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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주-박명준의 <우리는 민주주의로 출근한다> 표지이다.
▲ 표지 박태주-박명준의 <우리는 민주주의로 출근한다> 표지이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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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의 민주주의는 경제 민주주의의 일환이고, 공공성을 실현하는 바탕이 된다."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5월 공동 출간한 <우리는 민주주의로 출근한다>에서 강조한 말이다.

일터를 민주화하자는 '일터민주주의'란 개념이 생소하다. 한 마디로 '일터민주주의'는 노동에서 민주주의를 하자는 의미이다. 다만 일이 행해지는 공간성을 상징적으로 부각시켜 '일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11명의 노사, 학계 전문가, 시민사회활동가들이 일터민주주의가 나갈 방향을 제시한 책 <우리는 민주주의로 출근한다>(2022년 5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를 출판했다(다만, 이 책은 비매품이라 일반인은 도서관이나 노동단체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개최한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주최한 공공상생연대포럼에서 발표한 발제와 토론을 기초로 좀더 정교하게 다듬었다. 그동안의 노동운동은 임금인상 투쟁과 정치 투쟁에 집중해 왔다. 그러다보니 일터에서 이뤄지는 노동 과정과 노동자의 사회적 웰빙이 노동운동의 사각지대로 남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터민주주의가 경제투쟁이나 정치투쟁에서 비켜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 생활의 질이 자율적인 작업구조의 형성이나 일터의 분위기 그리고 일터 바깥의 물질적인 조건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노동 생활의 질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일터민주주의는 경제투쟁을 포괄한다. 일터민주주의는 제도의 형성이나 사용자로서의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일터 바깥의 큰 정치와도 무관하지 않다." - 박태주의 글, 본문 중에서
 

지난 2016년 서울에서 도입했고 광주, 경기, 부산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확대하고 있는 노동이사제가 지난 1월 말 법제화됨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도 이사 15인 중 1인을 노동 이사로 선임하게 된다. 

이 책은 노동이사제는 종업원 대표가 기업의 중요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측면에서 일터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박명준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업장의 권력관계(지배와 피지배)가 작용한다는 점에서 일터민주주의를 정치적 민주주의의 연장으로 파악한다. 결국 일터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노동자의 참여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일터에서의 민주주의는 일자리를 지배하는 지배자, 즉 사용자 내지 고용주에 맞서 일자리를 영위하는 노동자들이 해당 일자리에 대해 정당한 배분을 누리며, 그것을 통한 삶과 생활의 안전성을 증진시킬 기회를 향유하는 정치적 질서의 구현을 가르킨다. 기업내 의사결정 방식이야말로 일터민주주의 성격을 가름하는 핵심적 요소이다." - 박명준의 글, 본문 중에서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터민주주의 실현과 관련해 현행 노동조합법과 근참법, 근로기준법 등 주요 법령이 갖는 한계가 일터민주주의 실현의 직간접적인 걸림돌로 나타나기 때문에 해결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항변한다.
 
"노조조합원과 비조합원, 다수 노조조합원과 소수 노조조합원,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 대기업 원청직원과 하청업계 직원, 노조에 의해 보호되는 근로자와 미조직 영세 중소기업 근로자 그리고 노동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노동법에 배제된 근로자 간에는 격차와 갈등이 커져 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정치적 민주화에 더해 경제적 민주화, 산업현장에서의 민주화 그리고 일터에서의 민주화를 통해 풀어나가야할 문제들과 연관이 있다." - 박귀천의 글, 본문중에서
 

김미영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일터민주주의 관련해 사업장 자치기구인 노사협의회에서의 가능성을 탐색했고, 정원호 고양시정연구원 원장는 독일 공공부문 노동자의 경영참가제도인 공동결정제도를 언급하고 있다.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대표(가톨릭대 사회학과 명예 교수)는 독일의 공동결정 모델을 도입하면서 사업장 차원에서 공존과 상생의 노사관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이사제에 주목하면서 이사회는 주주만이 아니라 노동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이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 컨설턴트는 '일터민주주의와 노동자 대표성'을, 명순필 서울교통공사노조위원장은 '서울교통공사 노사협의회'에 대해, 김민아 공인노무사(노동교육센터 늘봄 센터장)는 '공공부문 노사협의회와 일터민주주의 증진'을,  강주현 자치경영정보원 전임교수는 '노동이사제의 한계와 경쟁력'에 대해 각각의 견해를 밝혔다.

이병훈 공공상생연대기금 이사장은 발간사를 통해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숙의가 우리 일터, 직장에서 꽃피우기를 소망한다"며 "일터민주주의와 함께 공공 상생 연대의 가치가 우리사회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꽃피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일터민주주의 확대를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해 논했고, 노사협의회 활성화를 통한 일터민주주의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노동의 경영참여로서의 노동이사제가 일터민주주의의 기초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밝히고 있다.

여전히 일터에서 보편적 민주적 권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이 책은, 일터민주주의의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데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일터민주주의를 위해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고 일터민주주의 골간 개조를 위한 제도 변화 못지않게 현실에서의 새로운 모델을 기획하거나 발굴하는 식의 실천도 요구된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여전히 일자리 문제와 더불어 일터에서의 민주주의 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기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의제로 보인다.

태그:#일터민주주의, #노동이사제, #우리는 민주주의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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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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