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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방문객들이 임진강 이북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9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방문객들이 임진강 이북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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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은 입법, 사법, 행정의 3권분립을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3권분립이 무색하게 행정부의 권한이 절대적인 영역이 있으니 바로 '남북관계' 분야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이 체결된 이래 남북관계는 정부의 독점적 영역이 됐다.

물론 국회와 시민사회의 남북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대화 또한 매우 제한적으로, 정부의 통제 아래 진행된 것이 사실이다. 이 글에서는 정부의 남북관계 독점을 평가하고 국회의 역할을 재평가한다. 

누가 북한을 상대할 것인가?

2005년 12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아래 남북관계발전법)이 제정되기 이전까지, 대북 협상은 정부의 독점적 권한이었다. 이 법률이 제정되기 전까지 남북대화는 대통령의 '통치 행위'로 여겨졌으며 정상회담 등 주요 회담과 남북합의서는 비밀리에 남북 당국 간의 협상으로 작성됐다. 대부분의 남북 합의는 합의서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이후에야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남북관계발전법'이 제정된 이후에는 어떻게 변했을까? 결과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 이 법률 제21조는 대통령이 "남북합의서를 체결·비준하며, 통일부장관은 이와 관련된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한다 명시하고, "통일부장관은 북한과의 교섭, 또는 회담 참석, 남북합의서의 서명, 또는 가서명에 있어 남북회담대표가 된다"(제15조)고 규정했다.

다만, 대통령이 '대북특사'를 지명하고 "남북합의서에 서명 또는 가서명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통일부장관이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한 후 제청하고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별도의 '남북회담대표'를 지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북특사나 (통일부장관이 아닌) 남북회담대표 또한 정부 인사가 그 역할을 담당해 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남북협상과 그 결과로 체결된 남북합의서는 "정부와 북한 당국간에 문서의 형식으로 체결된 합의"로 규정됨으로써 남북관계에서 정부의 배타적인 권한이 강화돼 왔다. '남북관계발전법'에 의하지 않고 "누구든지 정부를 대표"하여 "북한과 교섭 또는 회담"을 하거나 "남북합의서에 서명 또는 가서명"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제17조)된다.

2009년 8월, 당시 얼어붙어 있던 한반도 정세 속에 현정은 당시 현대그룹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교류협력사업 전반을 복원시키는 5개항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정상적인 남북 합의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정부의 배타적인 대북 협상 권한을 침해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에서 국회는 왜 무능력한가?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은 지난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때 시민들이 입장하고 있는 모습.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은 지난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때 시민들이 입장하고 있는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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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법제도에서 국회가 남북관계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직접 남북대화를 추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행 법률에 규정된 국회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첫 번째로, 우리 국회는 1985년부터 남북 국회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두 차례의 '예비접촉'과 열 차례의 '준비접촉' 등 총 열두 차례의 예비회담을 진행했다. 정식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실무 대화만 열두 차례 진행한 것이다. 결국 남북 국회회담은 1990년 2월 제10차 준비접촉을 미자막으로 더 이상 개최되지 못했다. 너무 뜸을 들이다 보니 제대로 된 정식 회담 한번 개최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로 수많은 국회의장이 남북 국회회담을 북한에 제안했지만,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두 번째로, 앞서 언급한 '남북관계발전법'에 규정된 국회의 권한을 행사하는 방법이 있다. '남북관계발전법'은 5년마다 수립되는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과 매년 수립되는 '시행계획'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규정(제14조)하고 있다. 또한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해 국회의 동의권(제21조)을 부여하고 있으며 "국회의 체결·비준 동의를 얻은 남북합의서"에 대하여 대통령이 "그 효력을 정지시키고자 하는 때"에는 국회의 동의를 다시 얻도록 하였다(제23조).

먼저,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의 국회 보고는 말 그대로 '보고사항'으로 그 내용의 수정이나 추가를 강제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연차별 시행계획이 국회에 보고되지조차 않는 등 국회의 권한이라 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남북합의서에 대한 국회의 동의 권한, 그리고 그 효력을 정지시키고자 할 경우에 부여된 국회의 재동의 권한이다. 지금까지 국회는 남북경협 관련 4대 합의서 등 국회에 제출된 총 13건의 남북합의서에 동의한 바 있다.

그러나 2010년 5.24 조치로 인해 국회가 동의한 대부분의 남북합의서가 정지된 상황에서, 국회는 '남북관계발전법' 제23조가 규정한 국회의 재동의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조항의 불명확성이 문제가 될 수는 있으나, 그 입법 취지를 보았을 때 국회가 정부의 남북합의서 효력 정지 행위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권한 포기'다.

국회는 스스로 남북관계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야

남북은 한반도 분단체제 하에서 대결하고 있다.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정부가 남북관계와 대화에 일정한 권한을 갖는 것을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정부가 대북협상을 독점하는 것은 남북관계의 발전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재와 같이 남북 당국의 대화가 중단되고 신뢰가 훼손된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행위자가 북한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는 국민을 대변하는 헌법기관으로 헌법이 부여한 통일의 의무를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남북관계에서 국회가 스스로의 권한과 역할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헌법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국회는 입법부로서 그 권한을 통해 남북관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한 남북관계에서 야당의 역할과 책임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야당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대북정책과 남북 합의는 시한부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정권 교체로 인해 남북관계가 훼손되고 중단되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해 왔다.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대북정책은 이어달리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남북관계가 암울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국회가 안정적인 남북관계 발전의 얼개를 모색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남북관계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에 관한 논의는 다음 기회에 별도의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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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한반도 평화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북한 사회통제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스케치北], [북조선 일상다반사], [속삭이다, 평화],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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