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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그룹 '워킹맘의 부캐'는 일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돌보는 엄마들의 부캐(부캐릭터) 이야기를 다룹니다.[편집자말]
"내 동생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 동생~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
엄마가 부를 때는 꿀돼지 아빠가 부를 때는 두꺼비
누나가 부를 때는 왕자님~"


이렇게 시작 되는 동요를 누구나 한 번 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어렸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부르던 노래가 오히려 어른이 되고 나니 더 와 닿는 부분이 있다. 요즘 흔히 말하는 본캐와 부캐의 관계가 이것과 흡사하지 않을까? 내 이름은 하나이지만 나는 엄마, 딸, 아내, 며느리, 직장인, 왕초보 피아니스트, 블로거, 시민기자로 불리는 것처럼.

이름은 하나인데 부캐는 여러 개
 
부캐가 많아지다 보니 시간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부캐가 많아지다 보니 시간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 envato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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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나의 본캐는 오프라인 세상, 사회인으로서의 나이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40대 여성. 딸이고 아내이자 며느리이고, 올케이며 누나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모임을 주도하는 리더 역할을 주로 한다.

나의 부캐는 피아노를 취미 생활로 하는 왕초보 피아니스트이며, 글쓰기를 즐겨 하는 블로거이고 브런치 작가이며 시민기자이다. 오래 전 취미로 테니스를 쳤으며, 관심사가 얕고 넓어 이것 저것에 조금씩 기웃거려 본 적이 있는 취미 수집러(취미를 수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렇듯 본캐와 부캐를 구분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주객이 전도 되고 본캐와 부캐가 뒤죽박죽 되어 어느 것이 진짜 나에 더 가까운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돈을 벌어오는 캐릭터가 본캐일까? 아니면 내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본캐일까? 그것도 아니면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 하는 일이 내 본캐일까?

'저 사람은 뭘 저렇게 많이 하나, 뭘 저렇게 열심히 사나'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본인의 여러 역할을 모두 소화해 내기 위해서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고 시간을 더 촘촘하게 사용한다. 나는 스스로 시간 관리를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부캐가 많아지다 보니 시간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나의 본업과는 별개로, 집에서는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돌보면서도 글을 쓸 시간과 피아노 연습을 할 시간을 따로 내야 한다. 1~2주에 한 번 피아노 레슨 시간이야 어떻게 만든다고 하지만, 연습 시간을 따로 내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집에서의 시간을 아무리 쪼개어 써도 살림은 스스로 돌아가지 않고, 자잘하게 챙겨야 할 여러 일들도 저절로 해결 되지 않는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끝도 없는 투두리스트(할 일 목록)에 부캐를 위한 시간을 만든다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일의 우선순위를 논할 때 자주 언급 되는 '아이젠하워 매트릭스'에서는 중요도와 긴급도에 따라 일을 4가지 종류로 나눈다. 급하고 중요한 일,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

중요하거나 꼭 해야 하는 일들 위주로 우선 순위를 정하다 보면 부캐의 일들은 자연스레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나의 부캐들을 아주 미루어 둘 수가 없는 것이, 부캐의 활동으로부터 나는 활력을 얻고, 그것으로 나의 본캐와 현생을 더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얻기 때문이다.

피아노 연습을 게을리하면 뭔가 숙제를 하지 못한 찝찝함과 스트레스가 조금씩 쌓여 가고,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으면 머릿속 생각들이 뒤섞여 쉽게 피로해지고 감정적이 되기도 한다. 피아노를 치면서 힐링을 하고,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스린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의 부캐 활동들은 급하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한 일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여러 캐릭터들은 나의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두고 서로 경쟁 관계에 있지만(피아노 연습도 해야 하는데 글도 써야 하네... 아, 장은 언제 보지?), 내가 여러 부캐들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시너지 효과도 있다.

조화로운 부캐 라이프
 
나의 본캐와 부캐들은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 영감을 얻으면서 각자가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일조를 한다.
 나의 본캐와 부캐들은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 영감을 얻으면서 각자가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일조를 한다.
ⓒ envato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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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면서 예전의 나라면 쓰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새로운 영역의 글감을 얻게 되었다. 가끔은 '글을 쓰기 위해 피아노를 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워킹맘의 부캐'에 대한 연재 기사를 쓰는 기회 역시 피아노를 배우는 부캐와 글을 쓰는 부캐가 연결되어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또 일상에서는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일들도 나의 글 쓰는 부캐는 놓치지 않는다. 피아노를 배우는 나의 부캐를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피아노를 칠 때의 감정이나 단상들을 잡아 내기도 하고,  본캐로 살아가는 일상 생활 속에서의 소소한 일들을 대할 때 "아, 이걸로 글을 써야지"라며 글감을 건져 올린다.

이렇듯 나의 본캐와 부캐들은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 영감을 얻으면서 각자가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일조를 한다.

며칠 전 피아노 레슨을 마친 나에게 선생님께서 "시간도 없으실텐데 연습을 많이 해오셨네요!"라고 하셨다. "네, 정말 재미있어서요. 연습 시간 내려고 애썼어요"라고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다음 기사에서는 칭찬 받은 이야기도 꼭 써야지'라고.

서두에서 언급한 동요의 끝은 "어떤 게 진짜인지 몰라 몰라 몰라"라며 끝난다. 모자를 바꿔 쓰듯 나의 역할 캐릭터들을 바꿔 가면서 살아가는게 익숙해진 요즘, 나의 어떤 역할이 본캐이고 어떤 역할이 부캐이면 어떠랴. 진짜 나를 찾는 것보다는 그 모든 캐릭터가 어차피 나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조화로운 부캐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비법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저의 개인 SNS에 실릴 예정입니다.


시민기자 그룹 '워킹맘의 부캐'는 일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돌보는 엄마들의 부캐(부캐릭터)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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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여정 위에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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