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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으로 산다는 말은 찬밥 신세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저탄고지, 황제 다이어트 등은 이제 흔한 다이어트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저탄고지와 황제 다이어트 방식은 세부 식단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주식인 곡물 식단을 줄이고 육류와 계란, 유제품 등을 늘리는 식단을 기초로 한다.

이러한 흐름은 현대인의 식탁을 바꾸었다. 탄수화물은 먹지 않고 육류 중심으로 먹는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보기도 했다. 한때는 버터를 커피에 넣어 마시는 '방탄커피'가 유행이기도 했다. 이런 유행 때문일까. 탄수화물에 대한 경계심은 날로 커져갔다. 

'채식' 보다 '녹말음식'에 초점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은 존 맥두걸 의사(아래 맥두걸)의 책이다. 맥두걸은 미국에서 맥두걸 프로그램을 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만 명의 체중을 줄이고 병을 고쳤다. 본인이 채식을 실천하는 의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채식을 권장하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임동규 농부의사 추천사처럼 "채식을 하지 않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채식인에게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맥두걸은 책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에서 단순히 채식의 이로움을 주장하기보다는 '녹말음식'이 어떻게 살을 빼고 병을 고치는지를 설명한다. 더불어 영양을 둘러싼 수많은 오해와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뉴욕타임즈 최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뉴욕타임즈 최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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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첫째, "녹말음식을 먹어라". 인간은 본래 녹말을 먹는 동물이다. 탄수화물에는 총 3가지 종류가 있다. 당, 섬유소, 녹말. 당은 몸속에서 쉽게 분해되어 빠르고 강력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섬유소는 에너지로 사용되지 않지만 배변을 촉진하는 물질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 섬유소는 과일과 고구마에 다량 함유되어 있다. 맥두걸은 "탄수화물의 금메달감은 녹말"이라고 말한다.
 
섬유소처럼 녹말도 분자로 된 섬유소의 사슬모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녹말은 우리가 그것을 인체에서 분해해서 단순당으로 만든 다음, 에너지를 공급하고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이 책에서 단 한 가지 메시지를 뽑고자 원한다면 바로 '녹말음식을 먹어라'일 것이다.
- p.47

저자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아시아 국가를 예로 들어 녹말음식의 우수함을 주장한다. 특히 1970년대까지 전체 칼로리의 80-90%를 탄수화물에서 섭취했음에도 날씬하고 만성질환이 없었다는 우리나라를 예로 들기도 했다. 녹말은 소화가 아주 잘 되는 최고의 탄수화물이라고 극찬한다.

둘째, "단백질 신화에서 벗어나라". 맥두걸은 과도하지 않은, 적절한 식물성 단백질이 최고라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식물성 단백질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부재하다는 반대편 주장도 있다. 2001년 미심장협회 저널 '서큘레이션'에서는 '식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식물성 단백질이라도, 대부분 한 두 가지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하기 떄문에 불완전한 단백질로 여겨진다'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2022년이 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 주장이 영양학계에서 힘을 발휘한다. 최근 출간된 건강 관련 책에서도 이러한 내용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다.

2001년 맥두걸은 심장협회에 반박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록 답장이 없었다. 2011년이 되서야 답장 내용이 잡지를 통해 발표되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식사에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기 위해서 우리는 굳이 동물성식품을 먹을 필요가 없다. 식물성 단백질만으로도 필수 아미노산 및 비필수 아미노산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통곡물, 콩과식물, 채소, 씨앗 및 각종 견과류 등은 모두 필수 아미노산 및 비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가지고 있다. 또한 식사할 때 이 음식들을(단백질을 상호보완하기 위하여) 혼합할 필요도 없다.
- p.137

셋째, "칼슘 괴담에서 벗어나라". 흔히 우리는 칼슘이 부족하면 뼈와 관련된 질환 위험에 노출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우유와 유제품을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아는 상식과 달리 진실은 그렇지 않다.
 
전 세계 어느 과학적 연구발표를 다 헤집어보아도 칼슘부족으로 생긴 질병에 대해 보고된 바는 없다.
- p.152
어린이와 청소년이 우유와 유제품의 섭취를 늘린다고 해서 뼈가 강화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 p.154

더욱 놀라운 사실은 오히려 우유와 유제품이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칼슘 괴담으로부터 벗어날 때다. 2006년 <브리티시 의학저널>은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소에서 나온 우유 및 유제품을 자주 먹는 사람들은, 노년에 골다공증 및 엉덩이골절에 걸릴 확률이 월등히 높다." 
- p. 155
우리의 뼈는 우리가 먹는 산성물질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그 음식에서 칼슘을 흡수하기도 한다.
- p.156

맥두걸은 녹말음식과 채소, 과일만으로도 필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논문과 실험 그리고 직접 상담하고 코칭했던 환자 사례를 근거로 공기처럼 퍼져있는 괴담과 신화를 격파해간다. 이 외에도 영양제, 소금과 설탕, 콩고기라 불리는 식물성 대체육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은 저자가 극찬하는 '녹말음식'처럼 알차고 든든한 책이다. 미워하던 탄수화물을 달리 보게 되면서 '밥심'을 잃은 우리가 밥심을 되찾게 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영양에 관한 우리의 편중된 시각을 바로잡는 '건강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 녹말음식은 어떻게 살을 빼고 병을 고치나, 재개정판

존 A. 맥두걸 (지은이), 강신원 (옮긴이), 사이몬북스(2022)


태그:#어느채식의사의고백, #존맥두걸, #채식, #단백질신화, #칼슘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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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게 덜 폐 끼치는 동물이 되고자 합니다. 그 마음으로 세상을 읽고 보고 느낀 것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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