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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그것은 이대로 끝인 줄 알았던 대학생들의 로망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주목받은 행사는 축제다. 4월 말부터 대학교 총학생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면 축제 재개를 알렸고, 초대 가수 라인업을 공개하며 학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제야 학교 다니는 것 같겠다"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 만에 열린 대면 축제는 대학생들에게 어떤 경험이었을까.

콩알만 하게 보이는 연예인, "그래도 좋다"
  
5월 19일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축제에서 싸이가 공연을 하고있다.
▲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축제 5월 19일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축제에서 싸이가 공연을 하고있다.
ⓒ 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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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학교천안캠퍼스에 재학 중인 김지호씨는 19학번이다. 일명 '코로나 학번'은 아니지만 1학년 이후 두 번째인 축제가 나름 기대되었다(5월 18~19일). 그에게 이번 축제에 대해 물었더니 아래와 같은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축제의 체험 행사와 푸드트럭은 이전보다 더 다양했다. 프랑스어학과 부스에서 판매하는 뱅쇼를 먹으려고 했지만, 오후에 이미 매진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부스에서 판매하는 샹그리아 에이드를 먹었는데 꽤 맛있었다. 단국대학교에서는 각 학과의 특성을 살린 부스를 운영했다'라고. 

또 다른 프랑스어과 19학번 재학생은 "뱅쇼를 담을 리유저블 컵을 약 150~200개 준비했는데, 첫날 모두 소진되었다"라고 말했다. 사격·격파 같은 이색적인 행사에 참여하고, 긴 줄을 기다려 푸드트럭 음식까지 구매하고 나니 축제의 하이라이트라고 여겨지는 초대 가수 공연이 코앞이었다고.

이들은 오후 9시 반부터 시작되는 공연을 보기 위해 자리를 잡았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사람은 처음 보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싸이·(여자)아이들 등 유명 가수가 온다고 해서인지 학생·동네 주민·엄마를 따라나온 아이 등 다양한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학교 학생은 "여러분들의 반응에 따라 언제 무대를 마칠지 달라지니 카메라를 내려놓고 공연에 반응해달라"는 싸이의 말을 들고 일제히 카메라를 내리는 사람들 모습에 심장이 뛰었다고 말했다. 엄청난 인파에 멀리서 콩알만 한 크기로 본 싸이의 무대였지만, 한참을 즐기다 보니 무대가 끝날 때쯤엔 이미 목이 쉬어 있었다고.

'핫'한 가수들이 오는 학교는 더 많은 주목을 받는 게 사실이다. '이 학교엔 어떤 가수가 언제 온다'는 정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기도 했다. 그럼 대형 가수도, 아이돌 그룹도 오지 않았던 학교의 축제 분위기는 어땠을까.

학교 축제에 빠질 수 없는 학생들 공연
  
서울여자대학교는 축제 기간동안 교내 잔디밭에 위와같은 포토존, 휴식처를 조성했다.
▲ 서울여자대학교 축제 서울여자대학교는 축제 기간동안 교내 잔디밭에 위와같은 포토존, 휴식처를 조성했다.
ⓒ 이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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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가수는 없었지만 적당한 규모에 적당한 사람이 있어서 정말 축제 같았어요."

서울여자대학교에서는 '서랑제'라는 이름으로 사흘간 축제를 진행했다(5월 25일~27일). 축제 하루 전, 푸른 잔디밭 위엔 간이 무대 설치가 한창이었다. 축제 첫날, 잔디보다 더 푸르른 빛의 무대가 완성되었다. 강의실에 들어오는 학우들의 가방이 다양한 부스에서 나눠준 상품들로 빵빵했다. 모처럼 활기가 느껴지는 캠퍼스 분위기에 덩달아 들떴다.

둘째 날, 초대 가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는 학생들의 말에 교수님은 수업을 일찍 끝내주셨다. 일찍 끝난 김에 친구와 메인 무대가 있는 '만주벌판'이라는 잔디밭으로 향했다. 저만치 택시가 한 대 멈추더니 학생 네 명이 우르르 내렸다. 깔깔대는 그들의 웃음소리와 가까워지는 음악 소리가 축제 현장의 분위기를 미리 느끼게 했다.

도착했을 때는 교내 동아리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만주벌판 돗자리는 학생들로 가득했고 펜스 뒤에도 사람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었다. 무대 하나가 끝날 때마다 함성은 점점 커졌다. 이날을 위해 열심히 연습했다는 동아리 부원들은 "호응을 너무 잘해주셔서 힘이 나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공연을 본 소감을 묻자 20학번 학생은 "다른 학교보다 아티스트 라인업이 약해서 동아리 공연이 더 주가 되는 게 아쉽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학교 축제니까 오히려 학생들의 공연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의 장점이 있다고 느껴요"라고 답했다.
  
5월 28일 서울여자대학교 축제 2일차, 가수 선우정아가 공연을 하고 있다. 평소와는 다르게 작은 잔디밭이 사람으로 꽉 찼다.
 5월 28일 서울여자대학교 축제 2일차, 가수 선우정아가 공연을 하고 있다. 평소와는 다르게 작은 잔디밭이 사람으로 꽉 찼다.
ⓒ 이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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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공연이 모두 끝나고, 가수 경서예지와 선우정아의 무대가 시작됐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 푸드트럭에서 사 온 음식을 먹으며 노래를 들었다. 유명 연예인의 무대에 캠퍼스가 떠나가라 떼창을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학생들의 표정에서 실망이나 아쉬움은 찾을 수 없었다. 중요한 건 캠퍼스에서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학 축제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을 때도 연예인의 공연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축제에서 콩알만큼 작게 가수가 보여도, 몇 십분씩 기다려서 평소였으면 그저 그렇다고 느낄 평범한 음식을 먹더라도, 유명하지 않은 가수가 왔더라도, 기약 없이 미뤄졌던 그 순간을 다시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게 학생들을 마냥 행복하게 했다. 

태그:#대학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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