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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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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상승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추경호 경제부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사면도 적극 검토해 주셨으면 합니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지난 2일 경제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단체 수장들이 처음 만났다. 각자의 속내가 가감 없이 드러난 자리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물가 안정'과 관련해 재계의 협조를 당부하자 경제계가 '재벌 사면'이라는 카드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주목된다.

추경호 부총리가 이날 간담회 공개 발언에서 강조한 것은 물가 안정이었다.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계획에 사의를 표한 추 부총리는 "물가상승이 대외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민생안정을 위한 최우선 과제가 물가 안정"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어 경제계에서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제계에서도 각 부문에서의 경쟁적인 가격 및 임금인상은 오히려 인플레 악순환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가격상승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 주시기를 각별히 부탁드립니다."
 

추 부총리는 또 "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이 공동의 노력을 통해, 경기둔화와 물가상승의 난제를 풀어 가는 데 함께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기업들의 물가 안정 노력을 거듭 주문했다.

'물가 관리'는 추 부총리의 최우선 현안 과제다.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5.4%를 기록하는 등 물가 급등이 계속되면서 스테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물가관리대책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부총리가 직접 기업들에게 '가격인상 자제'를 요구한 것은 재계 입장에선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여지도 있다. 현재 물가 급등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원인인데, 이는 기업들의 자발적 노력이나 경영 개선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발언권을 받은 경제단체 수장들은 물가 안정을 위해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요구 사항도 명확히 밝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모두 발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면을 요구했다. 기업인들을 사면해줘야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란 논리였다.

"우리 기업인들이 세계 시장에서 더욱 활발히 뛸 수 있도록, 해외 출입국에 제약을 받는 등 기업활동에 불편을 겪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같은 기업인들의 사면도 적극 검토해 주셨으면 합니다."

총수 사면에 금리인상 속도조절·감세까지 꺼내든 재계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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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모두 국정농단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기업인들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형기는 모두 만료됐으나 '5년 취업 제한'이 적용돼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정치권과 보수언론들은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재벌 사면론을 지속적으로 거론해 왔다. 그런데 경제단체장이 공식적 자리에서 사면을 직접 건의한 것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이다. 재벌사면에 이어 금리 인상 조절과 감세 등의 요구도 쏟아졌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지나치게 올리면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 부양책을 쓰는 것도 어렵다"면서 금리인상 자제를 촉구했고, 이관섭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공론화되고 있는 법인세 인하와 더불어 수입할당관세 적용을 좀 더 확대해 주셨으면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생산 비용을 좀 더 줄어줘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재벌사면과 금리 인상 속도조절, 세금인하 등 경제계로부터 적지 않은 숙제를 받은 셈이 됐다. 물가안정이 최우선인 추 부총리 입장에선 경제계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경제 활성화와 물가 안정화를 이유로 경제계의 무리한 요구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무원칙적인 재벌총수 사면이 또다시 이뤄져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간사는 "재벌 총수들에 대한 재계 사면 요구는 지속적으로 있어왔고 이번에는 물가 인상을 빌미로 삼고 있다"라며 "윤석열 정부가 사면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물가 급등이라는 상황과 코드가 맞아서 사면 요구를 무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 간사는 또 "물가 불안정은 재벌 총수가 사면돼야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죄를 지은 재벌 총수가 상관 없는 경제 위기 가능성을 이유로 사면 받는 것은 정의롭지도 못하고 재벌들의 불법 행위 근절에 도움도 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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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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