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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에서 기후우울로

코로나19는 사회적 위기가 개인의 심리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보여주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우울감, 무력감 등 부정적인 심리 증상을 겪는 것을 말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인 지금은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가 발생한 배경, 즉 기후위기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기후우울'이라는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 우울'이란 기후변화, 기후위기로 인한 걱정으로 무력감, 슬픔, 분노, 불안, 절망 등의 부정적인 심리적 증상을 겪는 것을 말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미래에 벌어질 위기들을 생각할 때 우울해지고, 개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무력함, 혹은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사회적 문제의 심각성을 개인이 느낀다 하더라도, 해결을 위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는 괴리감에서 불안감이 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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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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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 실천할수록 기후우울을 많이 느껴

여성환경연대는 2020년, 코로나19 전후의 생태적인 인식 차이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서 중요한 분석 요인 중 하나는 '기후 우울'이었다. 설문조사 결과, 기후우울을 겪는 사람들은 그저 무기력하거나, 혹은 우울에 잠식된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환경을 위한 실천에 적극적인 사람들이 더욱 기후 우울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우울이 높게 나타난 집단 중 환경보호를 위해서 실천하는 사람들은 89.2%를 차지하였으나, 기후우울이 낮게 나타난 집단은 같은 문항에 53.5%에 그쳤다. '기후우울'은 무엇보다 '기후변화'를 매개로 한 심리적 증상이기 때문에 환경문제에 대해 예민할수록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기후우울과 환경보호 실천의 관계
 기후우울과 환경보호 실천의 관계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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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기후우울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기후우울을 우려하기보다는, 기후우울을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들여다봐야 한다. 기후우울은 기후위기라는 사회적인 문제가 개인에게 미치는 수많은 영향 중 하나일 뿐이다. 이미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들을 개인의 영역에서, 개인의 역량에 따라 해결하고 있다.

가령, 긴 장마와 폭염으로 인하여 에어컨, 제습기를 포함한 가전제품 소비가 늘어났고, 그로 인해서 1인당 일상을 유지하는 에너지비용은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식량 위기로 인하여 밥상 물가는 더 올라갈 것이고, 이 또한 개인이 부담할 확률이 높다. 기후우울 역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짊어지게 된 영향 중 하나인 셈이다.
 
 "하루의 끝에서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은 날'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오늘 내 통장에선 1원도 빠지지 않았다. 그럼 정말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은 날'은 성공한 것일까? 스마트폰, 와이파이, 컴퓨터, 전등을 쓰며 하루 종일 전기가 나갔다. 빨래, 설거지, 샤워로 물도 쓰고 가스도 썼다. 내가 쓴 에너지 자원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탄소가 배출되었겠지? 정말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고, 쓰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프로그램 속 인물들도 최소한의 인공 에너지 자원을 쓰며 생활한다.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고서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서는 살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죽어야 끝이 나는 나의 소비 인생에 조금은 무력감이 든다."

- 지구를 사랑하는 우리의 마음이 소중하니까 (여성환경연대, 2022), 아무 것도 소비하지 않은 날 (이지원), 32p~33p.

기후우울을 겪는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문제를 일상에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의 일상과 기후위기라는 사회적인 위기와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인지할수록 더욱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다. 

기후우울에서 기후행동으로

기후우울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라는 사회적 위기이기 때문에, 그 해결책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기후우울을 느끼며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여성환경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기후우울이 높은 사람들 중 80.9%가 지인, 가족, 모임 등 사회적인 관계를 통해서 위안을 얻었다고 응답했다. 기후위기를 먼 미래가 아닌 일상에서 느끼고, '지금, 여기' 우리의 언어로 사람들과 문제의식을 나누고, 함께하는 것이 기후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분리수거를 잘 하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등 개인적인 실천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행동할 때, 기후위기에 대응에 눈 감은 기업과 정부를 바꾸고, 이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레베카 솔닛은 <어둠 속의 희망>에서 "희망은 행동을 요구하고, 행동은 희망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기후위기 시대, 어둠 속에서 기꺼이 희망을 선택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지금 당장, 나와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희망을 선택하고, 함께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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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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