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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를 먹는 다는 것
 새우를 먹는 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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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새우를 맛볼 기회라고는 튀김이 고작이었어요. 그것도 생일이나 잔치처럼 특별한 날에만 상에 올라왔던 걸로 기억해요. 새우 양식도, 냉동 기술도 아직 발달하지 않은 데다 '대하철'이라고 해서 한시적으로만 새우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귀하다는 건 결국 구하기 어렵다는 의미인데요, 요즘 세상엔 구하기 어려운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세계 어느 지역 먹을거리든 마음만 먹으면 비행기 타고 떠나지 않아도 이 땅에서 먹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특히 새우는 세계인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해산물 중 하나예요. 새우볶음밥, 새우버거, 새우 토핑 피자… 우리가 먹는 이 많은 새우는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새우는 어쩌다 이토록 흔해진 걸까요? 

해산물의 사전적 의미는 '바다에서 나는 동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해산물을 먹으면서 이따금 바다를 떠올리곤 해요. 아득히 저 멀리 수평선이 펼쳐진 드넓고 푸른 바다를 말이죠. 그런데 그 상상을 이젠 달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 세계 해산물의 절반 이상은 이미 양식을 통해 나오고 있기 때문이에요. 양식도 가까운 바다에서 이뤄지니 다 같은 바다가 아니냐고 반문할 테지만, 양식을 하는 바다 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그 속사정을 알면 알수록 바다는 더 이상 낭만 가득한 곳이기 어렵습니다. 

천연 방파제 맹그로브 숲이 품은 생물 다양성

인도네시아 한 휴양지에 집채만 한 쓰나미가 덮친 일을 기억하나요? 2004년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러 온 관광객과 지역 주민 포함 약 23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였지요. 참사의 원인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앞바다에서 발생한 초대형 해저 지진이었어요.

지진이 만든 해일이 일파만파 육지로 밀려왔고 인도양 주변 21개 나라에서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나라마다 피해 정도는 조금씩 달랐지만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아체 주州의 피해가 특히 컸던 반면, 몰디브는 사망자 82명으로 아체 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어요. 몰디브는 국토의 80%가 해발 1m에 불과한 섬나라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열쇠는 맹그로브1) 숲과 산호초입니다. 관광이 주 수입원인 몰디브는 인도양의 여느 관광지와 달리 최대한 개발을 억제하면서 맹그로브 숲과 산호초 자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존한 덕분에 화를 면할 수 있었던 겁니다. 맹그로브 숲과 산호초는 바다에서 밀려오는 해일 에너지를 누그러뜨리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맹그로브들은 지구상 대부분 식물은 견딜 수 없는 농도의 염분을 견디며 바다와 땅, 하늘이 만나는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요. 거센 파도에도 맹그로브들이 의연하게 버틸 수 있는 건 버팀목처럼 단단히 뿌리를 내린 덕분이지요. 빽빽하게 엉킨 뿌리에 해안가로 드나드는 바닷물 속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맹그로브 숲이 있는 해안가는 침식도 느리게 일어납니다.

맹그로브 뿌리가 이리저리 얽히고 복잡하게 뻘 속으로 뻗어가면서 그곳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생깁니다. 이런 이유로 맹그로브 숲에는 어류뿐 아니라 새, 파충류 등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어요. 방글라데시 순다르반 맹그로브 숲은 세계에서 가장 큰 맹그로브 숲으로서 260여 종의 새, 벵골호랑이, 인도악어 등 멸종 위기종을 비롯해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는 지역으로 유명합니다. 
 
천연 방파제 맹그로브 숲이 품은 생물 다양성
 천연 방파제 맹그로브 숲이 품은 생물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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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타이거 새우의 탄소발자국은 소고기의 10배

2012년 미국 오리건대학교 연구진은 동남아산 블랙타이거 새우의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2)을 발표했어요. 탄소발자국이 클수록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이 많다는 의미인데, 블랙타이거 새우 100g의 탄소발자국은 198kg이었어요. 먹을거리 가운데 소고기가 탄소발자국이 가장 많은 걸로 알려지지만, 블랙타이거 새우는 소고기의 무려 10배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왔어요. 

블랙타이거 새우의 탄소발자국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새우 양식장이 들어서는 곳이 대부분 맹그로브 숲이 있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맹그로브 숲은 탄소 흡수 능력이 열대 우림의 약 2~5배 뛰어납니다. 맹그로브 숲을 블루 카본(blue carbon) 3)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데, 안타깝게도 1980년 이후 세계 맹그로브 숲의 절반이 사라졌습니다.

새우 양식뿐 아니라 불법적인 벌목과 해안 개발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맹그로브 숲이 사라지는 속도는 아마존 열대 우림의 4배나 빠르다고 합니다. 게다가 새우 양식장은 맹그로브 숲을 없애는 것뿐 아니라 새우 배설물과 사료, 항생제 등으로 해안가를 오염시키는 문제까지 얽혀있습니다. 

새우를 먹는다는 것은 이렇듯 해양 오염, 기후위기, 생물 다양성 감소 등의 문제와 깊이 연관돼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날마다 할 수 있는 가장 생태적인 행동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고, 우리가 무엇을 먹을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 곧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 아닐까 싶습니다.

주1. 열대 또는 아열대 해안이나 하구 등 바닷물이 밀려드는 진흙땅에 자라는 관목 또는 교목의 무리
주2. 개인이나 기업, 국가 등 집단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나타내는 지표로, 단위는 킬로그램kg 또는 탄소배출량 만큼 새로 심어야 하는 나무 그루수로 표시함 
주3. '푸른탄소'라는 뜻으로 연안 및 해양생태계에 저장되어 있는 탄소를 말함. 맹그로브숲, 염습지, 해초지가 대표적인 블루카본에 해당한다
 

덧붙이는 글 | 글 최원형 환경생태작가. 큰유리새의 아름다운 새소리를 다음 세대도 들을 수 있는 온전한 생태 환경을 바란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착한 소비는 없다』 등 저.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2년 6월호에 실립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 02-723-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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