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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인구는 추산 10%. 이동권, 탈시설, 장애 인권 등 우리 사회에 해결해야 할 장애 이슈가 산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의제를 다룰 장애 정치인은 수는 턱없이 모자란다. 이렇듯 장애 정치인의 수가 적은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공천과정에서부터 유세, 의정활동과 재선까지 제도권 정치의 전 과정에 걸쳐서 장애 정치인에게는 장벽이 있다. 그 장애물들을 선거 과정 순으로 살펴보고, 그 장벽을 허물 수 있는 방안을 세 차례에 걸쳐 제시하려 한다.[기자말]
"부산시의회 주변에서 제가 갈 수 있는 카페는 몇 군데 없어요."

전동휠체어 사용자인 최영아 부산광역시의원과 만나기 위해서는 진입로에 휠체어 경사로가 있는 카페를 찾아야 했다. 카페 내부에서도 최 의원은 큰 여유 공간으로 돌아서 이동했다. 그에게 전동휠체어가 진입 가능한 공간을 찾아 헤매는 상황은 익숙해 보였다. 의회 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고 한다. 최영아 의원이 차량과 본회의장 앞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시설을 개·보수해달라고 요구해야 했다.

높은 단상, 가파른 경사로… 비장애인에게만 맞춰진 의회

의회 차원에서 장애 의원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장애 당사자의 시각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공공건물인 각 의회 건물에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라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로 엘리베이터, 경사로, 점자블록 등 건물 내 이동 보조 시설물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취재팀이 만난 장애 의원 중 다수는 '안건 발의, 의결 등 많은 시간을 보내는 본회의장에 장애로 인한 불편함을 보완하는 시설은 없다'고 지적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김소영 서울시의원이 단상 옆 간이 발언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김소영 서울시의원이 단상 옆 간이 발언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서울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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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본회의장 앞쪽 경사로다. 경사로를 이용하면 휠체어를 타고 발언대로 이동할 수 있다.
 경기도의회 본회의장 앞쪽 경사로다. 경사로를 이용하면 휠체어를 타고 발언대로 이동할 수 있다.
ⓒ 배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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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회 본회의장 내 설치된 가변식 단상. 높낮이와 좌우를 조절할 수 있다.
ⓒ 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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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본회의장 내 발언대 단상은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설치돼 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 의원들은 '단상이 높아 발언을 할 때 불편함이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가변식 단상이 설치돼 있는 경기도의회와 제주도의회의 본회의장도 중증장애 의원 진입 후인 최근에서야 배리어프리한 환경으로 바뀌었다. 

의사소통 매체가 필요한 감각 장애 의원들에 대해서도 의정 활동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팀장에 따르면 10여 년 전 A지방의회에 시각장애인이 진출했던 당시 점자 자료 제공 등의 지원이 미비했다. 이 팀장은 "제7대 지방의회에는 시각장애인이 없다"며 "(김예지 의원이 진출해 있는) 국회와는 달리 지방의회에서는 시각장애인 의원을 위한 지원이 잘 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감각 장애인 청각 장애 의원 역시 원활한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다. 현재 유일하게 청각 장애를 지닌 채 의정 활동 중인 우승호 대전광역시의원은 의회 진입 후 의사소통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우 의원은 "문자 통역 예산을 확보하려고 2년 동안 적극적으로 의회에 요구했고 욕도 많이 먹었다"고 토로했다.

배리어프리하다고 알려진 편의시설들도 장애 의원을 섬세하게 고려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대표적으로 휠체어가 지나가기엔 경사로의 경사가 급해 제 역할을 못 하는 경우가 있다. 고현수 제주특별자치도의원은 "동료 장애 의원이 경사로를 이용해 보행하던 중 넘어진 경우가 있었다"며 장애 유형과 상황에 따라 다른 불편함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동휠체어가 진입하기엔 현재 제주도의회 내에 있는 엘리베이터가 좁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광역 23%, 기초 92%에는 장애 의원 지원 근거 조례도 없어

의회는 효율적이고 평등한 운영을 위해 장애 의원이 의정 활동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할 책임이 있다. 지방자치법 제46조는 '지방의회는 소속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필요한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장애인 공무원에게 보조공학기기 및 근로를 지원하는 국회와는 달리 지방의회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지원 범위의 세부 사항을 정하고 있다.

취재팀의 자체 조사 결과,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장애 의원의 의정 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 유무가 상이하게 나타났다. 광역자치단체 단위로는 23.53%(17개 중 4개), 기초자치단체 단위로는 92.04%(226개 중 18개)에 장애 의원 지원 관련 조례가 제정돼 있지 않았다(4월 5일 기준).
 
조례 미비 의회 리스트 인포그래픽
 조례 미비 의회 리스트 인포그래픽
ⓒ 배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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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의회는 장애 의원이 있음에도 지원 조례가 없는 유일한 광역 의회였다. 이시복 대구시의원은 "안타깝고 부끄럽다"며 "시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먼저 표준을 정립하고 지역사회에 전파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송구스럽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혹서기와 동절기엔 장애로 인해 신체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서 의정 활동을 위한 이동 및 입법 활동에 좀 더 세심한 도움과 활동 보조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광역시의회는 이시복 의원이 발의한 장애 의원 지원 조례를 지난 4월 21일 가결했다.

의원 당사자가 조례의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조례를 발의하기는 쉽지 않다. 김미랑 강릉시의회 의원은 의회 진입 후 조례를 만들고자 했지만, 의회 내부의 시선으로 인해 망설여야 했다. '(김 의원이) 장애와 관련해 편향적인 의정 활동을 한다'는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각각인 활동보조인 수준과 처우

국회의원 의정활동 안내서와 지방의회 조례에서는 공통으로 '의정활동 보조인력의 배치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만난 장애 의원들 중 조례에 의거해 지원을 요청한 의원 모두가 보조인력을 지원받고 있었다. '의정활동'의 보조를 제공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보조인력을 제공받는 의원들은 활동 보조 인력의 수준에 대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의원들은 채용 과정의 개선을 요구한다. 고현수 의원은 "단순 활동 보조 외에도 정책 연구에 참여하는 역량도 함께 전제되었으면 좋겠다"며 "전문적인 활동보조인의 역량을 전제로 국회 보좌진 같은 공무원 신분으로 채용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의견을 전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조례에 의거해 활동 보조 인력의 채용과 보수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 간 활동보조인 수준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특별시의회는 일반임기제 8급 상당, 경기도의회는 9급 상당 공무원의 연봉상한액의 범위에서 보수를 정한다고 규정한다. 채용 방식의 경우 경기도의회와 서울특별시의회에서 '해당 의원의 추천제'로 결정되는 반면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경력경쟁임용시험을 거쳐 채용이 진행된다. 지역마다 다른 조건으로 활동보조인이 채용되므로 지원받는 활동보조인의 역량이 달라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사회에 만연한 편견이 근본적 문제

물리적, 제도적 장벽보다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문제는 의회 내·외부의 장애 의원에 관한 인식이다. 시민, 함께 일하는 공무원, 동료 정치인들의 낮은 인권 감수성에서 비롯된 편견이 장애 의원이 의정 활동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일부 장애 의원은 의회 내·외부에서 장애를 '특혜'의 요소로 인식해 장애 의제를 발의하거나 지원을 받고자 할 때 갈등을 겪었다. 이에 대해 최초로 문자 통역을 의회에 도입한 우승호 의원은 "나 혼자만의 혜택이 아니라 난청을 가진 노령의 의원 모두에게도 해당이 되는 것"이라며 장애 의원에 대한 지원을 특혜로 단정하는 인식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장애계에서는 장애 의원들의 역량을 '장애 복지'로 한정하는 정치계의 편견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장애 의원 수 부족으로 상임위원회별로 고른 분포가 이뤄지지 못하고 복지위원회에 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장애 관련 의제는 복지 분야에서만 다루면 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오창석 이종성 국회의원 보좌관은 "현재로서는 장애인 비례 대표로 의회에 진출하면 보건복지위원회에 가서 장애인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다른 위원회로 이동하고자 했던 B 지방의회 의원은 '전문 분야를 하지 왜 굳이 힘들게 다른 분야로 가려고 하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고 지방의회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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