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악카펠라>의 한 장면.

MBC <악카펠라>의 한 장면. ⓒ MBC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악역 전문 배우들과 감성적인 아카펠라가 만나면 어떤 그림이 펼쳐질까. 지난 6월 2일 방송된 MBC 새 음악예능 <악카펠라>에서는 김준배, 오대환, 이중옥, 현봉식, 이호철까지 지옥에서도 살아서 귀환할 것 같은 섬뜩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던 악당들의 유쾌하고 따뜻한 반전 매력이 펼쳐졌다.
 
1979년생 동갑내기인 오대환과 이중옥은 6살이나 동생인 이호철과 첫 만남에서 범상치 않은 포스에 쉽게 말을 놓지 못하고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악역 배우들은 생소한 아카펠라 도전에 대한 걱정과 기대를 드러냈다. 오대환은 "예쁜 아카펠라를 통하여 악역 이미지를 세탁해보고 싶다"고 밝히며 "우리 안에는 따뜻한 감수성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오히려 악역을 많이 하는 배우들이 더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주장했다.
 
세 사람은 논산으로 이동하여 맏형 김준배를 만났다. 조폭 보스 전문배우의 험상궃은 이미지와는 달리 김준배의 시골집은 곳곳에 꽃과 인형으로 꾸며진 섬세한 감수성이 돋보였다. 함께 모인 배우들은 점심식사를 준비하며 단지 연장을 들었을 뿐인데도 마치 범죄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같은 포스를 뿜어냈다.
 
아카펠라에 도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김준배는 "우리는 성스러운 것과는 안 맞는다"라며 난색을 표시했다. 오대환은 "우리 모두 악역을 많이 했지만 실제로는 다 순수하다"라고 너스레를 떨자, 김준배는 민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김준배는 동생들의 외모를 하나하나 돌아보며 이중옥에게는 "여기서 그나마 성스럽게 생겼다. 신부같은 외모"라고 평했고, 이호철에게는 "눈이 감성적으로 처져있어서 슬퍼보인다"고 평하며 당황한 동생들을 실소하게 했다. 스케쥴상 합류하지 못한 현봉식에 대해서는 이름은 몰랐으나 사진을 보자마자 바로 알아보고 대뜸 "노안"이라고 외치며 폭소를 자아냈다.
 
멤버들은 드라마 촬영중인 현봉식과 영상통화를 했다. 맏형 김준배와 무려 15살 차이임에도 마치 친구로 착각해도 전혀 위화감 없는 성숙함에 멤버들은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웬지 범상치 않은 복장과 외모에 오대환이 "무슨 역할인데 그러고 있냐"고 질문하자 현봉식은 "일본놈이요"라고 답하여 박장대소를 자아냈다.
 
악당들을 보좌할 매니저 역할로 정형돈이 합류했다. 또다른 매니저인 데프콘은 공교롭게도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자가격리로 합류하지 못했다. 영상통화로 연결된 데프콘은 자가격리중인 근황을 설명하며 "제발 전화는 끊지 말아달라, 너무 심심하고 외롭다"고 호소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정형돈은 악역 배우들의 프로필을 점검하며 그간의 출연작들에서 맡았던 역할들이 소개됐다. 조폭, 브로커, 비리사업가, 사이코패스, 장기밀매, 마약밀매상, 납치살인범, 사채업자, 오랑캐 등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화려한 극중 전과 경력들을 자랑했다. 악당들은 자체적으로 선정한 외모 배틀에서 저마다 본인을 상위권에 놓으며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멤버들은 노래방에서 사전 노래실력 점검에 나섰다. 이중옥은 '쉬즈곤'과 '에필로그'를 열창하며 숨겨놓은 록스피릿을 뽐냈으나 미성에 비하여 고음불가한 가창력을 드러내며 고개를 숙였다. 데프콘은 -20점을 주면서 "계약금을 우리가 받아야 할 판"이라고 디스했다. 이호철은 '나에게 그대만이'를 열창하며 의외의 중후한 가창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데프콘은 "이중옥과 다르게 보컬로 따지면 자기 분수를 아는 것"이라는 촌철살인의 평가로 이중옥을 두 번 울렸다.
 
 MBC <악카펠라>의 한 장면.

MBC <악카펠라>의 한 장면. ⓒ MBC

 
오대환은 나훈아의 '사내'를 열창하며 구성진 트로트 감성을 선보이면서 단숨에 에이스로 등극했다. 맏형 김준배는 초고음으로 유명한 블랙홀의 '깊은 밤의 서정곡'을 선택했다. 나름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진지한 열창과 달리, 노래 대부분이 절규와 추임새로 얼룩진 막걸리 발성에 멤버들은 하나같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데프콘은 "형님의 필은 좋은데... 지나치다"라면서 "많은 사람의 노래를 들었지만 사람이 걱정되는 건 처음이다"라고 평했다.
 
악당들은 마을회관으로 이동하여 아카펠라 그룹 '메이트리'의 시범 공연을 감상했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불러 모은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OST에 참여하여 2억 3000만 뷰를 달성한 메이트리는 현재 K-아카펠라를 대표하는 그룹으로 평가받으며 세계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메이트리는 <신세계> <미션임파서블> <오징어게임> 등 영화 OST에서부터 심지어 사물놀이까지 대중음악의 모든 장르를 인간의 목소리로만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냈다. 각자의 소리만을 따로 놓고보면 뭔가 우스꽝스럽고 부자연스럽지만, 여러 개의 목소리와 효과음이 하나가 되어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 바로 아카펠라의 매력이었다. 오대환이 "따로 들으면 바보같다"고 솔직한 소감을 밝히자 강수경은 "아카펠라가 그 맛이다. 따로 들으면 초라해보여도 같이 있으면 웅장해진다"고 설명했다.
 
악당들은 메이트리의 아름다운 무대에 빠져들었다. 이호철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넋을 잃고 빠져들었다"고 고백했고, 오대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인간의 목소리라는 이야기를 증명하셨다"며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훈훈한 분위기도 잠시, 악당들은 이제 바로 본인이 도전해야 할 현실임을 자각하고 멘붕에 빠졌다. 이호철은 "이런 실력은 타고나야 할 것 같다. 저희는 못할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악당들은 메이트리의 지도로 파트 정리에 돌입했다. 악당들의 노래 실력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특히 맏형 김준배는 퍼커션에 도전했으나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소리에 선생님은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다"고 호소하며 폭소를 자아냈다. 우여곡절 끝에 이중옥은 테너, 이호철은 바리톤, 오대환은 베이스, 김준배는 퍼커션에 배정됐다.
 
악당들은 각자 파트별로 개인 레슨을 받고 동요인 '아기상어' 아카펠라에 도전했다. 하지만 초보자들답게 각자 자기 파트를 소화하는 데도 급급하며 하모니 따위는 찾을 수 없는 오합지졸들의 난장판이 펼쳐졌다.
 
김준배는 "암울했다. 썩은 목소리가 나오니까"라고 자학했고, 이중옥은 "모든 게 최악이었다. 노래가 아니라 소음이었다"고 평했다. 이호철은 "진심 100%로 지금이라도 빼주면 안되냐"고 호소하며 막막함을 드러냈다. 메이트리 멤버들은 주눅든 악당들을 격려하며 그래도 희망적인 평가와 함께, 가급적 다양한 음역대를 소화할 수 있는 추가멤버의 영입을 권유했다.
 
추가멤버 오디션을 위하여 악당들과 메이트리, 매니저 정형돈-데프콘까지 악역의 단골 등장무대인 나이트클럽에서 다시 모였다. 첫 모임에 결석했던 현봉식까지 합류했지만 다른 네 멤버와 큰 차이없는 노래실력에 악당들은 거기서 거기라는 동질감만 확인했다. 본격적인 오디션이 시작되며 '의리형님' 김보성과 래퍼 던밀스를 비롯하여 다양한 작품에서 빌런으로 익숙한 악역 전문 출연자들의 활약상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악카펠라>는 영화와 드라마속에서 주로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된 악당 전문 배우들을 내세워 겉보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아카펠라와의 이색적인 조합을 선택하여 눈길을 끌었다. 아카펠라(Acapella)의 뜻은 반주없이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들려주는 음악을 의미한다. 작은 성당이나 기도실을 뜻하는 '카펠라'에서 기원하여 중세의 교회에서 반주없이 부르던 합창이 오늘날의 아카펠라라는 장르로 발전했다.
 
아카펠라의 매력은 다른 악기의 도움 없이 오직 인간의 목소리만으로 각양각색의 개성이 모여 감미로운 화음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얼굴을 맞대고, 눈을 맞추면서 협업을 통해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팀플레이라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와도 비슷하다.
 
출연자들은 대부분 본명보다는 극중에서의 악역 캐릭터로 더 친숙한 조연배우들이다. 본업인 연기에서는 항상 남들을 빛내주는 역할이라면 <악카펠라>에서 이들은 모두가 동등한 공동의 주연이다. 연출을 맡은 채현석 PD는 지난 2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자들이 이 프로그램에서만큼은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서길 바랐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작품속의 거친 이미지와는 달리 오히려 다채롭고 순수한 매력이 넘치는 귀여운 악당들의 인간적인 반전 매력과 케미가 의외의 웃음을 자아냈다. 첫 회만 보면 과연 방송이 가능할까 싶지만 <악카펠라> 멤버들로 구성된 '도레미파'는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아카펠라 공연을 성공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전혀 새로운 장르와 어려운 도전에 난감해하면서도 '무서운 형님'들이 점점 즐기면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는, 이 프로그램의 최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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