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휘슬 소리를 들을 때까지 마음을 졸이며 지켜봐야 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게임이었다. 8강에 오르기 위한 조건으로 꽤 많은 골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해서 동점골을 내줬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쉽게 흥분하는 바람에 추가골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기도 했고, 종료 직전 교체로 들어간 선수가 곧바로 퇴장 당할 수 있는 위험한 반칙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 상태로는 8강 이상을 넘볼 수 없을지 모른다.

황선홍 감독이 이끌고 있는 23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8일(수) 오후 10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있는 파흐타코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남자 아시안컵 C조 태국과의 게임에서 1-0으로 어렵게 이기고 조 1위 자격으로 8강에 올랐다.

고재현의 멋진 결승골 이후 곱씹어야 할 몇 장면들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게임에서 베트남이 앞서나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으니 우리 선수들에게 조급한 마음이 밀려왔을 것이다. 

이 게임 상대 팀 태국 선수들이 아무리 우리 선수들보다 개인 기량이 조금 모자랐지만 게임 흐름 속 상대를 지나치게 얕보는 경솔한 태도가 눈에 띄었다. 상대의 밀집 수비와 거친 압박에서 벗어나 원하는 골을 넣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패스와 기술적 완성도를 이루어야 하는데 우리 선수들 중 일부는 상대를 가볍게 여겼고 쉽게 흥분했다.

이런 대응 태도는 35분에 성공시킨 첫 골 이후 더 자주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오프 사이드 깃발이 올라가는 바람에 실망감을 느꼈지만 VAR 시스템 검증 과정을 거쳐 '오세훈-조영욱-고재현'으로 이어지는 정확한 삼각 연결이 멋진 골로 확인되었다. 
 
조영욱 드리블 돌파 8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파흐타코르 중앙경기장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 조영욱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조영욱 드리블 돌파 8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파흐타코르 중앙경기장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 조영욱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연합뉴스

 
특히 기막힌 타이밍의 스루패스로 이 결승골을 도운 조영욱은 조별리그 3게임 모두 귀중한 공격 포인트(3골 1도움)를 올리는 진기록을 남기며 이번 대회 득점왕까지 노릴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하다는 찬사를 들었다. 

하지만 황선홍호는 그 다음 몇 가지 장면들에서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했다. 골 결정력과 직결되는 퍼스트 터치가 멀어지는 바람에 전반전 추가 시간에 오세훈에게 찾아온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를 날려버렸다. 고재현이 멀티 골 욕심을 버리고 밀어준 것이라 그 아쉬움은 더 컸다.

태국의 공격 능력이 우리 팀보다 무디다고 해도 동점골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80분에 에카닛 판야의 스루패스를 받은 교체 선수 아칫폴이 고동민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은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각도를 줄이고 나와 온몸을 내던진 고동민의 슈퍼 세이브 덕분에 1골 차 리드를 지키게 되었지만 하마터면 '한국-베트남-태국' 세 팀 모두 1승 2무가 되어 조별리그 탈락 성적표를 받아들 뻔했던 것이다.

1골을 반드시 따라붙기 위해 라인을 비교적 높게 올린 태국의 수비를 상대로 우리 선수들의 후반전 공격은 오프 사이드 함정에 자주 빠졌다. 왼발잡이 미드필더 이강인의 스루패스가 기막히게 뻗어나가기는 했지만 54분에 이 공을 받은 조영욱은 이미 오프 사이드 위치였다. 

오른쪽 풀백 최준(67분)은 물론 교체 선수 엄지성(84분)도 너무 뻔하게 오프 사이드 함정에 걸리는 바람에 후반전 추가골은 엄두를 낼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정규시간이 다 끝나는 순간에 교체 선수로 들어온 공격형 미드필더 고영준은 들어오자마자 위험 지역도 아닌 곳에서 고의성 짙은 반칙을 저지르는 바람에 주심으로부터 옐로 카드를 받았다. 태국 미드필더 송차이의 정강이 쪽을 향해 축구화 스터드를 들고 내뻗은 동작이 하마터면 다이렉트 퇴장 판정으로 바뀔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는 점을 우리 선수들 모두 기억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1-0 점수판 그대로 게임이 끝나는 바람에 1위 자격으로 8강에 오른 황선홍호의 8강 상대는 9일 벌어지는 D조 마지막 일정이 끝나야 알 수 있다. 현재 1위 사우디 아라비아. 2위 일본, 3위 아랍에미리트 중 최종 성적 2위가 되는 팀과 오는 일요일(12일) 오후 10시 같은 장소에서 만난다.

2022 AFC U-23 남자 아시안컵 C조 결과
(6월 8일 오후 10시, 파흐타코르 스타디움-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한국 1-0 태국 [득점 : 고재현(35분,도움-조영욱)]

한국 선수들
FW : 조영욱(90분↔양현준), 오세훈(52분↔정상빈), 고재현
MF : 권혁규, 홍현석(90분↔고영준), 이강인(64분↔엄지성)
DF : 이규혁, 김주성, 이상민, 최준
GK : 고동민

C조 최종 순위(2위까지 8강 진출)
1 한국 7점 2승 1무 6득점 2실점 +4
2 베트남 5점 1승 2무 5득점 3실점 +2
3 태국 4점 1승 1무 1패 5득점 3실점 +2
4 말레이시아 0점 3패 1득점 9실점 -8

8강 토너먼트 일정
6월 11일 오후 10시 ☆ 호주 - 투르크메니스탄
6월 12일 오전 1시 ☆ 우즈베키스탄 - 이라크
6월 12일 오후 10시 ☆ 한국 - D조 2위
6월 13일 오전 1시 ☆ 베트남 - D조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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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고재현 황선홍 U-23 아시안컵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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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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