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2>를 연출한 이상용 감독.

영화 <범죄도시2>를 연출한 이상용 감독. ⓒ ABO엔터테인먼트


 
 
이준익 감독, 백운학 감독, 그리고 강윤성 감독 등. 영화 <범죄도시2>로 상업영화 연출을 첫 경험한 이상용 감독이 '모셨던' 감독들이다. 누군가의 조연출로 영화계에서 경력을 쌓아오다가 불현 듯 천만 관객 돌파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11일 오후 1시 50분 부로 누적관객 천만 명을 달성한 뒤 이상용 감독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13일 온라인상에서 만난 이상용 감독은 "솔직히 겁이 많이 난다. (천만이 돼서)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큰 충격이었다"는 소회부터 전했다. 688만을 동원한 1편의 뒤를 잇게 됐을 때부터 그는 부담의 연속이었다. 가리봉동의 흉악 범죄자를 평정한 마석도(마동석 분) 형사 팀의 활약상을 베트남으로 확장하고자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촬영이 1개월 지연되는 어려움도 겪었다.
 
결과적으로 1편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고, 일찌감치 3편의 연출까지 제안받았다. 이상용 감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는) 시기적인 특징도 있었고, 그만큼 쌓인 스트레스를 관객분들이 풀고 싶었던 것 같다"라며 "마동석, 손석구 등 여러 배우의 힘도 컸던 것 같다"라고 나름 생각하는 흥행 이유를 말했다. 현재 그는 3편 출연 배우 오디션에 한창이었다. 흥행 성공의 기쁨을 누릴 새 없이 차기작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그에게 <범죄도시2> 관련한 몇 가지 숨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1. 근접 액션과 사운드 믹싱의 노림수
 
마석도의 맨주먹, 특히 1편의 복싱 기술 중심이던 액션이 2편에선 유도 기술이 가미되었고, 버스 안 근접액션이 일종의 하이라이트가 됐다. 눈썰미 좋은 관객이라면 눈치챘겠지만 액션 합이 붙을 때마다 강렬한 효과음이 따라온다. 이상용 감독의 노림수였다.
 
"악당을 잡는 장소로 버스가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어떻게 촬영하면 좋을지 무술 감독님과 마동석 배우님이 많은 얘길 나눴다. 촬영 감독님이 특히 고생 많으셨다. 카메라를 일일이 손으로 다 들고 찍었거든. 버스 안에서 마석도와 강해상 사이를 최대한 많이 왔다 갔다 하며 찍으셨다. 주먹 대 칼 액션이고 해외에서 한국인들을 잔인하게 죽인 극악의 범죄자를 응징하는 설정이라 때릴 때 타격감을 강하게 살리고 싶어 사운드 믹싱에 신경을 많이 섰다. 사실 버스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동작을 크게 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두 인물이 마주할 때 느껴지는 밀도는 훨씬 크다고 생각했다. 차창이 깨진다거나 앞 유리를 통과해 밖으로 튕겨 나가는 장면은 일종의 액션의 피날레라 생각하고 만들었다."
 
영화 <범죄도시2> 스틸 이미지 영화 <범죄도시2> 스틸 이미지

▲ 영화 <범죄도시2> 스틸 이미지 영화 <범죄도시2> 스틸 이미지 ⓒ 빅펀치픽쳐스 , (주)홍필름 , 비에이엔터테인


  
2. 위기가 기회가 됐던 CG 기술 활용
 
앞서 말한대로 <범죄도시2> 촬영이 시작될 당시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폐쇄 내지 봉쇄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최대한 막으려던 때였다. 이미 베트남 현지에 도착했던 제작진과 배우들은 부랴부랴 철수해야 했고, 1개월이 지난 뒤 일부 제작진만 다시 베트남에 진입할 수 있었다. 현지 로케 촬영이 불가능했던 여건이었기에 배경만 찍어놓고 나머지는 CG(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붙이기로 결정했던 것. 이상용 감독은 아찔했던 당시 기억을 소환했다.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배경을 찍어놓는 건 너무 배우를 가둬놓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1개월 동안) 콘티를 열심히 짜놓고 그 콘티대로 베트남에 가서 찍었다. 저와 CG팀, 제작부 인원 등 6명만 베트남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한국에서 촬영할 때 해당 장면을 현장에 띄워놓고 배우들이 그걸 보며 연기하도록 했다. 다행히 배우들께서 잘 이해해 주셨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영화 초반 베트남 현지 식당 장면이다. 현지에 진짜 있는 것처럼 느껴지길 바랐는데 CG 작업이 너무 잘됐더라. 주변 배경은 실제 베트남이고 그 식당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H 식당이었다."
 
3. 운이 작용했던 등급분류
 
1편에 이어 2편 또한 강한 액션 등으로 유혈이 낭자하고, 각 캐릭터의 폭력성 또한 강하게 묘사된다. 1편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 영화 중 3위에 해당하는 흥행 기록을 세웠다. 2편은 예상외로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 나왔다. 일각에선 더 많은 관객몰이를 위해 제작진이 편집 과정에서 신경을 쓴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시나리오 단계 때부터 18세 등급을 각오하고 만들었다. 딱히 15세 등급을 기준으로 작업하진 않았다. 다만 제가 피가 낭자하거나 신체가 잘리는 장면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칼로 내려치는 장면이나 여러 액션 장면에서 배우들 눈빛을 담는 데에 집중했다. 나머지는 효과음이나 CG로 강렬하게 표현했는데 15세가 나왔더라. 편집 단계에서 걷어낸 건 거의 없다."
 
제작자이자 기획자인 마동석이 애초부터 8편의 시리즈를 생각하고 시작했다고 밝힌 만큼 <범죄도시> 시리즈의 향방에 대해 궁금증이 들만하다. 일단 3편도 지휘하게 된 이상용 감독 입장에서 본 해당 시리즈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 감독은 "크게 두 가지라고 본다"라며 말을 이었다.
 
"일단 콘셉트가 확실하다는 점이다. 마석도와 빌런의 구도가 분명하지. 빌런이 어떤 범죄를 저지르고, 마석도가 어떻게 추적하고 언제 잡느냐 이런 설정이 확실하기에 시리즈화가 가능한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차별성이다. 범죄를 추적하는 방식을 전편과 어떻게 다르게 하고 어떤 다른 웃음을 줄지를 매번 고민하게 한다."
  
 영화 <범죄도시2> 촬영현장에 응원 차 방문했던 1편 출연 배우들.

영화 <범죄도시2> 촬영현장에 응원 차 방문했던 1편 출연 배우들과 (<범죄도시> 1편을 연출한) 강윤성 감독. 그만큼 이 영화 곳곳에 흐르는 에너지가 좋다는 방증이다. ⓒ ABO엔터테인먼트


 
이 대목에서 이상용 감독은 "배우들의 현장 아이디어를 잘 녹이려 한다"고 강조했다. 대사 중 배우의 애드리브 허용 범위가 넓고, 실제로도 많이 활용되는 게 <범죄도시> 시리즈의 특징인데 감독의 연출 철학도 그 연장선상에 있어 보였다.
 
"아이디어를 낸다는 건 의지가 있다는 거잖나. 그런 의지가 좀 더 나은 영화를 위한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그걸 어떻게 안아서 잘 반영할지 귀담아들으려 한다. 이준익 감독님에게 배운 거다. 현장에서 나오는 여러 에너지를 잘 모으고, 배우의 매력을 100프로 담을 수 있게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인터뷰 말미 그는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극장가에 관객분들이 다시 몰린다는 게 큰 기쁨"이라며 "예전 만큼 영화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이번 흥행을 계기로 아직 개봉을 못한 영화들이 어서 나오길 바라고, 다른 영화들에 대한 투자도 활발해지길 기대하는 마음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범죄도시2 이상용 마동석 천만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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