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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인구는 추산 10%. 이동권, 탈시설, 장애 인권 등 우리 사회에 해결해야 할 장애 이슈가 산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의제를 다룰 장애 정치인은 수는 턱없이 모자란다. 이렇듯 장애 정치인의 수가 적은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공천과정에서부터 유세, 의정활동과 재선까지 제도권 정치의 전 과정에 걸쳐서 장애 정치인에게는 장벽이 있다 따라서 그 장애물들을 선거 과정 순으로 살펴보고, 그 장벽을 허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려 한다. 18명의 인터뷰와 온라인 취재로 진행되었다. [기자말]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장애인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배출되지 못했다. 약 50명의 장애 당사자들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낙선했다. 제17대 국회부터 이어져 오던 장애 당사자 정치인의 명맥이 끊겼다. '설마' 했던 우려가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제20대 국회에서 장애계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없었다.

장애인들은 지속해서 장애 당사자 정치인을 원해왔다. 2015년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서 전국 장애인 유권자 6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7%가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런 입장에서 장애계는 제20대 총선 결과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제20대 국회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장애인 정치가 더욱 정착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상설 장애인위원회는 미래 장애 당사자 정치인들이 역량을 쌓을 좋은 기회의 장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에는 모두 장애인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장애인위원회는 정당 내 위원회 중 하나로, 장애 당사자를 대표해 이슈와 정책을 다룬다. 또 임명제로 운영되는 국민의힘을 제외한 나머지 두 정당의 위원회는 자치제로 운영돼, 대표를 뽑는 등 정치과정을 겪는다.

그러나 아직 장애인위원회 내부 인사가 원내로 들어간 경우는 전무하다. 제21대 국회 기준 장애 당사자 의원 넷 중 당내 장애인위원회에서 성장한 인물은 없다. 장애인권운동을 해왔던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또한 외부에서 영입되었다. 과거에도 원내에 당내 장애인위원회 활동을 바탕으로 진입한 의원은 없었다.
     
이는 장애인위원회에 대한 중앙당의 낮은 관심과 지원 탓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던 김영웅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원 원장은 "장애인 당원 규모 파악도 아직 부정확하다"고 꼬집었다. 당원 파악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위원회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장애인 관련 정책을 실질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당 지도부 및 원내대표단과 정기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부위원장 당시의 일을 말하는 김영웅 한국장애인인식개선교육원 원장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부위원장 당시의 일을 말하는 김영웅 한국장애인인식개선교육원 원장
ⓒ 성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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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갖춘 플레이어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20대 총선 결과를 두고 배복주 정의당 전 부대표는 "장애인 국회의원의 역량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많았다"며 "장애인 비례 의원들이 준비가 안 돼 있어서 그냥 자리만 지킨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영남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 정책본부장 또한 "20대에 장애 당사자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던 원인 중 하나가 교육"이라고 분석했다.

배복주 전 부대표는 "장애인 정치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당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현재 장애인 정치는 의지가 있는 몇몇 사람들이 하는 것일 뿐 당적인 시스템은 없다"며 정의당 내 교육 시스템의 부재를 비판했다. 더 나아가 "국가가 장애인의 정치 교육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창석 이종성 국회의원 보좌관 또한 "현재 국민의힘 내에 장애인을 위한 정치 교육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장애인정치아카데미'를 개최했다. 교육을 기획했던 김영웅 원장은 "2010년 장애인 지방의원이 대거 배출된 것을 계기로, 이 기세를 오래 가져가기 위해서는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는 고민이 있었다"며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장애인 정치인 양성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6주간 진행된 아카데미 커리큘럼은 인권과 정치 실무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민간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정치교육은 이어지고 있다. 지장협은 2018년부터 '한국장애인정치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기영남 정책본부장은 "예전부터 시위를 해왔지만 한계를 느껴왔다. 장애 당사자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해서 바꿔보자는 인식에서 장애인정치대학원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는 장애인 정치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자기 뜻을 구체화하는 방법과 정치 이론을 습득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산점제 있다지만… 남은 과제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2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2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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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팀이 만난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유명무실한 제도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데에 입을 모았다. 할당제는 그 첫 번째 단추다.

국회의원 선거, 광역·기초의회 선거를 막론하고, 선거 때마다 소수자 할당 문제가 대두된다. 지방선거에서 여성 후보를 홀수 순번으로 배치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005년 통과되고, 2018년에 총선으로 확대되면서, 여성 정치 참여에 관한 적극적 조치는 어느 정도 정례화됐다.

하지만 장애인의 경우 이런 할당제가 법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지난 제21대 총선에서 자체적으로 비례대표 명부에 장애인 할당 원칙을 적용한 정당은 정의당이 유일했으나, 장애인 후보가 당선되지는 못했다.

장애인 추천 보조금 제도도 실속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치자금법 제26조에 따라 장애인 추천 보조금은 전체 지역구 후보 중 장애인의 비율이 1%만 넘어도 보조금을 지급한다. 지난 제21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장애인 후보를 3명 공천해 아슬아슬하게 보조금 수령 기준을 맞췄다. 해당 선거에서 장애인 추천 보조금을 받은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유일하다.

정당들이 할당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인 할당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복주 전 부대표는 "장애인 할당제도 여성 할당제처럼 법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숫자만 맞추는 할당제에서 그친다면 제20대 총선처럼 장애인 후보를 당선권 밖에 배치해 '구색 맞추기'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최종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원은 "장애를 가진 비례대표 후보를 당선권 안에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장애인 인구 비율인 10%(장애계 추산) 비율은 맞추지 못하더라도 인구 규모가 큰 지역의 경우 기초의회까지도 장애 의원을 할당하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막대한 선거 비용은 또 하나의 걸림돌이다. 장애인 후보의 경우 필요한 장비나 지원이 많은 만큼 상당한 비용이 든다. 대개 군소정당 소속인 장애 후보자들을 위한 선거공영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선거공영제란, 정부가 선거를 관리하고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을 이른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116조 제2항에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규정해 선거공영제를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득표율이 15% 이상일 경우 선거 비용의 전액, 10% 이상일 경우 반액을 돌려받을 수 있어 완전한 선거공영제를 이루지는 못한 상태다.

지난달 제21대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른 김하철 배복주 후보 캠프 사무장은 "법에 명시된 기초적인 영역 외에는 제도가 잘 정비돼있지 않다고 느꼈다"며 "장애인 후보를 위한 선거공영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례대표제는 의회 내 다양성을 위해 설치됐다. 현재 정당별로 장애 당사자들이 한 명, 많아야 두 명이 당선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장애인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염민호 국장은 "장애인 가족 등을 포함한다면 장애 관계자는 인구의 15%는 될 것"이라며 의석수도 이에 비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석 대구대 교수 또한 "지역구를 줄이거나 전체 의석수를 늘려 비례대표 의원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지역 의제가 소외될 것을 우려한다면 지역별로 비례대표를 뽑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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