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정우영씨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정우영씨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2일 새벽 5시 32분, 개표율 96.6%를 기록한 상황에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처음으로 역전했다. 김동연 후보와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의 격차는 단 289표. 1400만 명이 살고, 유권자만 1100만 명, 전체 투표 수는 550만이 넘는 경기도에서 벌어진 한 편의 영화였다. 이후 김동연 후보는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꾸준히 앞서나갔다. 마침내 6시 42분 KBS는 김동연 후보의 '당선 유력'을 판정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민주당은 웃기 어렵다. 경기도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46만 2810표로 이겼고, 2020년 총선에서 58석 중 51석을 싹쓸이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선 이재명 후보가 과반의 지지(56.4%)를 받으며 크게 승리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4년, 2년 그리고 3개월 사이에 민주당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동연 후보만 그야말로 신승을 거뒀다. 

12대 5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서울 성북구 북한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 별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서울 성북구 북한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 별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민주당은 경기도라는 최후의 전선을 지켜냈지만, 전쟁에선 패배했다. 전체 결과는 12대 5, 참패다. 호남(전남·전북·광주)과 제주를 제외한 12개 광역 시·도에서 한나라당이 대승했던 2006년 지방선거의 재연이다. 민주당은 다시 한 번 심판 받았다.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무리하게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입법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민형배 의원의 '꼼수탈당'으로 명분을 잃었고, 송영길 전 대표와 이재명 고문의 등판으로 또 명분을 잃었다. 연이어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성 발언이 터지면서 도덕성에는 또 흠집이 났다. 선거 막판에는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586 용퇴론' 제기로 당내 파열음까지 나왔다. 그사이 정당 지지도는 폭삭 주저앉았다.   

꼬인 매듭은 더 꼬이고, 새로운 매듭이 또 꼬이는 민주당을 보며 지지층의 마음은 점점 식어갔다. 자타공인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은 40대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5월 20일 발표한 '지방선거 관심도 및 투표참여 의향 등에 관한 1차 여론조사'를 보면 40대의 적극 투표참여의향은 78.9%로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은 60대(85.3%)와 70세 이상(80.6%)보다 낮았다. 5월 27일 나온 2차 조사에선 격차가 더 벌어졌다(40대 71.8%, 60대 85.3%, 70세 이상 88.7%). 

선거 당일 방송3사의 출구조사를 살펴봐도,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 불참이 드러난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0.73%p에 불과했다. 출구조사 결과 역시 엇비슷했다. 그런데 지방선거 출구조사에서 정당 지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국민의힘 51.1%, 민주당 41.5%였다. 두 정당 지지세력이 필사적으로 맞붙었던 대선에 비해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도가 상당히 낮아진 양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5월 27일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5월 27일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저조한 투표율, 전국적 참패말고도 민주당에게 뼈아픈 부분은 김해의 패배다.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이 위치한 김해는 노 대통령 서거 후 첫 지방선거인 2010년 민주당이 승리, 부·울·경 진출의 발판이 된 곳이다. 민주당은 2014년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2012년과 2016년, 2020년 총선에서도 승기를 잡아왔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홍태용 국민의힘 후보가 10%p 이상 넉넉하게 이겼다. 선거 일주일여 전, 5월 23일은 노 전 대통령의 13주기였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민주당 중진 의원은 "대선 후 우리 쪽 대응이 엉망이었다"며 "지방선거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준비해놓지 않았고, 전반적인 전략이 부재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나간 것도, 이재명 고문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도 명분이 부족했다"며 "이 정도면 각 후보들의 인물 경쟁력으로 버틴 셈"이라고 봤다.

근본적인 원인은 민주당과 민심의 괴리에 있다. 6.1 지방선거 국면에서는 강성지지층과 강경파가 주도한 '검수완박'이 대표 장면이었다. 여론조사 등 일반 국민들은 반대 여론이 강했지만 민주당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당시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토론이 안 된다. 조금만 다른 의견을 내면 '역사에 죄 짓는다'고 한다"며 "검수완박은 성공해도 오명으로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수완박', 김해 그리고 김동연
 
1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 종합상황실이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자리를 비워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 종합상황실이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자리를 비워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최병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부소장은 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허니문 효과(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가 지배했는데도 경기·대전·세종에서 경합이었다"며 "달리 말하면, 민주당이 조금만 더 잘했다면 이길 수 있었다"고 봤다. 그는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은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이 심판받은 것"이라며 "그런데도 민주당은 대선의 민심과 다르게 검수완박을 했다. 명백한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SBS 개표방송에서 재차 "강성지지층이 작게는 당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고, 크게는 대한민국 전체 민주주의에 굉장히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김해의 패배를 뼈아프게 받아들였다.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유산으로 부활한 이곳의 선거 결과가 안 좋다는 것은 '우리 민주당이 정말 잘못하고 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를 반성할 대목 같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의 민주당 의원은 '김동연의 선전'에 원인과 해법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왜 그나마 김동연이 이겼겠나"라며 "민주당 색깔이 옅고, '빠(팬덤정치)'가 아닌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아닌가. 지금 김동연의 무기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민주당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명확한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며 "'개혁 안 해서 졌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국민의 눈높이로 보고,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6.1지방선거, #민주당, #검수완박, #김해, #김동연
댓글10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