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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계절이 되었다. 늦은 봄, 초여름 사이에 장미가 핀 어느 날 장미꽃이 참 예쁘다며 눈길을 주었을 때 시누이는 장미꽃이 피는 계절이 본인의 생일이라고 했다. 장미꽃과 본인을 등치 시킨 그 말이 쉽고 뻔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장미꽃이 피는 계절이면 영락없이 생각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상 결합 법칙'처럼 장미의 강렬한 시각적 효과와 청각이 결합해서 오래 기억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특히 올해는 꽃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부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리고 모든 순간을 특별한 감동으로 남기고 있다. 이른 봄 제주에서 매화꽃을 보았을 때도 찬 기온과 고고한 아름다운 자태에 향기까지 더해져 매혹되었고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학교 화단에 심어진 여러 그루의 산딸나무 꽃도 최근 눈에 들어온 것이다. 벚꽃과 산수유 꽃이 지고 나무들마다 초록 잎이 무성해지는 요즘 나무를 하얗게 덮은 꽃이 있어 신선했다. 층층 나무과에 속하는 교목이라고 붙은 팻말처럼 십자 모양의 꽃이 층층으로 피어 있었다. 열매가 딸기처럼 생겼기 때문에 산딸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유럽에서는 예수님이 짊어지신 십자가를 만든 나무로 알려져 신성시한다고 한다.

숲해설가도 좋지만, 혼자서도 좋은 생태공원
 
총면적 210,298㎡에 1,334종의 수목을 보유하고 있으며, 절리석의 기암절벽과 폭포, 다양한 꽃들과 꽃창포 등의 수생식물 등을 만날 수 있다
▲ 부천자연생태공원 무릉도원수목원 총면적 210,298㎡에 1,334종의 수목을 보유하고 있으며, 절리석의 기암절벽과 폭포, 다양한 꽃들과 꽃창포 등의 수생식물 등을 만날 수 있다
ⓒ 부천자연생태공원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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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이 되면 집 근처 부천자연생태공원을 찾는다. 벌써 네 번째 방문, 식물원과 박물관, 수목원이 함께 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실내 식물원과 박물관은 관람했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실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야외 수목원의 이름은 무릉도원 수목원, 한 시간 넘게 충분히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어 느린 걸음으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총면적 21만 제곱미터에 1334종의 수목을 보유하고 있으며, 절리석의 기암절벽과 폭포, 다양한 꽃들과 꽃창포 등의 수생식물은 물론, 산부추, 단양쑥부쟁이, 도라지 등 600여 종의 숙근초 등이 있는 숙근초 화원도 볼 수 있다. 특히 지역 주민에게는 입장료가 50% 할인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즐기면서도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곳이다.
 
2KM의 데크길에 아카시아 꽃이 비처럼 쏟아지며 데크길 가득 꽃잎이 수를 놓고 있다.
▲ 수목원 데크길 2KM의 데크길에 아카시아 꽃이 비처럼 쏟아지며 데크길 가득 꽃잎이 수를 놓고 있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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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갔을 때는 2km의 데크길을 걷는 동안 높이 우뚝 솟은 아카시아 나무에서 바람결에 타고 오는 아카시아 향이 코끝을 스치며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그다음 주에는 바람이 불 때마다 아카시아 꽃이 비처럼 쏟아지며 데크길 가득 꽃잎으로 수를 놓고 있어서 발걸음이 가볍게 했다.

이곳은 숲해설가와 함께할 수도 있으나 우린 우리만의 조용한 산책이 좋았다. 특히 지난주 방문했을 때는 소나무 꽃을 보기도 했다. 높이 솟은 소나무 줄기 끝에서 꽃이 피기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없어 꽃 자체가 생소했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보랏빛 솔방울 모양의 소나무 꽃은 앙증맞고 예뻤다. 이번 주에 갔을 때엔 소나무 꽃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으니 만나기 쉬운 꽃은 아닌 것 같았다. 

백합나무의 노란색과 주황색이 섞인 꽃잎의 오묘한 색감도 놓칠 수 없다. 잎이 구불구불 휘어진 용버들도 여럿 식재되어 있었다. 새로 나오는 연두색 여린 잎이 휘어진 것이 마치 잎이 춤을 주는 것 같기도 했고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신기했다.
 
봄에 나는 새순 초록잎은 시간이 지나면서 맨 위쪽은 분홍색, 그 아래 잎은 흰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 삼색키버들 봄에 나는 새순 초록잎은 시간이 지나면서 맨 위쪽은 분홍색, 그 아래 잎은 흰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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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 키버들 또는 삼색 키버들이라고 하는 삼색 버드나무도 특이하고 아름다웠다. 잎이 마치 꽃처럼 색을 입고 있었다. 봄에 나는 새순의 초록잎은 시간이 지나면서 맨 위쪽은 분홍색, 그 아래 잎은 흰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분홍색과 흰색, 초록의 세 가지 색깔을 띤 삼색 버들은 그 자체로 풍성한 꽃다발이었다.

일주일 피로를 날릴 수 있는 나만의 루틴, 수목원

매주 참새 방아간처럼 가는 곳이 농경유물전시관이다. 중부 지방의 전통가옥을 연출해 놓은 곳에 농경유물 180여 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 관심은 전시관 귀퉁이에 놓인 식물들이다.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를 가진 다육식물 괴마목은 일명 파인애플 선인장이라고도 하는데, 노랗고 앙증맞은 꽃은 의미와는 다르게 너무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항아리 뚜껑에 안착하고 있었다.
 
노지에서 키우면 더 아름답다고 하는데, 작은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가정에 충실'이라는 꽃말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다육식물 거미바위솔 노지에서 키우면 더 아름답다고 하는데, 작은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가정에 충실"이라는 꽃말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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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바위솔이라 불리는 다육식물도 특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거미줄처럼 잎의 끄트머리가 가는 실로 이어진 것 같았다. 노지에서 키우면 더 아름답다고 하는데, 작은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가정에 충실'이라는 꽃말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관상용으로 키우지만 일본에서는 습진에 이용하기도 한다는데, 이것 역시 항아리 뚜껑에 멋지게 심어져 눈길을 끌었다.

솜보다 더 부드러운 식물도 있었다. 은쑥이라고도 하는 '구와쑥'은 주로 백두산 지역에서 자라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인데 무리 지어 있는 모습이 은은하고 우아해 보였다. 어쩌다 한참 아래인 남쪽에서 자라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손바닥으로 스치면 분을 바른 것처럼 보송보송하게 느껴졌다.
 
손바닥으로 스치면 분을 바른 듯 보송보송하게 느껴진다.
▲ 구와쑥 손바닥으로 스치면 분을 바른 듯 보송보송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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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이곳에서 식집사로서의 정보를 쌓고 있다. 어떤 역할에 대한 의무감으로 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식물이 물을 흡수하는 것처럼 조금씩 자연스럽게 얻은 정보는 마음을 설레게 하고 왠지 뿌듯하다. 내 손으로 키우면 어떨까 가늠하며 보다 보면 매번 새로운 정보가 눈에 들어온다. 세상에 식물은 많고 각각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꽃으로 다가오는 마법이 펼쳐진다.

이곳 수목원은 일주일의 피로를 날릴 수 있는 나만의 루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데크길 두 바퀴를 돌며 지난 일주일의 변화를 발견하고, 그곳을 나오는 순간 다음 주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게 된다. 봄의 시간, 식물의 변화는 크고 무쌍하다. 그리고 아름다운 것은 멀리 있지 않다.

무릉도원 수목원은 2012년 개원한 도시형 수목원이다. 내부시설로는 생태연못, 조형성 있는 돌 사이의 작은 꽃들을 감상할 수 있는 암석원, 약용식물원, 명상을 할 수 있는 명상원과 하늘호수, 도섭지, 복숭아 과수원, 상록수원, 잠자리 생태원 등도 갖춰져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나무 화석도 전시되어 있었다. 규화목 중에서 화석화가 잘 진행된 것은 보석으로도 사용한다고 한다.
▲ 나무 화석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나무 화석도 전시되어 있었다. 규화목 중에서 화석화가 잘 진행된 것은 보석으로도 사용한다고 한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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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화석도 만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자바 섬 지층에서 발견되었고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나무 화석도 전시되어 있다. 규화목 중에서 화석화가 잘 진행된 것은 보석으로도 사용한다고 하니 나무가 보석이 되는 변화의 시간이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외에도 근처에 나무화석 여러 개가 세워져 있었고 자연스럽게 풍화되는 모습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있었다.

이밖에도 나비가 먹는 흡밀 식물을 길러 호랑나비와 노랑나비, 배추흰나비 등을 가을까지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딱따구리의 나무 뚫는 소리나 꾀꼬리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새소리 길도 있고 오밀조밀하게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정성스럽게 조성되어 있어 종일 뛰는 아이들과 함께하기에는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는 곳이다.

태그:#부천자연생태공원, #소나무꽃, #거미바위솔, #수목원, #가족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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