다. 앞으로 좋은 후보군들이 많이 출마해도 선거비 보전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이제 우리가 호남에서 비례대표 의원이 하나씩 생겼다. 우리가 호남에서 제2당이 됐다는 걸 의미한다. 얼마나 꾸준히 책임 있는 정치를 보여주느냐의 문제가 됐다.

정치는 꾸준한 노력 그리고 한 번씩 리프레시해주는 파격적인 행보가 결합돼야 한다. 5월 18일이 선거 2주 전이었는데, 우리 당 의원 대다수가 5.18 묘역에 가서 참배한 자체가 굉장히 파격적인 이벤트였다. 많은 분들이 이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무릎 사과 이후에 더 나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했을 때, 대통령께서 굉장히 창의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신 거다. 이처럼 상징적이고 창의적인 방안은 이번 여름에도 분명히 기대하는 바가 있다. 여름에 하나가 뭐가 있을 것이다."

돛단배를 넘어서 증기선이 되는 전략 고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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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의 큰 선거를 이긴 국민의힘의 과제는 무엇인가? 중장기적 목표가 명확하게 있을 것 같다.

"로마 시대에 돛단배는 전부 다 네모난 돛을 달고 있어서, 뒤에서 바람이 불어야지만 앞으로 갈 수 있다. 로또 맞아야 앞으로 가는 거다. 그게 안 되니까 옆에다 노를 단다. 힘들어 죽는다. 그게 지금까지의 우리 당이었다. 대항해시대가 되니 돛을 앞에 세모난 걸 달았다. 옆바람을 받으면서 지그재그로 앞으로 갈 수 있게 했다. 그 정도 단계까지 이제 우리가 왔다고 본다. 그러면 이제 다음 단계는 뭐냐, 엔진을 돌려서 가는 배가 있어야 되는 거다. 어떤 역풍도, 역조류도 다 뚫고 항상 앞으로 갈 수 있는, 최소한의 전진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도 그런 진화가 있었다. 2015~2016년부터는 수도권 중심의 당원 가입이 줄을 잇고, 화이트칼라 위주의 지지층이 구축됐다. 선거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있는데, 수도권에서의 승리를 거의 확보하니까 전국적으로 안정이 됐다. 민주당이 모바일 당원 가입과 함께 당원 민주주의를 구축한 게 결정적이었다. 그래서 민주당은 옛날에 그들이 자조적으로 이야기했던 소위 '호남 난닝구' 아저씨들의 영향에서 벗어났다.

그런 부분에서 이제 우리도 조금씩 진화가 이뤄질 것이다. 강성의 큰 목소리만은 대두되는 그런 상황을 벗어나게 되면 그리고 그에 걸맞은 트렌디한 선거 전략이나 아니면 정책 목록을 제시한다면 우리가 돛단배를 넘어서서 증기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우상호 의원이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됐다. 민주당은 그 진화를 다시 이어갈 수 있을까?

"비대위의 비대위는 항상 망한다. 우리 당도 비대위를 많이 해봐서 아는데, 비대위에 대한 비대위는 항상 망했다. 왜냐하면 비대위라는 건 비상한 각오를 갖고 하는 건데, 처음에 했을 때 버전이 보통 두 번째보다 낫다. 인적 구성이라는 게, 비대위의 비대위는 열화될 수밖에 없다.

비대위의 비대위는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고, 결국에는 앞으로 두세 달 동안 전당대회 전까지 민주당에서 이재명의 당 대표 출마가 옳으냐 그르냐 하고 싸울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출마가 옳으냐 아니냐 때문에 국민들한테 지탄받은 것처럼 말이다."

[이준석 인터뷰] 자기정치 선언한 이준석 "애국보수 당권 후보 나오면 다시 대표 도전" http://omn.kr/1zdoo

태그:#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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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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