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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과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집회를 계기로 신작 시집 <못난 시들> 펴낸 김지하 시인. 그는 순수했던 '촛불'은 우주적 사건이라고 평가했지만 촛불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변질된 부분에 대해선 아쉬워하며 이 다음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봄과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집회를 계기로 신작 시집 <못난 시들> 펴낸 김지하 시인. 그는 순수했던 "촛불"은 우주적 사건이라고 평가했지만 촛불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변질된 부분에 대해선 아쉬워하며 이 다음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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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의 어린 시절, 나라는 전쟁시기여서 극도로 혼란스럽고 여기에 흉년이 거듭되면서 국민들의 생활은 심히 피폐해졌다.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원주에서 중학을 다닌 그는 낯선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무진 애를 썼다. 전라도 사투리로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 

취미는 미술과 문학 쪽이었다. 학교 공부보다 예능에 관심이 많았고 영화와 연극에 빠져들었다.

"원주에서도 간혹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나 스스로 그림을 포기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 그림 그리면 배고프다는 일념이 나를 마음 속에서 바꾼 것이다. 그러나 미술 시간엔 역시 신이 났고 내 그림이 미술 선생님에게 인정을 받아서 강원도 중학생 미술전에 출품되어 가작 입상을 한 적도 있다." (주석 13)

어렸을 적부터 두 이모에게서 들어온 음악에도 소질이 있었다. 1950년대 전남지역의 어느 고등학교 교사가 짓고, 이른바 '산사람'들도 애창했다고 하는 노래 〈부용산〉을 외로울 때면 자주 불렀다. 

이 노래는 뒷날 그가 투옥ㆍ수배 등 고난의 시절에 민주화 동지들과 어울릴 때면 단골 송이 되었다.

 부용산 5리 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그리움 강이 되어 
 내 가슴 맴돌아 흐르고 
 재를 넘는 석양은 
 저만치 홀로 섰네 
 백합일시 그 향기롭던
 너의 꿈은 간 데 없고 
 돌아서지 못한 채 
 나 외로이 예 서 있으니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주석 14)

연극에도 관심이 많았다. "한동안 내겐 지독한 연극 열이 붙어다녔다."고 할 만큼 열심이었다. 외삼촌이 쓴 대본에 직접 출연하기도 하였다. 영화에도 지독하게 관심을 보였다. 

원주 시절의 내 정신은 학교보다는 극장에 더 매달려 있었다. 원주 전진극장은 판잣집이었다. 판잣집치고는 큰 판잣집이었지만, 인근에 군부대가 지천이어서 그 군인들이 주요 관객이었다. 주로 영화를 상영했고 중간중간에 육군 군예대 소속의 악극단이나 창극단이 와서 공연했다. (주석 15)

공부에는 취미를 잃고 영화 연극에만 빠져 있으니 부모님의 걱정이 많았다. 어쩌다 악동들과 어울려 포르노 영화를 보기도 했다. 방황과 혼란ㆍ갈등을 겪으며 원주 중학을 졸업하였다. 1956년 15세 때이다.

중학을 졸업할 때 공로상을 받았다. 그 상품들 속에 김태오의 <미학개론>이 있었다. 그 무렵에야 아무리 읽어도 그 뜻을 잘 알 수 없었으니 무엇인가 멋있는 학문이라는 것만은 희미하게나마 알 수 있어서 가끔 들춰보긴 했으나 본격적으로 본 것은 고등학교 3학년에 와서 진학을 결정할 때 완독을 했으니, 그때 그림을 그려서는 안 된다는 강박 때문에 생활이 안정되는 대학 교수와 그림 따위 예술 전반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미학이란 학문 사이의 절충책으로 미학과를 지망하게 된 그 첫 씨앗이 이 무렵에 심어진 셈이다. 

미학은 어쩌면 나의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거의 포기하고 있지만, 나의 나머지 생애가 아마도 미학과 결합되리라는 예감은 강하게 있다. (주석 16)


주석
13> 앞의 책, 284쪽.
14> 김삼웅, <박현채 평전>, 235~236쪽, 한겨레 출판, 2012.
15> <회고록(1)>, 275쪽.
16> 앞의 책, 284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인 김지하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김지하, #시인김지하평전, #김지하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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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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