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해방(감)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를 높이 받들어 우러러본다는 '추앙'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너무 좋아. 이게 바로 인생이지. 나는 참으로 멋진 삶을 살고 있어.' 이런 말을 해 본 적이 언제였던가? 있기는 했던가?
 
우리 모두에게 트라우마가 있다. 이 순간에도 내 가슴 깊은 곳에 머물러 있는 피해 의식이 절어 있는 것을 느낀다. 반복되는 일상과 함께 날마다 스펙타클한 일들이 넘친다. 잠을 줄이면서까지 해야 할 '활동'이라고 치고받고 있지만 정작 그 안에서 해방이 있기는 한 건가?
 
삶에 주요한 내용을 끄집어서 분류해 보면 무언가 뒤죽박죽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네 삶에서 해방이라는 감정은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아니, 느끼고자 하는 생각이나 해 봤을까.
 
해방클럽 모임 장면 중 나의 해방일지 장면 중

▲ 해방클럽 모임 장면 중 나의 해방일지 장면 중 ⓒ jtbc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는 이런 느낌이었다. "너는 해방되어 살고 있니?"라고 묻고 있는 느낌. 직장에 동아리인 해방클럽에서 네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어떠한 격려도 조언도 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를 들어 주는 거다. 가장 큰 공감인지도 모른다. 그런 인간관계가 우리에게는 있을까? 내가 원하는 내면의 그것과 부족함을 말할 수 있는 인간관계.
 
어젯밤에 넷플릭스에서 해방일지 마지막 편을 봤다. 시청했다기보다는 읽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좋은 소설 한 편 읽은 느낌이다. 내가 삶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추앙해야 한다는 게 주제가 아닌가 싶다. 삶을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다른 것은 모르겠고 삶에서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사람 관계에서 한 번도 채워지지 않은 가슴의 충만함은 역설적이게도 내 가슴을 있는 그대로 열어 보일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것 같다. 누군가에게 내 가슴을 활짝 열어 보이고 상대의 가슴에 있는 것 또한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 주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선택하는 경우 외모와 직장, 경제력과 어떤 권력을 옆에 두려고 하는 건지, 그 사람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건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이용하는 대상이 아닌 것이다. 존재 자체로 존중해 주는 거다. 그(녀)의 가슴 안에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 바로 '추앙'이다. 결국 내가 해방되기 위해서는 상대를 추앙해야 한다. 사랑을 넘어선 추앙.
 
나의 해방일지 장면 중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 장면 중

▲ 나의 해방일지 장면 중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 장면 중 ⓒ jtbc


"한 번 만들어 보려고요. 그런 사람. 상대방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거에 나도 덩달아 이랬다저랬다 하지 않고, 그냥 쭉 좋아해 보려고요. 방향 없이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 이젠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요."

염미정이 구씨와 함께 걸으면서 하는 말이다.
 
삶에서 해방된다는 것은 어떤 치열함으로 경쟁에서 승리하고 쟁취하는 일이 아닌 것이다. 가까이 있는 누군가를 추앙하는 거다.
 
"들개한테 팔뚝 물어뜯길 각오하는 놈이 그 팔로 여자 안는 건 힘들어? 어금니 꽉 깨물고 고통을 견디는 건 있어 보이고 여자랑 알콩달콩 즐겁게 사는 건 시시한가 보지? 뭐가 더 힘든 건데? 들개한테 팔뚝 물어뜯기고 코 깨지는 거랑 좋아하는 여자 편하게 해 주는 거랑 뭐가 더 두려운 건데? 나보고 꿔간 돈도 못 받아내는 등신 취급하더니, 지는…."

미정의 이 말에 추앙의 답이 있다.
 
창희가 어른이 되는 순간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말들이 마구 쏟아지고 싶어서 혀끝까지 밀려왔는데도 다시 그 말을 목구멍에 밀어 넣게 되는 순간, 어른이 되는 거다. 지인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돈을 날리면서도 그 이유를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른인 것이다.
 
아버지가 삶을 걸면서 죽도록 일한 이유가 가족을 건사하기 때문이었는데 알고 보니 가족이 자신을 건사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리고 생일날 자식들에게 나처럼 결혼하지 않아도 되고 혼자 살아도 된다고 말할 때 많이도 슬펐다.
 
구자경이 돈을 챙겨서 햇살을 맞으며 술을 내려놓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고(아마 배신한 형의 돈을 갚으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싶다), 미정이 사랑이 가득해서 나오는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독백하는 햇살의 따스함이 가슴을 너무 충만하게 한다.
 
나의 해방일지 장면 중 나의 해방일지 드라만 장면 중

▲ 나의 해방일지 장면 중 나의 해방일지 드라만 장면 중 ⓒ jtbc


그들이 모두 해방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순간을 그렇게 또 살아갈 뿐인 거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해방 세상 노래 불렀고 인간다운 삶을 밥 먹듯이 떠들어 대고 있지만(앞으로도 그럴 걸) 그 결말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삶의 과정에서 그 순간을 살아 내는 거다. 이 순간에 나는 해방되고 싶을 뿐인 것이다. 지금 이 글을 끄적이는 이 순간에도 말이다. 만나는 모든 이들을 추앙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나를 추앙했으면 좋겠다. 우리 사는 세상이 이렇게만 된다면 아마도 우리는 모두가 해방되지 않을까?
나의 해방일지 해방 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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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입니다.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 #길위의청년학교 #들꽃청소년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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