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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 참여한 다섯 뮤지션들이 모두 함께 이 공연의 타이틀 곡 '너와 나의 별'을 노래하고 있다.
 공연에 참여한 다섯 뮤지션들이 모두 함께 이 공연의 타이틀 곡 "너와 나의 별"을 노래하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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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자원이 고갈된 지구를 상상해 보셨나요? 물이 부족해 반려동물 키우기를 금지시키는 나라. 물이 부족해 개인에게 등급을 부여해 식수를 차등 지급하는 나라. 식수 양극화가 극심한 세상. 인간보다 약한 동물부터 죽어나간다면, 그 다음엔 인간 중 약자가 희생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겠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고요의 바다'가 그리는 미래 사회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미래가 오지 않길 원해요. 먼 미래의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까운 미래 같아요. 어쩌면 20년 후, 10년 후의 모습일 수도 있어요. 기후위기가 심각한 바로 오늘, 무기력하게 앉아있는 대신 뜨거운 태양 아래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다같이 기후위기를 노래해보는 건 어떨까요? '푸른별 구하기 프로젝트 <기후위기를 노래하라>' 콘서트를 소개합니다."


'푸른별 구하기 프로젝트 - 기후위기를 노래하라 콘서트'(아래 기후위기 콘서트)를 소개하는 글이다. 이 콘서트가 환경의 날인 6월 5일 대구2.28기념공원에서 열렸다.
 
각종 재활용 물품으로 악기를 직접 제작해 공연에 임한 그룹 훌라의 독특한 공연 실황. 이들은 pvc파이프 오르간, 알루미늄관 실로폰, 페이트통 드럼, 삼푸통 신디사이져 북성로의 공구와 자재, 폐자원을 활용한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다.
 각종 재활용 물품으로 악기를 직접 제작해 공연에 임한 그룹 훌라의 독특한 공연 실황. 이들은 pvc파이프 오르간, 알루미늄관 실로폰, 페이트통 드럼, 삼푸통 신디사이져 북성로의 공구와 자재, 폐자원을 활용한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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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지구온난화'란 단어로 시작해서 '기후변화'를 거쳐 '기후위기'까지 왔다. 기후가 그만큼 급변하고 있고 그로 인해서 지구환경이 무섭게 변하면서 극심한 가뭄과 대형 홍수 같은 기후 재난이 벌어지고 있다.

극심한 봄가뭄 끝에 단비 내린 날 열린 기후위기 콘서트

바로 지금 한반도는 극심한 봄가뭄으로 이 기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전국의 강, 저수지와 댐이 마르고 있고 메마른 땅들은 쩍쩍 갈라지고 있다. 심각한 기후 재난이다. 이런 때에 열리는 '기후위기 콘서트'라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많은 이들이 기후위기 콘서트를 열어서인가? 긴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다. 비는 콘서트가 진행되는 내내 조금씩 내렸다. 덕분에 대기는 시원했고, 너무나 오랜만에 내린 비인지라 콘서트 진행엔 다소 장애가 됐지만 공연자들은 반갑게 공연에 임했다. 
 
시작할 때부터 비가 내렸지만 급히 천막을 공수해 천막을 치고 청중들은 그 안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반가운 비 덕분에 대기는 시원했고, 공연자들도 불평없이 공연에 임했다.
 시작할 때부터 비가 내렸지만 급히 천막을 공수해 천막을 치고 청중들은 그 안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반가운 비 덕분에 대기는 시원했고, 공연자들도 불평없이 공연에 임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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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같은 기후위기를 이야기하지만 좀더 색다르고 좀더 대중적인 방법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려보고자 이 콘서트는 기획됐다. 주최 측의 설명을 들어보자.

"지구를 생각하는 여러분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즐거운 방법으로 문제를 알려보는 건 어때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펼쳐질 수 있도록 음악으로 함께 해주시길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음악은 만국의 공통언어이자 사람의 마음을 편안한 백지상태로 만들어준다. 말하자면 그 백지 위에 기후위기란 단어를 써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기후위기의 해결을 위해서 일상에서 우리 자신 작은 실천이라도 해보자는 것이다.

"화제의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은 지구에 혜성이 충돌하기까지 남은 시간 6개월이라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사실 기후위기를 빗댄 것이라 하지요.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역을 맡은 영화 속 팝스타는 혜성 충돌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리는 노래를 만들어 콘서트를 엽니다. 우리도 기후위기를 노래에 담아 불러보자는 겁니다. 지구를 생각하는 여러분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를 부르는 어쿠스틱 듀오 오늘하루가 기후위기를 주제로 직접 만든 곡 <푸른별 이야기>를 부르고 있다.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를 부르는 어쿠스틱 듀오 오늘하루가 기후위기를 주제로 직접 만든 곡 <푸른별 이야기>를 부르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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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서트를 기획한 생명평화아시아 이명은 국장의 설명이다. 이 국장의 설명을 좀더 들어보자.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은 흐르고 있는데, 전망은 더 암울해져 갑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PCC에서는 기후재앙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시점이 과거 예상보다 10년 더 빨라진 것으로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배출할 경우, 오는 2040년에 1.5도 온난화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데, 사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것 같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저처럼 답답한 심정을 풀지 못하고 있는 여러분, 노래를 불러서 우리 심정을 승화해보자구요. 그리고 이 심각한 문제를 전달하기 위한 노래를 퍼트려 보아요."

 
기후위기 콘서트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영화배우 감꽃비가 이날 공연과 기후위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기후위기 콘서트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영화배우 감꽃비가 이날 공연과 기후위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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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뮤지션이 노래하는 기후위기

이 기후위기 현실 앞에 뮤지션들이 뭉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노래로 전하기 위해서. 밴드 아프리카, 동이혼, 고니밴드, 어쿠스틱 듀오 오늘하루, 훌라가 고민고민하여 기후위기를 노래에 담았다.

이들은 4월, 5월에 걸쳐 기후위기를 담은 신곡 총 4곡을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이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걱정하는 것 말고 즐거운 방법으로 이 문제를 알려보자는 것이다. "인간만 살아가는 지구가 아니라, 다양한 생물이 모여 사는 지구라는 걸 아는 여러분은 즐거움을 누릴 자격이 충분히 있다"면서.
 
너와 나 그 사이 존재에 대한 끝없는 물음을 노래하는 밴드 고니밴드. 고니처럼 비상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너와 나 그 사이 존재에 대한 끝없는 물음을 노래하는 밴드 고니밴드. 고니처럼 비상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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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코로나 시기, 방구석에서 기후위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지구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열심히 실천했지요. 페트병에 라벨 다 떼고, 커피 마시고 싶을 때 텀블러 꼭꼭 챙기고, 장바구니 들고 마트 갔습니다. 우리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후위기 문제에는 기업과 국가도 필사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상향하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은 얼른 퇴출해야 합니다. 기후위기를 막아내려는 우리의 목소리를 산업구조의 변화와 정책으로 담아내야 합니다."(이명은 국장)

  
동이족의 혼을 담은 밴드 동이혼. 이들은 감성을 더한 하드락을 추구한다. 동이혼은 이날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동이족의 혼을 담은 밴드 동이혼. 이들은 감성을 더한 하드락을 추구한다. 동이혼은 이날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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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뮤지션들이 이런 기후위기의 실상을 알리고 그 해결을 위한 노력들이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가 중심이 돼 곳곳에서 펼쳐질 수 있도록, 음악으로 함께하기 위해 이날 콘서트에 참여한 것이다.

공연장인 대구2.28기념공원엔 비가 오는 굳은 날이었지만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함께 따라 노래부르고 함께 박수치고 함께 공감했다. 기후위기는 너만 문제도 나만의 문제도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고 더 나아가 우리 개인만이 아니라 국가와 기업들이 먼저 나서야 할 문제란 것을 노래를 통해 공감했다.

부디 이날 울려 퍼진 노래가 더욱 널리 펴져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더 많은 이들이 깨닫게 되기를. 그리고 깨달은 만큼 즉시 실천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함께 기원해본다.
   
이 기후위기 콘서트는 아름다운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적지 않은 무대인지라 경비의 부족분을 해피빈 모금으로 채우려 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함께 대응한다는 마음으로 기후위기 콘서트 모금에 참여해주기를 그래서 이 공연 준비에 함께 임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다음은 이날 공연된 노래 가사와 밴드들의 소개글이다.

오늘하루의 신곡 푸른별 이야기
 
푸른별 이야기

오늘하루

아주 오랜 옛날 들끓던 바다
지구를 지배했던 수많은 Dinosaur

까마득한 시간의 강을 건너
지켜온 아름다운 우리 푸른별

저 강물의 오리와 저 들판의 강아지풀
저 숲속의 부엉이와 이 세상 모든 사람들과

서로 서로 어울려 모두 함께 행복해
서로 서로 보듬어 아름다운 이 별이 계속 지켜지기를
 
'푸른별 이야기'는 이날 콘서트에서 울려 퍼진 '오늘하루'의 신곡이다. 지구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지구를 거쳐간 수많은 생명체들을 기억하고, 현재를 살고 있는 동물, 풀, 새, 사람들 모두 오랫동안 공존하여 아름다운 우리 푸른별이 지켜지길 바라는 소망이 담긴 노랫말이 특히 아름다운 곡이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만든 신곡인 <지켜줄게 바다야>를 열창하고 있는 고니밴드
 기후위기를 주제로 만든 신곡인 <지켜줄게 바다야>를 열창하고 있는 고니밴드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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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비상하고 싶다는 고니밴드
 
지켜줄게 바다야

고니밴드

하늘이 시커멓게 뒤덮여
한 줄기 햇살을 보기 힘들었지

바다는 쓰레기로 가득 차
점점 죽어가네 거북이와 갈매기

그땐 그랬지 한번 쓰고 버린 플라스틱
그땐 그랬지 이상할 게 없던 시절이야
이젠 깨달았지
하나 둘 우린 알게 되었네
소중한 걸 지켜줄게

지켜줄게 바다야
Single-use think twice Single-use think twice
 
"밴드 이름을 '고니밴드'라고 정한 이유는 고니가 백조라 음악으로 비상하고 싶다는 뜻을 담았어요. 아무리 돈이 중요한 사회지만, 음악으로 대중에게 우리를 알리고 날아가겠다는 다짐이에요."(보컬리스트 고니)
 
기후위기를 주제로 만든 신곡 <잊혀진 대답>을 부르며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밴드 동이혼
 기후위기를 주제로 만든 신곡 <잊혀진 대답>을 부르며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밴드 동이혼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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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족의 혼을 담은 동이혼
 
잊혀진 대답

동이혼

그대의 두 눈은 검게 덮여진 듯해
내 눈물에 새겨진 상처는 보이지 않나 봐
아물지 않잖아

메마른 마음은 쉽게 흩어져 버려
돌아갈 수 없어 돌이킬 수가 없어 이젠
다 사라진 듯해

그래 우린 살아가고 있어
흐려진 너의 기억 속에서
숨을 쉴 수가 없어
날 조여오는 시린 바람 속에
  
"'동이혼'의 뜻은 어릴 때 아버지께서 한문을 가르쳐 주셨거든요. <설문해자>(說文解字)라는 책에 보면 '큰 활을 다루는 어진 민족'으로 기록이 되어 있어요. 열정적인 민족이라고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거기에서 감명받아 동이혼이라고 지었습니다."(보컬 세나)

버려지는 것들에 숨을 불어 넣는 밴드 '훌라'
 
폐자재를 이용해서 만든 악기들로 공연하는, 친환경 그룹 훌라의 공연 실황
 폐자재를 이용해서 만든 악기들로 공연하는, 친환경 그룹 훌라의 공연 실황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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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C파이프 오르간, 알루미늄관 실로폰, 페인트통 드럼, 샴푸통 신디사이저… 이게 다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밴드 '훌라'가 만들고 실제 연주하는 악기들이다. 대구 북성로의 공구와 자재, 폐자원을 활용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밴드 '훌라'.

훌라는 도시를 탐사하고 다양한 자원들을 발견, 채집하여 악기로 제작하고 만나는 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업사이클링 퍼포먼스 그룹이다. 현대도시의 과도한 규제와 구조화된 질서에 질문을 제기하고 우리의 삶을 삶답게 만드는 인간 본연의 야생성을 환기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자연을 닮은 밴드 아프리카

"밴드 이름 '아프리카'에 담긴 의미는 과거엔 아프리카를 떠올렸을 때 '개발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아프리카 대륙의 광활한 자연을 닮은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그냥 자연스러운 음악이요.

지금까지 발매한 곡 중에 가장 애정이 가는 곡을 골라라 하면 사람들은 보통 '빗속의 질주', '파라다이스', '내가 가진 건', '연리지' 같은 곡들을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한 곡에 10분이 넘어가는 '작은 새'라는 곡이에요. 제가 어릴 때 제일 먼저 만든 곡이거든요. 어릴 때 하늘을 나는 꿈을 자주 꿨었거든요. 성인이 되어서도 그렇게 한번 날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어요."(아프리카 드러머)

   
너와 나의 별(Imagine for Everyone)

고니, 김민지, 세나, 오늘하루 

Imagine for Everyone
모두를 위한 상상을
Imagine like superman
지구를 지켜낼 상상

어릴 적 꿈을 꾸었지
하늘을 나는 superman 워워 정의를 위해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치솟는 빌딩 사이로 워워 가늘어진 빛 Yeah~

회색빛 도시 속에서 끔틀대는 외로운 작은 빛
한 송이 피어나는 꿈 밝은 빛의 별을 위해

상상 속에 이룬 모든 것이 현실이 되는
너와 나의 별을 위해서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입니다. 지난 14년간 낙동강의 4대강사업 현장을 열심히 취재했습니다. 4대강사업이야말로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사업입니다. 홍수에 취약하고 가뭄 극복 안되고 생태계 파괴하는 4대강사업. 기후위기 시대에 반드시 처리되어야 할 현장입니다.


태그:#기후위기, #푸른별 , #콘서트, #생명평화아시아, #환경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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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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